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고속도로 논란, 대통령 직접 마무리해야"... 윤 대통령 면전에 쏟아진 쓴소리
[류승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대통령 시정연설을 마친 뒤 가진 국회 상임위원장단 및 여야 원내대표와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10.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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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목소리부터 '여성가족부 폐기' 정책을 폐기해달라는 요구, 대통령 처가 연루 의혹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에 직접 종지부를 찍어달라는 요청까지.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상임위원장들이 31일 국회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에 쏟아낸 요구사항들이다.
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들은 이날 윤 대통령의 2024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 후 마련된 간담회 비공개 자리에서 위와 같은 쓴소리들을 꺼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진표 국회의장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비롯해 17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국회 상임위원장 모두와 함께 공식석상에서 대화를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야당 상임위원장은 국회 안팎에서 오래 묵혔던, 하지만 명확한 정부의 답을 들을 수 없었던 현안들을 윤 대통령에게 직접적으로 꺼냈다.
국토위원장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 대통령이 종지부 찍어야"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대통령 시정연설 및 간담회' 관련 별도 브리핑을 열고 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들이 대통령에게 요구한 내용을 요약해 설명했다.
홍 원내대표에 따르면, 이날 백혜련 정무위원장은 윤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이 이념전쟁을 그만하겠다는 건 매우 좋지만, 국방부가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을) 계속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백 위원장은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정부 안이한 인식과 정무위 소관 기관 7곳 중 4곳의 기관장이 '검사 출신'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김교흥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은 "기후 위기로 예상치 못한 재난, 재해가 빈발하고 있다"며 10.29 이태원 참사와 오송 참사 유가족을 언급함과 동시에 "대통령에게 유가족들과 희생자를 위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날 윤 대통령에게는 대통령 처가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에 대통령이 직접 종지부를 찍어달라는 요구도 전달됐다. 김민기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은 "(고속도로의) 종점이 바뀌었는데 바뀐 곳에 김건희 여사의 처가 땅이 존재해 특혜 시비가 불거졌다"며 "대통령이 직접 (논란에)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문제제기했다.
권인숙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은 "여가부 폐지 정책을 폐기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여가부장관 임명과 관련해) '여가부 폐지' 기조를 고수하면서 장관을 임명하니까 사고가 나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철민 교육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논란이 된 김승희 전 대통령 의전비서관 자녀의 학교 폭력 문제와 관련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이밖에도 박정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은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양대노총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신동근 복지위원회 위원장은 의대 정원 확대와 지역 의사제 도입을, 이재정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은 정부의 내년도 연구개발(R&D)예산 복원과 여성의 앞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의 해소를, 소병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은 양곡법에 대한 정부인식 변화를 촉구했다.
▲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회 상임위원장단 및 여야 원내대표와의 오찬에서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10.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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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위원장님들의 소중한 말씀을 참모들이 다 메모했을 뿐만 아니라 저도 아직은 기억력이 좀 있기 때문에 하나도 잊지 않고 머릿속에 담아 뒀다가 국정운영과 향후 정부 정책을 입안해 나가는 데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잘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또 간담회 직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상임위원장들과의 오찬 자리에서도 "여러분들이 아까 간담회 때 하신 말씀은 제가 다 기억했다가 최대한 국정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간담회 중 일부 질문에 대해선 '즉석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한 바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내년도 국가 R&D사업 예산 삭감 관련 질문에 R&D 예산 지출 조정 이유와 향후 확대 방침에 대해 설명했다. 또 미국 내 한국인 전문직 비자 쿼터 확보 관련 질문에 '미국 상·하원 지도부를 포함해 미 의원들을 만날 때마다 이 문제를 제기하고 관련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요청 중'이라고 답했다.
한편,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이날 국회 일정과 관련해 일부 긍정 평가를 내놨다. 앞서 홍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앞으로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국회와 야당 상임위원장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하겠다고 한 점은 제가 충분히 감사드리고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국회 방문이) 국회와 야당을 존중하고 국정기조를 전환하는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며 "말뿐만이 아니라 행동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길 기대한다. 앞으로 정부·여당 하기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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