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 시각장애인 위한 사역자 절실해”

유경진 2023. 10. 3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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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능중앙교회 양진철 목사가 전하는 시각장애인 사역 스토리
양진철 목사가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애능중앙교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신석현 포토그래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애능중앙교회(장찬호 목사)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회다. 이 교회의 유일한 다음세대 시각장애인 사역자인 양진철(37) 목사를 지난 23일 만났다.

방문 당시 교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건 바닥에 설치된 시각장애인 점자유도블록이었다. 노란색 블록은 교회 바닥 전체에 설치돼있었다. 계단 손잡이와 벽 곳곳에 점자 안내판이 시선을 끌었다. 시각장애인 교인을 위한 교회의 세심한 배려가 곳곳에 녹아있었다.

계단을 한 층 올라가자 예배당이 나왔다. 입구에는 일반 주보와 점자가 가득 찍힌 하얀색 A4용지 크기의 점자 주보가 놓여있었다. 뿐만 아니라 좌석 사이마다 구비된 점자 찬송가와 교독문은 얼핏 백과사전을 떠오르게 하는 두께와 크기였다.

장애인 사역의 희로애락
서울 마포구 애능중앙교회 전경. 사진=신석현 포토그래퍼

양 목사는 2006년 처음 애능중앙교회를 찾았다. 1급 발달장애을 갖고 있는 6살 어린 동생과 함께였다. 특수학교 졸업 후 성인이 된 동생을 받아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여기저기 수소문해 보호작업장에도 보내봤지만 돌아오는 건 퇴출뿐이었다. 어디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그의 동생을 유일하게 이해해줄 곳은 교회라는 생각에서였다. 그의 삶의 전환점이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양 목사는 “되돌아보면 지금까지 겪은 아픔과 고난은 장애인 사역을 위한 디딤돌이었다”며 “동생을 통해 아픈 친구들을 이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물론 그에게도 고통과 좌절의 시간은 있었다. 고등학교 때 황반변성이라는 병을 앓게 된 것이다. 양 목사의 오른쪽 눈은 시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애능중앙교회 교회학교 교사들도 대부분 시각장애인이다. 하지만 시각장애는 사역의 장애물이 아닌 영혼과 영혼을 잇는 다리다. 장애인이라는 동정은 없다. 시각장애인 교사가 자신과 같은 장애를 가진 학생이 처한 상황과 서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는 마음만 존재한다. 시각장애인끼리 사용하는 전문용어도 설명없이 알아듣는 장점은 덤이다.

‘지저스 아이즈’로 전하는 복음
애능중앙교회 내부에 설치된 점자유도블럭. 사진=신석현 포토그래퍼

애능중앙교회 다음세대는 올해 선교단체 ‘지저스 아이즈’를 설립했다.

지저스 아이즈의 의미는 역설적이다. 하나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복음을 전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카이캄에 정식등록을 하고 캠퍼스, 지역사회, 직장 등에 복음을 전파하고 있다. 선교는 교단을 초월해 초교파적으로 넓게 이뤄져야 한다는 양 목사와 아이들의 바람이다.

애능중앙교회 청소년·청년들은 모두 선교사다.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과에 진학한 청년을 비롯해 골볼 국가대표, 도서관 사서 등 믿음의 사람으로 자라 각자의 자리에서 복음을 전하기 때문이다. 양 목사는 자신이 돌보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기쁨을 주체할 수 없는 듯 목소리와 어조는 높아지고 얼굴에는 미소가 만연했다. 한편 아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 겪은 아픔을 얘기할 때는 눈물을 보이고 목이 메이는 듯 헛기침을 하기도 했다.

사실 지저스 아이즈 사역이 중요한 이유는 ‘제자’를 세우는 데 있다. 올바른 리더를 세워야 신앙의 유산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의 복음화율은 2%가 채 되지 않아요. 그 뜻은 (장애인에게) 복음이 전파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해요. 평생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복음마저 듣지 못한다면 이보다 안타까운 일이 있을까요.”

뿐만 아니라 제한된 정보로만 살아가는 시각장애인은 점자로 된 기독서적을 접할 기회가 별로 없다. 애능중앙교회는 지난 27일 기독 점자 도서관을 가오픈했다. 기존에 교회에서 운영하던 점자 도서관 웹사이트를 재정비하고 새로운 사역의 시작을 알렸다.

장애인 사역자 배출 이어져야

서울 마포구 애능중앙교회 본당에는 시각장애인 성도를 위한 점자 찬송가가 구비돼있다. 사진=신석현 포토그래퍼

양 목사는 인터뷰 내내 시각장애인 청소년·청년을 위한 맞춤 사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형교회에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부서가 있지만 연령대별 차이가 큰 까닭에 정작 다음세대들은 교회를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에 교회학교와 청년부가 있듯이 장애인 사역에도 연령적 특성에 따른 사역이 절실한 실정이다. 양 목사가 다음세대 장애인 사역에 ‘올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유일의 다음세대 시각장애인 사역자’인 그는 자신이 돌보는 다음세대 청년 가운데 시각장애인 사역자가 배출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오는 11월에는 서울 강동구 오륜교회(김은호 목사)에서 열리는 ‘다니엘기도회’ 강사로도 나선다.

“장애인 사역은 하나님께서 저에게 주신 첫 번째 소명이에요. 제가 그동안 걸어온 모든 길은 사역을 위한 예비하심이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 혼자 다음세대 시각장애인을 섬길 수 있는 없어요. 저에게도 동역자가 생겨나길 희망해요.”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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