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출판계, 10년 전과 무엇이 달라졌나

2023. 10. 3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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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짚고 미래를 전망할 때 빠지지 않는 주제가 바로 출생률 감소와 인구 절벽이다.

거의 모든 문제가 이와 연결되어 있어 이를 풀지 않고는 해법을 찾는 게 불가능해 보인다.

당시 행사에 가수 김C가 출연해 대중음악 산업에서 큰 이슈였던 음원 정액제 폐지 논의를 전하며 이것이 비단 음악만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 전반의 과제이고 출판과도 연결된 지점이 있을 텐데 함께할 의지와 기회가 없었음을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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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짚고 미래를 전망할 때 빠지지 않는 주제가 바로 출생률 감소와 인구 절벽이다. 거의 모든 문제가 이와 연결되어 있어 이를 풀지 않고는 해법을 찾는 게 불가능해 보인다.

출판 역시 다르지 않은데 최근 이와 관련해 두 가지 방향의 고민이 이어지고 있다. 첫째는 출생률과 관련해 곧 다가올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어린이 분야 도서 시장의 위축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이고, 둘째는 인구 비율이나 독자 비율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386세대가 노년에 접어드는데 이들의 지속적인 독서를 위해 필요한 콘텐츠의 내용과 형식은 무엇인가 하느냐다.

이렇듯 상황과 추세를 파악하고 이를 준비하는 일은 마땅한데 문제의 어느 층위까지 관여해야 할지, 할 수 있을지는 또 다른 과제다. 몇 해 전 출판 관련 토론회에서 점차 낮아지는 젊은 세대의 독서율을 어떻게 진작시킬 수 있을지 논의가 오갔는데, 청년 대상의 주거 안정 정책과 기본 소득 확대가 절실하다는, 언뜻 보면 출판의 맥락에서 가능한 혹은 필요한 이야기일까 싶은 답변을 굳이 언급했던 기억이 난다. 서점 분야별 연령대 매출 비중에서 20대가 40% 이상을 차지하는 분야가 외국어, 수험서, 자격증이라는 현실도 이 논의에서 함께 다룰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느 층위의 구조까지 염두에 두느냐에 더해 어느 범위까지 넓혀 볼 것인지 연결의 시선도 살펴야겠다. 지난 8월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준비한 범출판문화계 집회가 열렸다. 출판 관련 정부 지원이 줄어드는 현실에 위기감을 느낀 업계가 목소리를 모아 투쟁에 나선 것이다. 소식을 듣고 10년도 지난 일이 떠올랐다. 2012년 ‘출판문화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고 출판 관련 정책 제안을 외치는 집회가 열렸다. 당시 행사에 가수 김C가 출연해 대중음악 산업에서 큰 이슈였던 음원 정액제 폐지 논의를 전하며 이것이 비단 음악만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 전반의 과제이고 출판과도 연결된 지점이 있을 텐데 함께할 의지와 기회가 없었음을 아쉬워했다.

그럼에도 출발은 업계 안에서의 고민과 논의일 텐데 생존이라는 엄중함 앞에서 개별 상황에 대응하는 세부 방법 외에 업계의 향방과 도전을 논의하는 자리 혹은 논의의 지점은 두드러지지 않는 듯하다. 오래전 일이지만 출판계에서 화제를 모은 논쟁이 있었는데 내용은 대략 ‘몇 년 안에 매출액 1000억원에 이르는 단행본 출판사가 나타난다면 그리고 나타나길 희망한다면, 이런 출판사의 대형화가 한국 출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였다. 그때로부터 17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해당 규모에 이르는 단행본 출판사는 출현하지 않았지만 임프린트, 분사, 전문 편집자 등 개성과 규모를 아우르는 출판사의 적절한 형식을 두고 논의뿐 아니라 도전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돌아볼 사례라 하겠다.

논의에 참여하는 주체에서는 큰 진전이 있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를 비롯한 다양한 출판 노동자의 목소리로 그간 업계 내에서도 소외된 외주 노동자 처우 논의가 본격화되었고, 이런 흐름은 작가 노조 준비로도 이어지고 있다. 늘 ‘출판의 문제’였음에도 그간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들이 속속 알려지며 얼마나 다양한 이들이 함께 출판을 일구고 있는지를 새삼 깨닫는다. 어쩌면 문제를 푸는 해법을 찾지 못해서가 아니라 아직 문제를 충분히 모으지 못해 해결이 요원해 보이는 것 아닐까 싶다. 매출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자 궁극의 해결책이라는 무책임한 말보다 책과 출판에 얽힌 작은 요소라도 지나치지 않고 책과 출판의 범위를 최대한 넓혀 사고하는 자세가, 설령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더라도 쓰러지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라 믿는다.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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