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부활한 '라인브레이커' 김승대의 소박한(?) 꿈 "포항에서 오래 뛰고 싶다"

서호정 기자 2023. 10. 3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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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 포항스틸러스는 반박 불가능한 K리그의 명가이고, 현재는 예산 대비 뛰어난 성적을 내는 대표적인 '강소클럽'이다. 올 시즌 리그 2위를 기록 중이고,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3연승을 달리며 조별리그 통과의 8부능선을 넘어섰다. 극강의 효율을 보여주는 포항의 성공을 평가할 때는 김기동이라는 탁월한 감독의 능력과 수십년간 투자한 구단의 시스템과 인프라의 힘이 언급된다.


그라운드에서 포항의 승리를 만드는 선수들에겐 부활, 재기, 재발견의 표현이 많이 따라붙는다. 많은 이적료를 지불하고 선수 영입이 어려운 팀 특성상 저평가된 선수, 이름값은 있지만 가치가 떨어진 선수가 주로 영입되기 마련이다. 김기동 감독이 찬사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그런 선수들을 장점 위주로 활용하며 경기력에 접목시키는 점이다. 풋볼퍼포먼스센터를 갖춘 구단 인프라는 30대 중반 선수들의 체력을 올리고, 리모델링된 클럽하우스는 회복을 돕는다. 


올해 포항에서 부활한 대표적인 선수는 김승대다. 지난해 3월 다시 포항 유니폼을 입으며 2년 8개월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잃어버린 기량을 올 시즌 되찾은 모습이다. 35라운드까지 34경기에 출전, 3골 7도움을 기록하며 시즌 두자리수 공격포인트를 돌파했다. 김승대가 리그에서 두자리수 공격포인트를 달성한 것은 포항에 몸 담았던 마지막 시즌인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뛰어난 공간 활용력, 오프더볼 움직임 최강자로 라인브레이커라는 별명이 있는 김승대지만 진짜 강점은 강철 체력이다. 2018년 필드 플레이어임에도 38경기 모두 출전해 박수 받았다. 후반 추가시간에도 폭발적인 침투를 보이며 상대 수비를 괴롭히는 게 그의 숨은 진가였다. 


김승대가 포항으로 돌아온 뒤 김기동 감독에게 가장 지적 받았던 부분도 그 요소였다. 김승대는 "감독님은 나의 진짜 능력은 체력에서 나온다고 늘 말씀하셨다. 포항에 돌아온 뒤 그 부분을 되찾으려 노력했고 지난 동계훈련 내용이 좋아 자신감이 생겼다. 올해 퍼포먼스가 다시 나오는 것도 그 부분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김승대는 올 시즌 리그 35경기 중 34경기에 출전 중이다. 교체가 많은 공격수임에도 평균 출전 시간이 경기당 75분이 넘는다. 35경기 모두 출전한 팀 동료 제카보다 출전 시간은 더 많다.


올 시즌은 자신에게 최적의 포지션이 아닌 양 측면을 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기에서 균일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김승대는 "이적하기 전에는 주로 2선 중앙, 처진 스트라이커를 봤다. 자유도도 높고 경기를 만드는 중심에 설 수 있었다. 지금은 팀의 상황을 볼 때 측면으로 가야 한다. 그래도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고, 그게 결과로 나오고 있다"며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자기 몫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부활이라는 표현에 대해 김승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아직 더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포항으로 복귀해서 6골 1도움을 기록했지만 내용적인 면이 아쉬웠다. 2023년 한 해의 성과가 아니라 내년, 내후년에도 잘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절치부심이었다. 


자신에 대한 평가에 스스로 더 냉정해진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전북에서 돌아온 뒤 김승대는 포항과 재계약을 맺었지만 기간은 1년에 불과했다. 팀 내부에서의 평가는 더 차가웠다는 증거다. 팀의 예비 레전드로서 아쉬움은 남지만 김승대는 1년 재계약을 받아들였다. "오히려 그것이 올 시즌 잘해야 한다는 더 큰 동기부여가 됐다"는 그의 말처럼 긍정적 자극이 됐다.


김승대에겐 두 가지 책임감이 있다. 하나는 팀의 주장으로서의 책임감이다. 포항이 고향이고, 이 팀에서 유스부터 시작해 프로에 왔다. 포항을 위해 뛴 횟수만 200경기를 돌파했다. 중간에 팀을 떠난 시기도 있었지만, 떠나는 순간에도 김승대와 포항은 서로를 존중했다. 전북 이적, 강원 임대를 거치는 동안 특유의 날카로움을 잃었던 그는 포항의 캡틴이라는 책임감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했고 올 시즌 그 결과가 나왔다. 


두번째 책임감의 이름은 가족이다. 2020년 말 동료 선수인 손준호의 동생 손주리 씨와 결혼한 김승대는 최근 1년 2개월 간격으로 두 딸을 얻었다. 2022년 태어난 장녀 새롬, 2023년 태어난 차녀 서율은 김승대의 새 에너지다. 두 아이의 아빠가 되면서 가족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이다. 그는 "올해 우리 가족에게 힘든 일이 닥쳤다. 확인되지 않은 말들이 나돌아 상처가 되기도 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라운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우리 아이들과 아내, 아내의 가족을 한번이라도 웃게 해 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2024년 FA 자격을 얻지만 김승대의 계획은 포항에 계속 남는 것이다. 포항에서 뛸 때 가장 편안하고 좋은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본인도, 주변도 인정한다. 더 좋은 모습으로 지난해보다 나은 조건의 계약을 제시 받길 원하는 모습이었다. 김승대는 "포항에서 오래 뛰고 싶다. 그걸 위한 명분은 내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증명을 하고, 명분을 만드는 시간으로 삼겠다. 팬들과 구단에 더 인정받고 싶다"라며 남은 시즌의 각오를 밝혔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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