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나쁘지만..." 원주 아카데미극장 철거에 영화계 성토
[성하훈 기자]
영화계와 지역 시민들이 보존을 원했던 원주 아카데미극장이 지난 30일 철거에 들어가면서 영화인들이 공분하고 있다. 한국영화의 역사가 담긴 지역 단관극장의 문화적 가치를 무시한 일방적 철거를 반대했던 영화계는 "한 시대의 역사를 폐허로 만들었다"라며 성토했다(기자주- 단관극장: 스크린 한 개의 옛날식 영화관).
그간 철거를 막기 위한 지역 주민들의 행동에 적극 연대했던 영화인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25일 영화인 및 관객 1194명, 영화 및 문화예술단체 42곳이 공동 성명을 발표했고, 28일에는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을 비롯한 3명이 경찰에 강제연행됐을 만큼 강제 철거 반대에 몸을 사리지 않았다. 임순례, 이명세, 민용근, 김초희, 장건재 감독, <오마주> 이정은 배우 등이 철거 반대 캠페인에 동참하기도 했다.
▲ 지난 25일 국회서 열린 아카데미 철거 중단과 문화재 지정을 촉구하는 영화인 긴급 기자회견 |
ⓒ 아카데미 친구들 제공 |
아카데미극장 지키기에 열성적으로 나섰던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관장은 "우리나라 극장과 관객문화사를 다음 세대들이 경험하게 하려면 아카데미극장 건물이 존재해야 했다"라며 "한두 개의 건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지역의 다양한 개성을 가진 극장들이 남아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원승환 관장에 따르면, 지역 요지에 위치한 단관극장은 원도심 쇠퇴 이후 경제 논리에 따라 재단장이 쉽지 않다. 이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지역 공동체가 중요한데, 원주에는 극장의 존재 가치와 역사적 가치를 아는 지역 공동체가 존재하고 있었는 것.
원승환 관장은 "아카데미극장의 건물주가 이 극장의 보존을 전제로 매매를 결정한 것도, 2022년 1월 원주시가 이 극장을 매입해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유휴공간 문화재생 활성화' 사업에 선정되어 모두 39억 원의 예산을 확보한 것도 모두 아카데미극장을 미래의 지역민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진 공동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원주시의 철거 강행은 이런 지역 사회의 의지와 영화계의 바람을 모두 짓밟은 모양새가 됐다.
▲ 30일 철거가 강행된 원주아카데미극장 |
ⓒ 아카데미 친구들 제공 |
원주 아카데미극장은 지난 2005년 멀티플렉스 극장에 밀려 폐관된 채 15년간 방치됐으나 2015년 말부터 오래된 극장을 보존하자는 움직임이 일면서 관심을 받아왔다. 2016년 원주도시재생연구회와 원주영상미디어센터가 '아카데미 살리기' 프로젝트을 시작했고, '아카데미로의 초대'라는 시민 포럼을 열어 설문조사를 통해 아카데미극장의 활용을 고민했다.
2020년 8월에는 아카데미 보존을 위해 만들어진 모임인 '아카데미의 친구들'이 나서 '안녕 아카데미' 행사를 시작했고 14년 만에 극장도 문을 열게 됐다. 이들은 직접 극장 내부를 청소하고 단장했다. 또한 더 많은 시민을 초대해 극장을 배움과 만남, 놀이의 공간으로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갔다.
2022년 1월 원주시가 보존을 전제로 극장을 매입한 이후 시사회, 시민교육뿐 아니라 '아카데미 원탁회의 100인 토크', '시민상상워크숍' 등을 열어 인근 상인, 장년층, 문화예술가들과 아카데미 활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했다.
▲ 옛 원주 아카데미극장 모습 |
ⓒ 아카데미 친구들 제공 |
이송희일 감독은 "많은 분들이 애썼는데, 너무 안타깝다"라며 "'국민의힘 나쁘다'보다 '우리는 왜 이 오래된 극장을 지키지 못했나'에 더 마음이 쓰인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어 "문화적 유산과 공공성을 파괴한 자리에 기껏 주차장을 만든다고 한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카데미극장에 대한 추억이 있는 최지웅 영화 포스터 디자이너는 "40년 후에 개관 100주년을 맞이하는 원주 아카데미극장이 2023년 10월 30일 결국 이렇게 됐다"라며 비통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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