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출하 66% 늘어, 역대 최대…'트리플 증가' 일단 희소식

이우림 2023. 10. 3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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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 하는 모습. 연합뉴스

3분기 들어 먹구름이 짙었던 한국 경제가 반도체 경기 회복에 힘입어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생산·소비·투자가 일제히 늘어 4개월 만에 ‘트리플 증가’를 기록하면서 정부가 강조해온 ‘상저하고’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여전히 고물가·고금리 영향으로 재화소비와 투자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은 점과 중동 지역 전쟁으로 국제 유가 변동성이 커진 부분은 하방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생산 부문 4대 지표 2개월 연속 증가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9월 전(全)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3.1(2020년=100)로 전월 대비 1.1% 증가했다. 8월(2.0%)에 이어 2개월 연속 증가 추세다.

정부는 특히 광공업(1.8%)·건설업(2.5%)·서비스업(0.4%)·공공행정(2.3%) 등 생산 부문 4대 지표가 모두 증가한 것이 고무적이라고 봤다. 이승한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전 달에 이어 2개월 연속 생산 부문 4대 지표가 증가했는데 이는 2016년 3월 이후 90개월 만”이라고 말했다.

광공업 생산을 견인한 건 제조업이다. 당초 광공업 생산은 8월 5.2%(전월 대비)로 크게 증가해 9월엔 그 기저효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컸지만, 반도체 중심으로 제조업 생산이 1.9% 늘면서 ‘플러스’를 기록했다.


반도체 생산, 14년 7개월 만에 2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


김영옥 기자
9월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12.9% 증가해 8월(13.5%)에 이어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두 달 연속 두 자릿수를 보인 건 2009년 1~2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기저효과가 나타났던 때 이후 14년 7개월 만이다. 작년 동월 대비로 봐도 23.7% 증가했는데 이는 지난해 6월(24.9%)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제조업 부문의 출하도 전월 대비 6.7% 증가했다. 내수 출하는 0.2% 감소했지만, 수출 출하가 15.7% 증가한 영향이 컸다. 반도체 출하는 전달보다 65.7% 늘었는데 1980년 산업활동동향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증가 폭이 컸다. 반도체 수출 출하도 전달보다 69.4% 늘어나 2000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소비 다소 주춤·건설수주 부진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2% 증가해 3개월 만에 증가로 전환됐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2.3%)에서 늘어난 게 주효했다. 다만 작년 동월대비로는 1.9% 감소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재화 부문 소비는 여전히 주춤한 상태"라고 말했다.

설비투자는 기계류(7.3%)와 운송장비(12.6%) 투자가 늘면서 전월보다 8.7% 증가했다. 1년 1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이지만 작년 동월대비로는 5.7% 감소했다. 정부는 건설수주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3으로 0.1포인트 하락했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호황, 100에 미치지 못하면 불황으로 분류된다. 광공업을 중심으로 생산이 증가했지만, 지수에 반영되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린다는 분석이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4로 전월보다 0.1포인트 올랐다.


정부, 상저하고 기대감…고금리·고물가 하방요인


정부는 이번 결과가 하반기 경기 반등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3분기에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속보치가 0.6%를 기록하면서 회복세를 확인한 데 이어 월별 산업지표도 7→8→9월로 갈수록 회복세가 확대되고 있어 4분기에도 개선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하반기 경기 상황이 마냥 낙관적인 건 아니다. 중동 지역 분쟁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이에 따른 국제 유가 변동성 확대, 고금리·고물가 장기화 등은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가 오르면 소득이 같이 올라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 실질소득이 내려가 소비가 위축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경기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세종=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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