일본 거장 하라다 마사토 '배드랜드'…일본 사회 문제를 웰메이드 범죄 액션으로 [D:현장]

류지윤 2023. 10. 3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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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사쿠라·야마다 료스케 주연

일본의 거장 하라다 마사토 감독이 '배드랜드'로 일본의 초고령 사회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31일 오후 서울 명동 씨네라이브러리에서 하라다 마사토 감독, 하라다 유지 프로듀서, 양윤호 집행위원장, 김아론 프로그래머가 참석한 가운데 제12회 충무로 영화제 폐막작 '배드 랜드'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배드랜드'는 쿠로카와 히로유키 작가의 소설 '경초'를 원작으로 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서로 뺐고 빼앗기는 거친 야생 같은 땅에 네리와 조가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에 가담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범죄 액션 영화다. 안도 사쿠라와 야마다 료스케가 각각 네리와 조 역을 맡았다.

김아론 프로듀서는 "수많은 화제작을 만들어 온 일본의 명장 하라다 마사토 감독의 최신작이며 세계적으로 각광 받고 있는 배우 안도 사쿠라가 출연했다. 프로그래머로서 '배드랜드'를 처음 봤을 때 현재 한국에서도 공감하고 있는 초고령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심도 있게 전달하고 있어 영화의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선택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라고 폐막작으로 '배드랜드'를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하라다 마사코 감독은 "충무로는 1980년대 한국 영화 르네상스 시대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곳에 제가 초대 받았다고 생각해 영광"이라고 충무로 영화제에 참석한 소감을 밝혔다.

하라다 유진 프로듀서는 "충무로 영화제는 현역에서 작품을 만들고 있는 감독님들이 직접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어 멋지다고 생각했다. 이 곳에 오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하라다 마사토 감독은 "'배드랜드' 원작 주인공은 남성이고 혈육 관계도 없었다.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꾸며 근친산간, 혈육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배드랜드는 나쁜 부모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지만, 결국 일본 전체가 배드랜드 아닌가 싶다"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배우이자 편집 프로듀서, 하라다 사마토 감독의 아들인 하라다 유진은 "아버지 일을 어려서부터 도와드리고 있다. 팬데믹 이후 영화 시장이 멈췄고, 서서히 끝나갈 쯤 여러 가지 영화 기획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때 '배드랜드' 기획을 보고 제작사가 결정되기도 전에 참여해 보고 싶었다. 이 작품의 프로듀서 역을 해보면서 자신감이 붙었다"라고 말했다.

하라다 마사토 감독은 일본의 스타 배우 안도 사쿠라, 야마다 료스케 캐스팅에 대해 "오사카가 배경이기 때문에 오사카 사투리를 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스케줄 되는 배우 중 오스카 사투리를 할 수 있는 배우가 없어 크랭크 인 한 달 전까지 캐스팅을 못했다. 그런 와중에 안도 사쿠라가 출연을 결정했다. 원래도 훌륭한 배우인 건 알고 있었지만 시나리오 속 네리보다 훨씬 더 충실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줬다"라고 안도 사쿠라를 칭찬했다.

이어 "안도 사쿠라는 대본 리딩은 물론 리허설 때도 충실한 배우다. 악몽에서 깨 비명을 지르는 리허설에서 마이크가 고장 날 정도로 소리를 크게 질렀다. 이후 이 리허설 비명소리를 사용하기도 했다"라고 안도 사쿠라의 성실함을 엿볼 수 있는 에피소드를 공유했다.

이어 "야마다 료스케는 '바라가키: 언브로큰 사무라이'라는 영화에서 연기가 마음에 들어 현대극에서 한 번 더 만나보고 싶었다. '바라가키: 언브로큰 사무라이'에서 야마다 료스케가 연기한 1860년대 인물을 현대의 역할로 표현한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디렉션 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야마다 료스케는 도쿄 출신이라 오사카 사투리가 문제였다. 이후 오사카 연기를 지도하면서 인물을 만들어나갔다"라고 야마다 료스케의 디렉션 방향을 밝혔다.

하라다 마사토 감독은 원작과의 차별화를 묻는 질문에 "빈곤층에게 보이스피싱 한다는 걸 영화화 하려고 했다. 네리가 노인에게 친절한다든지, 선한 마음이 있는 건 원작과 다르다. 결국은 많이 가진 자가 갖지 못한 자들을 것을 뺏는 내용이지만 중간책인 네리가 약자 편에서 선한 마음을 베푸는 걸 강조하려 했다"라고 설명했다.

오사카의 노숙자 거리를 묘사하는 데에도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하라다 마사토 감독은 "배경이 된 장소는 니시나리라는 곳이다. 10년 전만 해도 영화 촬영은 생각도 못할 정도의 지역이었다. 그런데 로케이션을 갔을 땐 재정비가 돼 생각한 이미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원작을 보면서 어울리겠다고 생각한 공원에서 촬영했고, 실제 그 지역에 사시는 분과 배우들을 섞어서 진행했다"라고 전했다.

그가 '배드랜드'를 통해 세상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희망이다. 하라다 마사토 감독은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지만,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네리는 최악의 환경에 있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아남는다. 네리라는 역할 이름에도 피하지 말고 부딪치라는 의미가 담겼다. 구로사와 감독의 '빨간 수염' 작품에도 그런 의미로 사용된 네리라는 이름이 있다"라고 말했다.

1979년 '안녕, 영화의 친구여: 인디안 썸머'로 데뷔해 '뛰어드는 여자와 뛰어나가는 남자', '일본패망 하루 전', '세키가하라 대전투', '검찰측의 죄인', '헬 독스' 그리고 '베드랜드'까지 만들며 일본의 거장으로 불리는 하라토 마사토 감독은 팬데믹 이후 짙어진 영화 산업의 위기 속에서 문제를 타파해 나가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팬데믹 이후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더 이상 극장에 사람이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팬데믹 시기에 OTT 등으로 영화를 보던 분들을 밖으로 끌고 나올지 고민해야 한다. 해결책 중 첫 번째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대화와 리액션을 공유할 수 있는 있는 작품을 만들고, 행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끝으로 하라다 마사토 감독은 전도연, 송강호, 정려원을 함께 하고 싶은 한국 배우로 꼽았다. 하라다 마사토 감독은 "기자회견 장에서 전도연 씨 포스터를 봤다. 평소에도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해 왔다. 송강호 씨 역시 마찬가지다. 또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때 정려원 씨를 만나 좋은 인상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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