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스] ‘날씨 경영’ 이어 ‘공기 장사’ 뛰어든 퍼스트 펭귄
G밸리의 혁신가(07)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
1997년 민간기업 최초로 기상산업에 진출, 현재 4000여 개 업체에 기상 데이터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케이웨더는 날씨 경영과 기후변화에서 미래를 본 퍼스트 펭귄이다. ‘날씨 읽어주는 CEO’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는 ‘보이지 않는 공기를 보이게 관리하는 사업’으로 시즌 2를 열었다.
편의점업계는 지역별 기상 데이터를 전국 점포에 전송하고, 판매시점정보관리시스템(POS)을 통해 오늘과 내일의 기상예보를 평균 2시간 단위로 제공한다. 이를 통해 가맹점주는 최근 날씨에 따른 판매 이슈를 확인하고, 예보된 다음 주 날씨에 맞춰 상품 종류와 발주량을 조절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흐린 날 소주가 몇 병 팔리고, 기온이 어느 수준 이상 올라갔을 때 아이스크림 매출이 늘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김밥의 경우 날씨에 따라 어떤 재료가 인기인지도 체크할 수 있다. 편의점업계는 이 시스템으로 재고 비용과 폐기 물량을 줄여 식품 전체 매출을 30% 이상 끌어올리기도 했다.
기후에 민감한 의류업계에는 ‘날씨가 영업상무’라는 말이 있다. 의류업계 매출은 경기 30%, 기후에 70%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ZARA, H&M, 에잇세컨즈 등 다품종 소량생산의 패스트패션(SPA) 브랜드가 급성장한 것도 마찬가지다. 사계절의 주기가 달라지는 등 기후변화가 빠른 한국 날씨에 발 빠르게 대응한 덕분이다. 제과 브랜드 파리바게뜨도 2012년부터 날씨판매지수를 활용하고 있다. 매장에서는 무더운 날씨엔 크림빵을, 비오는 날엔 기름기 많은 피자빵을 더 많이 구워낸다.
이처럼 기후 마케팅을 가능케 한 기업이 바로 케이웨더다. 1997년 기상산업에 최초로 진출한 민간기상기업으로, 현재 4000여 개 업체에 폭염·폭우·폭설·홍수·태풍·낙뢰·꽃가루 등 기상 콘텐트를 제공한다. 날씨 예보에도 기상청만큼이나 자주 등장한다. 최근엔 공기 데이터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20여년간 쌓아온 날씨 관련 노하우와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로 수집한 공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활공간 전반을 아우르는 환경 데이터 전문기업을 목표로 한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는 기상산업의 ‘퍼스트 펭귄’이다.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어 데이터 수집에서 제품·서비스 개발까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시장을 개척했다. 사업 초기엔 ‘기상 정보는 공짜’라는 인식 탓에 ‘봉이 김선달’ 소리를 듣기도 했다. G밸리 본사에서 만난 그는 “앞으로는 미세먼지, 오존, 라돈 등 공기 관련 리스크 관리가 우리 삶의 질을 높여주는 중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날씨와 마찬가지로 실외 공기는 조물주의 영역이지만 실내 공기는 사람이 분석·예측·대응할 수 있는 분야”라며 “환경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에서 정확한 공기 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분석해 청정 공간으로 바꾸는 ‘실내 공기질 인공지능(AI) 토털관리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4000여 업체에 ‘돈 되는 날씨 정보’ 제공
김 대표는 당시 컨설팅을 맡았던 회사에 합류해 국내 최초의 민간기상기업 케이웨더를 설립했다. 1997년 7월 1일 기상청에 1호로 등록할 당시 이름은 ‘한국기상정보’였다. 그는 “처음엔 기상정보회사 운영이 목표였는데 날씨 분야를 공부할수록 사업 기회가 보이기 시작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자연재해가 늘어나면서 기상정보사업은 성장성이 높은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고, 미국과 일본 등에선 비즈니스 모델도 있어서 기상업체를 직접 차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맨땅에 헤딩’하는 사업이라 창업 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우선 기업들은 날씨 정보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돈 주고 사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그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돈을 많이 줘야 좋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데이터는 공짜라고 생각하는 현실이었다”며 “무형의 데이터를 유료화화는, ‘서비스는 공짜’라는 인식을 바꾸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날것의 정보를 가공해 고부가가치 콘텐트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했다.
