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리커창 내달 2일 6일장…'파란조끼'가 추모사 일일이 검열
중국 당국이 31일 리커창(李克强) 전 총리의 시신을 다음 달 2일 베이징에서 화장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중국 관영 신화사는 “중국 공산당의 우수한 당원, 당과 국가의 탁월한 지도자, 17·18·19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전 국무원 총리였던 리커창 동지의 시신을 11월 2일 베이징에서 화장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27일 0시 10분 상하이에서 심장마비로 숨진 리 총리의 장례를 6일장으로 치르는 셈이다. 지난 2019년 7월 사망했던 리펑(李鵬) 전 총리는 7일장으로 바바오산(八寶山) 혁명묘지에서 영결식을 거행한 뒤 화장했다. 지난해 11월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은 다음 달 6일 인민대회당에서 추모대회를 거행하는 방식으로 6일장을 치렀다.
신화사는 리 전 총리의 시신이 숨진 당일인 27일 전용기로 상하이에서 베이징으로 옮겨졌다고 확인했다. 이어 “리커창 동지를 애도하기 위해 11월 2일 천안문, 신화문(최고 지도자 집단거주지인 중난하이 정문), 인민대회당, 외교부, 홍콩, 마카오, 해외 대사관 등에 조기를 게양하고 애도의 뜻을 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외 추모객을 위한 조문과 관련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X(옛 트위터)에는 이날 리 전 총리의 장례와 관련한 내부 지침이 퍼졌다. “간소하게 치른다는 정신에 따라 추모 행사는 열지 않고 베이징 외부의 동지는 장례 활동에 초청하지 않지만, 리 전 총리의 고향과 근무 지역은 영결식에 대표를 파견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주중 외교사절은 초청하지 않고, 외국인의 참석도 준비하지 않는다”고 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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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조끼 요원들 과격한 추모사 치워
당국은 리 전 총리 고향의 추모 열기가 정부에 반발하는 시위를 촉발하지 않도록 통제에 들어갔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리 전 총리가 태어난 안후이성 허페이(合肥)시의 훙싱(紅星)로 80번지에는 지난 29일부터 파란색 조끼를 입은 요원들이 나타나 질서를 유지하기 시작했다. 현지 경찰과 행정 단속 요원으로 구성된 ‘파란 조끼를 입은 사람(藍衣人)’들은 조화 속에 적힌 추모사의 문구를 일일이 살펴 수위를 넘어선 내용은 치우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훙싱로의 추모객 사이에선 “다른 지도자들은 부패했지만, 리 전 총리는 달랐다”, “사회의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챙겼다”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웨이보(微博·중국판 옛 트위터)에는 훙싱로와 부친의 고향인 딩위안(定遠) 외에도 안후이성의 우후(蕪湖)시, 쑤저우(宿州)시 등으로 늘어난 추모 현장을 담은 사진들이 올라오고 있다.
루쉰 추모시 ‘어떤 사람’ SNS에 퍼져
중국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에 실려있는 루쉰(魯迅) 시인에 대한 추모시도 SNS에 퍼지고 있다. 중국 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한 짱커자(藏克家, 1905~2004)가 루쉰을 추모하기 위해 지은 1949년작 ‘어떤 사람(有的人)’을 통해 리 전 총리를 기리고 있다.
"어떤 사람은 살아 있지만 이미 죽었고, 어떤 사람은 죽었으나 아직 살아있다/어떤 사람은 인민의 머리 위에 올라타서 ‘아 나는 얼마나 위대한가!’, 어떤 사람은 몸을 낮춰 인민의 소와 말이 된다…(중략)…그가 살면 다른 사람이 살 수 없는 사람은 그의 종말을 우리가 볼 수 있으나/많은 사람이 더 잘 살게 하기 위해 산 사람은 군중이 그를 높이 아주 아주 높이 치켜세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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