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그림 그리는 시대, 미대 입시도 바뀌어야 합니다

김경준 2023. 10. 3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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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보다 노트북이 필요한 미대생들... 대학 커리큘럼도 변화하고 있다

[김경준 기자]

통상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미대생의 이미지라고 한다면 대부분 검은색 원통형의 상반신 길이만 한 화구통을 들고 다니며 캠퍼스 잔디밭에 앉아 이젤(도화지나 캔버스를 지탱하는 거치대)을 핀 상태에서 다리를 꼬고 자신만의 그림 세계에 심취해 있는 모습을 이야기하곤 한다.

하지만, 근래에 위와 같이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현실과 환상은 매우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말할 것이다. 최근 미대생들이 가장 많이 들고 다니는 것은 원통형의 무엇이 아닌, 직사각형의 노트북과 태블릿임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이 점차 발전함에 따라 예술가들도 과거 이공계 개발자들만의 영역이라고 말하던 컴퓨터 언어인 HTML와 CSS, 자바스크립트(Javascript)를 학습하게 되면서 미디어 인터렉티브에 눈을 뜨게 된 것이 과거의 대학 미술교육과는 다른, 지금의 미대생들이 마주한 새로운 지평선이라고 할 수 있다.

AI와 예술, 국제 심포지엄서 나온 의미심장한 발언 
 
▲ 2023 KAIST?국제심포지엄, AI+ART SYMPOSIUM?포스터 2023.10.19 KAIST 본원 대강당에서 개최된 예술과 AI의 융합을 다룬 국제 심포지엄 포스터를 캡쳐한 것. 출처 심포지엄 홈페이지
ⓒ KAIST
 
이러한 이야기는 지난 19일 목요일 KAIST 본원 대강당에서 오전 9시에 개최되었던 'AI(인공지능)+ART SYMPOSIUM'에서도 여실히 다뤄졌다. '과학기술 분야를 바탕으로 문화예술 분야의 직면한 새로운 과제를 공유하고 미래형 미술관을 향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목적 아래 개최된 '2023 KAIST 국제심포지엄, AI+ART SYMPOSIUM(사이트 바로가기)'에선 '예술이 선도하는 미래의 기술'과 더불어 '예술과 AI(인공지능)의 인간중심주의에 도전'과 같이 예비 예술가들이 가져야 하는 지향성에 관한 토론이 이어졌다. 

커뮤니케이션 디자인학과 대학생 4학년인 입장에서 바라본 심포지엄의 내용에서 가장 와닿은 점은, 육후이 연사(육후이 네덜란드 로테르담 에라스무스 대학교 철학과 교수)님이 말씀하셨던 이야기 중 다음의 이 말이었다.

"200년 전에 카메라의 등장으로 많은 예술가는 회화가 죽었다고 선언했지만, 그저 새로운 방식의 예술을 창조해 냈을 뿐 예술이 가진 본질을 바꾸진 않았다."

카메라의 등장으로 우려했던 예술의 발전 저해 가능성은 도리어 사실성을 추구하는 예술의 지평을 넓혔다는 것으로, 지금의 우려 사항으로 알려진 AI와 예술 관련 문제도 무작정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이와는 상반되게도 AI 드로잉 프로그램인 미드저니(Midjourney)가 출시된 지 1년 2개월이 지난 현재 시점까진 AI 예술을 실현케 하는 시스템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히 높음을 여실히 볼 수 있다. 가장 최근에서도 현대자동차가 개최한 디지털 아트 콘테스트 'Drawing Longest Run'에서 3등으로 제안된 수상작이 AI가 그린 작품이라는 비판 여론에 휩싸이자, 현대자동차 측에서 공지 없이 3등 작을 내려버린 것을 보았을 때 일반인들의 시점에서 AI의 그림은 창작물이라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만연한 것으로 보인다.

