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땡잡았어요"…1500만원 피해 막은 택시기사의 놀라운 신고

경찰과 문자메시지 주고받으며 공조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긴급 체포

범인에게 들키지 않으려 일반적인 통화 내용으로 신고한 택시 기사의 기지와 이를 허투루 넘기지 않은 경찰의 공조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의 현금 수거책을 붙잡았다.

31일 경기 수원서부경찰서는 전날 오후 경기 안성시 공도읍 한 길가에서 50대 피해자로부터 현금 1500만원을 가로챈 40대 A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A씨는 사기 방조 혐의를 받는다.

그는 금융기관 직원인 것처럼 행세해 저금리로 대출을 갚아주겠다고 피해자를 속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A씨가 피해자로부터 돈이 두둑이 든 것으로 보이는 봉투 두 개를 건네받은 것을 수상히 여긴 택시 기사 B씨(55)의 경찰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B씨는 왕복 호출을 받고 수원시 팔달구에서 A씨를 태워 안성시 공도읍 한 길가에 그를 내려줬다. 그러다 잠시 정차한 사이 B씨가 돈 봉투를 전달받는 범행 모습을 목격한 것이다.

B씨는 A씨를 다시 택시에 태워 수원으로 돌아가던 가운데 112에 전화를 걸어 "형, 저예요, 저 택시 하잖아요. 땡잡았어요"라고 말했고, 통상적인 신고 내용과 다른 B씨의 전화 의도를 알아챈 경찰은 B 씨에게 전화를 끊게 한 뒤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A씨 검거 작전을 세웠다.

B씨가 경찰과 문자를 주고받는 동안 "승객이 보이스피싱범으로 의심된다"는 내용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의 하차 지점인 수원역 인근에 대기하고 있다가 택시에서 내리던 그를 긴급체포했으며, A씨가 가지고 있던 피해 금액 1500만원도 함께 압수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건당 20만원을 준다는 고액 알바 광고를 보고 (범행)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알려졌다.

피해자는 경찰에게 연락받기까지 자신이 보이스피싱에 당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로부터 현금을 전달받으려 한 보이스피싱 조직에까지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