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박혜수 “다 지나가는 과정이다” [쿠키인터뷰]
복귀작이라는 세 글자는 그 이상의 무게감을 품고 있다. 사정이 어떻든 간에, 멀어진 대중 앞에 다시 서는 건 꽤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 학교폭력 가해 의혹에 휩싸였던 배우 박혜수 역시 그랬다. 영화 ‘너와 나’(감독 조현철)로 2년 만에 대중 앞에 선 그는 긴장감이 역력해 보였다. 지난 19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박혜수는 “과정을 다 말씀드릴 순 없지만 ‘너와 나’ 팀에겐 정말 미안할 따름”이라고 거듭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상을 되찾는 게 필요한 시기였다”면서 “지나온 모든 시간이 내게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너와 나’는 청춘을 되짚는 이야기다. 두 소녀는 수학여행 전 하루를 함께 보내며 우정과 사랑을 조심스레 넘나든다. 영화는 극 말미 세월호 참사와의 연결고리를 간접적으로 암시한다. 남은 소녀는 떠나보낸 친구를 떠올리며,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을 간직한 채 눈물을 쏟는다. 극 내내 아이들의 평범한 하루를 담으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엿보인다. 박혜수는 이 이야기에서 “마음에 크고 작은 상처를 품고 사는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해주는 위로”를 느꼈다. 그러면서 스스로도 적지 않은 위안을 얻었다.
박혜수가 연기한 세미는 표현방식은 서툴지만 사랑을 직접적으로 전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인물이다. 좋아하는 친구 하은(김시은)이 다른 친구와 더 친할까 전전긍긍하고, 질투심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박혜수는 세미를 연기하며 어린 날의 자신과 마주했다. “세미처럼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서툴렀어요. 하지만 이제는 제 애정을 상대가 좋아할 만한 방식으로 전할 줄 알아요.” ‘너와 나’를 촬영하면서는 더 넓은 의미의 사랑을 깨달았단다. 비극적인 사건을 피하지 않으면서도 위로를 전하려는 조현철 감독의 의도에 십분 공감해서다. 박혜수는 “섬세한 위로에 동참함으로써 스스로도 다친 마음을 치유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품고 있는 사랑 역시 커졌다. ‘너와 나’를 계기로 유기견을 임시보호하고 입양한 건 그가 사랑을 배우고 실천한 사례다.
세미를 완성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거쳤다. 세월호 유가족 어머니들이 출연하는 연극을 보며 책임감을 되새기고, 고등학생처럼 보이기 위해 소품 하나하나를 직접 준비했다. 머리는 전혀 손질하지 않고 화장 역시 하지 않았다. 대사와 말투 역시 여러 번 리허설을 거치며 자유롭고 통통 튀는 분위기로 완성했다. 리허설에만 한 달 반이 걸렸을 정도다. 그동안 박혜수는 배역에 동화되고 ‘너와 나’의 세계에 더욱더 푹 빠져들었다. 그는 “서툴고 아이 같던 세미가 하루가 끝날 때서야 마음을 고백하며 답답한 기류도 해소된다”면서 “미안해하는 세미의 마음이 나와 같았다”고 담담히 돌아봤다.
짧지만 길던 하루를 꽉 차게 담은 이 영화는 극 말미 끝없이 이어지는 세미의 ‘사랑해’ 소리로 막을 내린다. 박혜수는 자신이 느낀 뭉클한 위로를 관객이 느끼길 소망하며 ‘사랑해’를 수도 없이 외쳤다. 조현철 감독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감독이자 동료 배우인 조현철은 박혜수가 논란으로 휘청일 때도 캐스팅을 번복하지 않고 그와 함께했다. 마음을 짓누르던 미안함은 점차 고마움과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너와 나’를 함께하며 저를 돌아보는 방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어요. 일희일비하고 유약했지만, 이제는 이 모든 게 큰 파동 속 하나의 곡선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모든 건 다 지나가는 과정 속에 있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촬영을 마친 뒤 원치 않던 공백을 가졌지만, 그는 이마저도 “적절했다”고 표현했다. 한층 더 성숙한 모습으로 나아가리라 마음 먹어서다.
“결과적으로는 지나온 모든 시간이 제게 큰 힘이 될 거예요. 아직 해결되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진실은 밝혀질 거예요. 언젠가는 다 끝날 일이잖아요. 연기를 꾸준히 하면서 이 시간들을 보낼 거예요. 이미 연기는 제 삶의 일부예요. 연기는 저를 늘 성장시켜 줬거든요. 끊임없이 저를 돌아보게 했고, 타인을 생각하게 하며 저를 더욱더 고민하게 해줬어요. 이렇게 많은 걸 알아가다 보면 앞으로의 저도 더 깊어지리라 믿어요.”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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