AI와 예술이 융합된 현재 미술대학 커리큘럼 
 
▲ 건국대학교 현대미술학과 3학년 교육과정 과학기술을 활용한 미술교육을 중점으로 하는 건국대학교 현대미술학과의 전공목록 이미지이다.
ⓒ 건국대학교
그러나 이러한 거부감과는 달리, 국내 상위 5개 미술대학교에서 최근 미디어아트와 관련된 수업을 필수 커리큘럼에 포함하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건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디자인학과의 3학년 전공 수업인 '혼합미디어' 수업의 커리큘럼엔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인 '미드저니(MIdjourney)'를 사용한 유니티(Unity)라는 게임 엔진 프로그램으로 결과물 만들기가 최종 프로젝트로 자리 잡고 있다. 구현하고자 하는 게임의 스토리 배경과 인물의 시안작업을 미드저니를 사용해도 된다고 공지하면서, 9주차 수업에 미드저니 사용법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이는 정해진 기간 안에서 학생들의 작업 효율을 고려했을 때, 원화까지 더불어 Javascript를 이용해 게임 프로그래밍까지 학생 혼자서 하기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에 내린 결정으로, 이러한 취지에서 봤을 때 이 수업의 교육 방향이 과연 문제가 되는 것일까에 대해선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비단 디자인 학과만의 성향만이 아니다. 건국대 현대미술학과의 전공 수업의 목록을 보면 '디지털편집', '디지털 세미나', '웹 비디오' 와 같이 과학기술이 반영된 디지털 도구들을 탐색하여 자신만의 예술적 가치관에 접목하는 훈련을 계속 해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더불어 'VA/AR 워크샵'이라는 수업까지 편성하여 예술로 만드는 가상세계를 메타버스로 제작하는 과정도 최근 커리큘럼에 포함해, "동시대의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첨단의 전문적인 미술 전반을 훈련하는 데 그 목적을 둔다"라는 교육목표에 맞게, 다가오는 시대에 대응하고 있다(홈페이지 참조).

"그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이곳에 왔을 뿐인데, 먹고 살기 위해선 노트북 키보드만 두들기고 있네요." 

건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디자인학과를 졸업하여 금융 IT업계의 대기업중 하나인 토스(toss)의 인터렉션 디자이너로 취업에 성공한 강지혜 학우가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다. 일명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 민족 등 기업의 앞글자를 딴 용어이다.) 포함 IT분야의 기업들이 건국대학교 예술대학에서 진출하는 분야로 1위를 선두하는 것을 보면, 미대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도화지가 아니라 노트북과 노트북 충전기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미술학원 보조강사 3년 해보니... 변화 없이 입학만 중시하는 입시문화

대학교육에서 추구하는 방향성이 변화하는 과학 기술의 양상을 따라간다면 고등교육에서의 미술 입시 또한 이러한 추세에 맞춰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술학원 보조강사를 3년 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하면서 필자가 느낀 것은 이렇다. 현재 미술 원들에서 하듯이 팔레트를 들고 붓질하는 아날로그식의 입시 스타일이, 그저 대학교에 입학하기만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과 관련한 3d 기술력과 미드저니 같은 AI 시스템을 오히려 예술가들이 미리 학습해서 전문적으로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고등학생 때부터 배워간다면 훨씬 수월하게 사회에 나아가서 본인의 자리를 찾을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예비 예술가들이 받는 교육들에 과학기술을 활용한 예술에 대한 개념이 없다면, Ai가 예술을 한다는 것에 대한 괴리감이 더 심해질 것이고 여태껏 도화지에 그림만 그렸던 자신의 현실을 개탄하게 될 것이다." 

KAIST 국제 심포지엄에서 나온 발언도 이와 같은 통찰을 가진다. KAIST 이진준 아트앤테크놀로지 센터장은, 예술의 영역에 발을 들인 AI 기술력은 우리의 표현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유려한 수단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술이라는 뼈대 위에 AI라는 콘크리트로 자신의 예술적 기틀을 단단하게 다지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임을 인지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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