사업 모델도, 기업 브랜드도 약하니 마케팅이라고 제대로 될 리 없었다. 김 대표는 ‘주목받을 만한’ 거물급 인사 영입에 나섰다. 1990년대 TV를 틀면 나왔던 김동완 날씨 캐스터를 임원으로 모신 것. 김 캐스터와 함께 다니면서 영업을 하자 “김동식 사장이 김동완 캐스터 아들”이라는 오해도 여러 차례 받았다고 한다. 초라한 사무실 때문에 계약서 사인을 눈앞에 두고 무산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영업인지 강의인지 모르게 창업 후 3년 동안 뛰고 나서야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상 관련 각종 데이터를 가공한 뒤 수치예측 모델을 수립해 나온 성과물을 기업과 지자체에 제공했다. 전문 인력과 장비 개발에 많은 시간과 자본을 투자했다. 그사이 김 대표는 한국기상학회 이사, 한국기상산업진흥원 이사, 한국대기환경과학회 이사,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기상산업연합회 회장과 환경부 중앙환경정책위원 등을 맡고 있다. 2008년 신지식인, 2014년 ‘데이터 그루’에 선정되는 등 기상산업의 개척자이자 산증인이 됐다. ‘날씨 경영’이란 개념도 그가 만들어냈다.
현재 케이웨더의 기상예보와 콘텐트는 산업계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특히 유통, 에너지, 건설, 언론 등 4000여 회원사에 특화된 맞춤 날씨 데이터를 제공하는데, 해당 기업의 날씨 경영 솔루션을 더해 부가가치를 높였다. 기상청 자료와 해외 제휴사 수치모델자료, 기상 관측장비 등을 통해 관측 데이터, 기상예보, 방송 콘텐트를 제공하는 기상 빅데이터 플랫폼도 운영 중인데 기상 데이터 시장의 약 90%를 점유하고 있다. 그 결과 2021년 매출 114억원에 영업이익 6억원으로 흑자전환 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170억원, 영업이익 7억원으로 성장했다.
퍼스트 펭귄 시즌 2는 ‘미세먼지 잡는 환기청정’
김동식 대표는 “그동안 폭우, 폭설, 태풍 등 날씨 데이터에 민감했다면 앞으로는 날씨뿐 아니라 미세먼지, 오존, 라돈 등 대기 관련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우리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라며 “날씨는 실외 공간 영역으로, 태풍, 홍수, 낙뢰 등은 우리가 컨트롤하기 어려운 신의 영역이지만 실내 공기는 분석, 예측뿐 아니라 공기질까지 높일 수 있는 인간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이지 않는 공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강조한다. 케이웨더가 제공하는 에어가드K 실외공기측정(OAQ) 서비스는 사물인터넷(IoT) 기반으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온도, 습도, 소음 등을 측정할 수 있으며 실내의 이산화탄소 농도까지 알려준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 확보가 필수인데, 케이웨더는 전국 6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실외측정기 3000여 개를 설치했다. 주요 학교, 아파트 단지, 도서관 등 1000여 개 지점에 추가로 설치하는 등 공기 데이터 확보에 주력했다.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 4월 선보인 ‘인공지능(AI) 환기청정솔루션’은 실외, 실내 공기 데이터를 비교분석하여 환기, 공기청정, 바이패스 공기청정 모드가 자동으로 변환·운전되며 환기 시기, 환기량을 자동 조정해 냉난방 시 70% 이상의 에너지 저감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사용자 공간 유형과 사용 목적에 따른 최적의 환기청정기 운영 알고리즘이 작동하고 항균, 항바이러스 필터 등 다양한 종류의 고성능 필터가 적용된다.
케이웨더는 추후 상장을 통해 공기 관련 서비스를 육성할 계획이다. 지난 3월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상장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 맡았다. 구주 매출 없이 전량 신주 발행으로 공모할 계획이며, IPO로 마련한 자금은 신사업 확대에 쓰일 전망이다. 김 대표는 “환기청정 플랫폼 사업은 시설 투자 등 진입장벽이 존재해 이를 선점하기 위해서는 투자유치가 필요하다”며 “내년 상반기에 예비심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는 기업경영의 3대 위험 요소
없던 비즈니스를 개척한 것은 큰 보람이다. 현재 주력하고 있는 공기 사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아직 국내 공기 분야 대표 기업이 없어 공기 데이터 가격 측정부터 서비스 범위까지 예전처럼 케이웨더가 직접 개척해야 한다. 김 대표는 “날씨 관련 사업을 보면 우리 회사가 걸어온 길이 업계의 표준이 되고 있다. 공기 사업에서도 책임감을 느끼고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기후변화로 날씨는 이제 기업경영의 3대 위험 요소 중 하나가 됐다”며 “예전에는 실적이 좋으면 CEO의 능력 덕분이고, 안 좋으면 날씨 탓이라고 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날씨로 인해 실적이 안 좋으면 날씨 변화에 대처하지 못한 CEO 탓”이라고 말했다. “날씨라는 위험 요소는 이제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닌,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됐습니다. 개인과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인 것이죠. 기후를 예측해 위험을 최소화하고 더 나아가 기업경영의 기회와 경쟁력으로 삼아야 합니다. 어찌됐든 기상이변은 더 심해질 테니까요.”
- 조득진 선임기자 chodj21@joongang.co.kr _ 사진 최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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