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세종은 규제 팍팍 푸는데, 관광1번지 청남대는 요지부동
최종권 2023. 10. 31.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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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호텔 건립·수변 상가 업종 확대”
충청권 자치단체가 규제에 발목 잡힌 시설 건립을 놓고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행정수도'로 불리는 세종시는 상가 공실과 정부청사 인근 숙박시설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고 입지 규제를 풀었다. 반면 옛 대통령별장 청남대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충북도는 겹겹이 쌓인 환경규제에 막혀 새로운 사업을 거의 못하고 있다.
31일 세종시에 따르면 시는 도심 상업지역에 소규모 호텔을 짓고, 금강 수변상가 입주 업종을 대폭 늘리는 지구단위계획을 고시했다. 신규 호텔 건립 허용 부지는 어진동(1-5생활권)과 나성동(2-4생활권)에 있는 중심상업지역이다. 주민 여론을 고려해 주거지와 100m, 학교에서 200m 이상 거리를 두는 지역에 5개 블록 14필지를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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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변 상가에 학원·헬스장·의원 영업 가능
이 땅은 원래 30객실 이상 ‘일반 관광호텔’만 지을 수 있었다. 규제 완화에 따라 20~30개 객실을 갖춘 소형 호텔·호스텔을 지을 수 있다. 호스텔은 내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샤워장, 취사장, 문화·정보 교류시설 등을 갖춘 숙박시설이다. 현재 세종시 신도시 구역엔 호텔 3곳이 영업한다. 객실은 679개에 불과하다.
남지현 세종시 건설교통국 사무관은 “중앙부처가 몰려있는 세종시에 공무원이 출장을 왔다가 ‘잘 곳이 없다’는 불만이 많았다”며 “3년 뒤에 열릴 국제정원도시박람회와 2027년에 충청권 공동으로 개최하는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치르기 위해서라도 숙박 시설 추가 건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높은 공실률로 수년째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금강 수변상가엔 입주 업종이 확대된다. 6월 기준 상가 공실률은 47.5%다. 상가 2곳 중 1곳은 빈 상태다. 시는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 의원·학원과 당구장·헬스장 등 소규모 체육시설이 들어올 수 있도록 허용 용도를 추가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허용용도 완화 조처로 소상공인 경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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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남대 모노레일·구름다리 줄줄이 답보
하지만 충북 청주시 상당구 대청호변에 있는 청남대는 환경규제로 추가 시설 건립에 애를 먹고 있다. 충북도는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 청남대 방문 당시 일부 구역을 상수원보호구역에서 해제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6개 단위사업이 가능하도록 환경부에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
주차장에서 전망대를 오를 수 있는 모노레일 건립, 친환경 선박 운항, 방문객이 식사할 수 있는 관람지원 시설, 대청댐과 청남대를 연결하는 보행교 건립, 2㎞ 길이 백합나무길 조성, 문의면 유스호스텔 건립 등 사업이다. 김종기 청남대관리사업소장은 “환경부에 청남대 활성화 관련 사업을 요청했지만, 수개월째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며 “오폐수 배출을 하지 않고, 생태보전을 고려해서 시설을 운영하면, 수도법이나 대청호특별법 등 규제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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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환 “청남대서 라면 한 그릇 먹게 해달라”
환경단체는 청남대 개발을 하더라도 규제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지난 30일 청남대 축제 기간에 운영한 푸드트럭과 신규 조성한 주차장이 “수도법 위반”이라며 반발했다. 이 단체 박종순 정책국장은 “청남대는 상수원보호구역에 있어서 지자체 관리·감독이 중요함에도 충북도가 푸드트럭 운영 등 수도법 위반 사항을 눈감아주고 있다”며 “청주시에 잔디광장이라고 허가를 받아 설치한 주차장도 불법이다. 조성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북도는 푸드트럭 운영을 중단했지만, 주차장은 “친환경 보도블록으로 설치한 다용도 잔디광장이 맞다”고 해명했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주말이면 청남대에 수만 명이 몰리는 데도 배가 고파서 컵라면 한 그릇, 차 한잔 못 팔고 있는 실정”이라며 “진입로를 여러 갈래로 내고, 간단한 식사라도 할 수 있게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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