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기다린 백화점 트리 전쟁…편지 vs 극장 vs 공방 ‘3色 테마’
시민들 입장에선 1년을 기다린 ‘인증샷 맛집’이, 업체별로는 10개월간 공들인 ‘핫플 선점’ 시즌이 돌아온다. 백화점 업계가 연말을 맞아 공개하는 크리스마스 장식 얘기다. 백화점들은 매년 초부터 전담 조직을 만들어 트리 콘셉트를 고민한다. 화려한 외관이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가 돼 고객이 모이면, 결국 매출 증가로 이어져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크리스마스 장식은 현대백화점이 다음 달 1일 가장 먼저 공개한다. 동화 ‘해리의 꿈의 상점’을 테마로 유럽의 작은 공방들이 모여 있는 골목길이 모티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5층에 ‘H빌리지’를 설치해 3300㎡(약 1000평) 규모의 크리스마스 마을을 구현하고, 11m 높이의 대형 트리를 선보인다. 골목길 콘셉트를 살려 우체국과 케이크 숍, 호두까기 인형존 등을 연출했다. 고객이 몰릴 것을 대비해 안전관리 인원을 평소의 2배 이상으로 확대하고, 주말 등에는 웨이팅 시스템을 운영해 입장 인원을 관리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작은 공방 거리를 동화적으로 구현해 X세대 고객에게는 과거의 향수를, MZ세대 고객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주고자 한다”며 “압구정본점과 무역센터점 외부 광장에는 대형 트리와 포토존 등을 설치해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다음 달 3일 본점과 잠실점 등 5개 점을 시작으로 크리스마스 테마를 적용한다. 지난해 서울 소공동 본점은 외관에 길이 100m의 대형 구조물과 쇼윈도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이 기간 동안 본점 식당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해 70% 올랐다. 정의정 롯데백화점 비주얼부문장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테마가 많은 사랑을 받아 이번엔 연초부터 연출 준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올해는 ‘소망’을 주제로, 연말이면 편지로 안부를 전하던 감성을 비주얼로 풀어냈다. 비주얼에 이야기를 더하기 위해 소설가 정세랑 작가와 손잡았다. 주인공이 편지를 배달하는 크리스마스 요정 ‘똔뚜’들과 만나 일어나는 꿈 같은 이야기를 선보인다. 본점 앞 100m가량 거리를 ‘소공 에비뉴’로 꾸미고, 정문에는 ‘편지 상점’을 연출했다. 쇼윈도는 지난해보다 4개 늘린 9개를 운영해 ‘움직이는 피규어’ ‘크리스마스 선물 상품’ 등을 배치했다. 본점 영플라자 외벽에 설치된 대형 미디어 파사드를 통해서는 크리스마스 테마의 애니메이션도 상영한다.
2021년 미디어 파사드로 ‘트리 전쟁’에 불을 붙인 신세계백화점은 올해도 서울 명동 본점 외관을 화려하게 꾸민다. 그동안 팀장급이던 비주얼머천다이징(VMD)팀 수장을 지난달 임원급으로 승진시켜 조직을 강화했다.
올해 크리스마스 테마는 ‘신세계 극장’으로, 환상적인 뮤지컬 무대를 연출할 계획이다. 미디어 파사드에 3분여 간 펼쳐지는 영상은 극장의 붉은 커튼이 걷히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 크리스마스 캐럴과 함께 반짝이는 회전목마, 밤하늘을 달리는 선물 기차, 크리스마스 트리로 둘러싸인 아이스링크 등이 차례로 펼쳐진다. 영상은 다음 달 9일 공개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새 크리스마스 시즌 백화점이 ‘인증샷 성지’로 떠오르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라며 “단순한 디자인이 아닌 고객이 머물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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