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곽상도 부자 불구속 기소…아들 50억 퇴직금 다시 법정으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강백신)가 31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받는 곽상도 전 의원을 추가로 재판에 넘겼다. 곽 전 의원의 아들 곽병채 씨에게 퇴직금 등의 명목 25억원에 대해 뇌물 혐의로 기소하며 곽 전 의원에게는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추가했다.
지난해 2월 검찰이 곽 전 의원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지자 직접적인 금품 수령자인 아들의 혐의를 입증해 항소심에서 곽 전 의원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뒤집어보겠다는 우회로를 노크하는 것이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해 2월 곽 전 의원이 2015년 3월 하나은행이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 뜰’ 컨소시엄에 잔류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고 병채씨의 화천대유 재직 퇴직금과 성과급 명목으로 수수한 25억원에 대해 기소했다. 돈을 아들이 받았지만 아버지와의 ‘경제공동체’임을 인정해달라는 게 당시 검찰 주장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하나은행 임직원을 상대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병채씨가 받은 성과급을 곽 전 의원이 직접 받은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번에 공무원이 아닌 병채씨에게 뇌물 혐의를 적용하면서 ‘경제공동체’ 프레임 대신 곽 전 의원과의 공모관계 입증에 주력했다. 병채씨와 곽 전 의원 사이에 전세보증금과 대학원 등록금 등이 꾸준히 오간 것이 두 사람의 경제공동체는 아닐지 몰라도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과 성과급조의 거액을 받는 과정을 공모한 정황일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새로운 주장이다. 검찰은 조만간 곽 전 의원의 항소심 재판부에 곽 전 의원과 병채씨와 공모 관계를 반영해 공소장 변경을 요청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곽 전 의원과 병채씨가 받은 돈이 결국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과도한 이익의 일부여서 성과급을 받은 것 자체가 범죄수익은닉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곁들였다.
곽 전 의원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해당하는 액수도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여 추가 기소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이 남씨로부터 선거 전 5000만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명목상 변호사 비용이라고 했을 뿐 정치 자금으로 수수했다고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대장동 민간업자인 남욱씨의 진술을 토대로 곽 전 의원이 남씨에게서 2016년 4월 국회의원 선거 전후로 두 차례에 걸쳐 5000만원씩, 총 1억원을 받은 것은 정치자금법 위반과 함께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에 해당한다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2015년 남씨의 수원지검 형사사건에서 곽 전 의원이 항소심 담당 검사에게 공소장 변경을 막아주는 대가로 돈을 건넸다는 내용도 추가로 밝혀내 알선수재 혐의를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김만배씨는 병채씨에게 성과급을 지급한 행위 외에도 곽 전 의원의 1억원 수수를 공모하고 2016년 11월 화천대유 직원 명의로 화천대유 법인 자금 300만원을 곽 전 의원에게 기부하게 한 혐의도 있다. 김씨가 남씨와 천화동인 5호의 실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각각 500만원씩 곽 전 의원에게 기부하게 한 것도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담았다.
곽 전 의원은 이날 검찰의 추가 기소에 대해 “아들이 받은 퇴직금은 구경도 못 했다. 김씨나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퇴직금 관련해 연락하거나 논의한 바가 없다”며 “하나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1심에서 전혀 인정되지 않았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고 반박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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