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티빙, 구독료 20% 올리고 광고요금제도…국내 OTT 가격인상 신호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티빙이 오는 12월부터 구독료를 올린다. 내년에는 광고를 보는 대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광고 요금제도 출시한다. 티빙의 이번 결정으로, 국내 OTT업계에 가격 인상 도미노가 시작될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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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야
31일 티빙은 오는 12월 1일부터 신규 가입자의 구독료를 인상한다고 밝혔다. 웹 결제 가격 기준으로 베이직 요금제는 현재 월 7900원에서 월 9500원으로 20.3% 인상, 스탠다드는 월 1만900원에서 월 1만3500원으로 23.9% 인상된다. 프리미엄은 월 1만3900원에서 22.3% 오른 월 1만7000원이다. 웹 결제시 앱 결제보다 할인해주던 정책도 없앴다.
기존 가입자 구독료도 내년 3월부터 모두 인앱결제(앱 마켓 통한 결제) 수준으로 일원화된다. 베이직 9000원, 스탠다드 1만2500원, 프리미엄 1만6000원이다. 신규 가입시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유지해, 구독자 이탈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티빙은 구독료 변경에 동의한 기존 가입자들에게 최대 3개월 간 기존 요금으로 과금하는 할인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티빙은 또 광고를 보는 대신 이용요금을 낮출 수 있는 광고형 요금제(월 5500원)도 내년 1분기 중 도입한다. 넷플릭스의 광고 요금제와 같은 수준이다.
티빙은 구독료 인상과 함께 콘텐트 다운로드 기능을 제공하는 등 서비스도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티빙 유료 구독자만 볼 수 있는 tvN, JTBC 등 29개 실시간 라이브 채널은 12월부터 무료로 풀린다. 계정당 접속 가능 기기 수도 현재 1대에서 4대(베이직 요금제 기준)로 늘어난다,
이게 왜 중요해
해외 OTT들의 구독료 인상 흐름에 토종 OTT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해외 OTT들은 잇따라 20~40% 가량 요금을 올리며 물가 인상에 부채질을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이란 신조어도 나왔다. OTT 간 경쟁으로 제작비가 급증하자 OTT들이 구독료를 올려 수익성 개선에 나선 영향이다. 넷플릭스는 지난 18일(현지시간) 광고 없는 요금제 중 가장 저렴한 베이직 요금제를 9.99달러(1만3500원)에서 11.99달러(1만6200원)로 약 20% 올렸다. 디즈니플러스도 10.99달러(1만4800원)에서 13.99달러(1만8900원)로 인상했으며, 국내에선 다음달 1일부터 신규 가입자들에게 기존보다 4000원 오른 1만3900원을 과금하기로 했다.
이를 지켜본 국내 OTT들도 구독료 인상 카드를 만지작 거리던 중이었다. 특히, ‘만년 적자의 늪’에 빠진 티빙의 고민이 깊었다. 티빙은 지난 7월 대표이사를 이커머스·콘텐트 플랫폼 사업 전문가인 최주희 대표로 교체하며 변화를 예고했다. 티빙은 2020년 10월 CJ ENM으로부터 분사한 이후 매년 적자 폭을 키우며 투자를 지속했지만 확고한 1등 넷플릭스를 따라잡는 데도, 토종 1위를 지키는 데도 모두 실패했다. 2020년 -61억, 2021년 -762억, 2022년 -1192억으로 적자 폭은 매년 더 커졌다,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만 2000억원을 넘어선다. 지난 2분기도 479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번 구독료 인상과 서비스 개편은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평가다.
다만 가격 인상 효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상 후 가입자 이탈 규모가 커질 경우 적자 개선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티빙의 이번 결정은 웨이브, 왓챠 등 다른 국산 OTT들의 구독료 전략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OTT 업계 관계자는 “콘텐트 수급이나 제작비 상승 등 공급 원가가 높아지면서 구독료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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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현재 토종 OTT 업계는 쿠팡플레이의 선전으로 판세가 크게 바뀐 상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OTT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쿠팡플레이가 532만명으로, 티빙(512만명)을 두 달 연속 앞질렀다. 1위는 넷플릭스(1164만명). 쿠팡플레이는 쿠팡의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월 4900원) 회원에게 무료로 제공돼 커머스 소비자들의 유입 효과가 크다. 여기에 K리그, 영국 EFL 챔피언십 등 스포츠 단독 중계 콘텐트를 확보한 전략도 유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수익성 문제로 다른 국내 OTT 업체들도 요금 인상이나 광고요금제를 도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요금제 인상은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한 임시방편이고, 결국은 경쟁력 높은 국내 콘텐트로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작비 경쟁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공룡 OTT와 점점 차이가 벌어지고 있는 만큼, 국내 OTT 업체들이 연합전선을 꾸리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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