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공원·차이나타운을 파이로 만든다면 무슨 맛일까
[글 정경숙·사진 임학현]
▲ 남촌회관의 ‘인천 명소 4종 파이’, 그리고 자몽에이드 '월미도 썬셋' |
ⓒ 임학현 포토 디렉터 |
온몸의 감각을 열고, 인천을 오롯이 음미한다. 인천의 고유한 먹거리와 정성 어린 손맛으로 완성하는 오감 만족 레시피. 인천대공원, 소래습지, 강화도 노을, 차이나타운 짜장면 등 정성스레 빚은 '인천 명소 4종 파이'를 한입 베어 문다. 달콤 보드레한 맛과 향이 입안 가득 번진다.
남촌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섬, 도시의 '노스탤지어; 그리움'. 베이커리 카페 '남촌회관'엔 그 섬의 시간이 느리게 흐르다 고요히 머문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15년간 마음 다해 따뜻한 밥을 짓고, 인천 사람 저마다의 사연이 머물다 간 '산너머남촌'이 그 시작이다.
정성과 온기를 잇다
"시간의 힘을 믿어라."
아버지는 남매에게 늘 말씀하셨다. 자그마치 18년, 가족의 시간이 도시의 섬 '노스탤지어; 그리움' 남촌에 머문다. 산너머남촌은 이 일대는 물론 많은 인천 사람에게 친숙했던 밥집이다.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 전, 산과 논밭만 펼쳐진 시절부터 곤드레나물밥과 한식 정찬을 한 상 가득 차려 냈었다. 음식을 먹는다는 건, 그 분량만큼 삶을 채운다는 의미. 추억을 쌓고 생명력을 더하는 일이다.
식당을 꾸려온 박성배(83) 씨 가족에게도 그곳은 밥을 지어 밥벌이하는 삶의 터전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하나 어찌 알았겠는가. 느닷없이 나타난 바이러스가 가족이 뿌리내린 삶의 근간을 뒤흔들려 할 줄은. 하나 끼니때마저 텅 빈 자리를 보고도 아버지는 단단했다.
"지켜야 한다. 반드시 지킬 것이다. 내가 어떻게든 꾸려갈 테니 너희는 아무 걱정 말거라."
아버지의 그 뜻은 딸 박민영(47)씨가 묵묵히 따르고 있다. 인천 사람들이 사랑하던 밥집은 그 시절 정감이 흐르는 베이커리 카페로 오늘 기지개를 켰다.
"남촌회관은 산너머남촌의 정성과 온기를 이어갑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이 자리에서 매일 정성스럽게 밥을 짓고 국을 끓인 것처럼, 저도 아침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빵을 굽고 커피를 내리지요. 그 안에서 함께 하나둘 주름 늘어가는 단골들도 만납니다."
긴 시간 수많은 사람의 사연이 머물다 간 자리엔, 여전히 웃음이 묻어나고 눈물이 배어난다. 누군가 카페에 앉아, 그때 온 가족이 나누던 따뜻한 밥상을 기억해 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 자리에서 매일
정성스럽게 밥을 짓고 국을 끓인 것처럼,
딸도 아침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빵을 굽고 커피를 내린다.
그 안에서 함께 하나둘 주름 늘어가는 단골들을 만난다.
▲ 몸과 마음을 누이기 좋은 평상 자리. 시골집 마당의 평상에 누워 밤하늘의 별을 세던 생각이 난다. |
ⓒ 임학현 포토 디렉터 |
▲ 도시의 ‘노스탤지어; 그리움’의 정서를 품은 ‘남촌회관’ |
ⓒ 임학현 포토 디렉터 |
새롭고도, 깊이 있는 맛
인천대공원을 파이로 만들면 어떤 맛일까? 그렇다면 소래습지, 강화도 노을, 차이나타운 짜장면은? 인천 사랑이 가득한 이 즐거운 상상이 '남촌회관' 주방에서 실현됐다. 이름도 정겨운 '인천 명소 4종 파이'다.
'인천대공원'은 대파 크림 파이다. 송송 썬 대파로 싱그러운 풀밭을, 밀가루·버터·설탕을 섞어 만든 크럼블로 수더분한 땅 빛을 표현했다. 나만의 '작은 대공원'이 접시 위에 먹음직스럽게 놓여 있다. 우리 입맛엔 익숙하지만, 파이에는 잘 쓰지 않던 대파를 곁들여 눈으로 먼저 맛을 상상하게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러했듯이, 딸은 맛의 깊이를 간직하면서도 새로움을 찾아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 중심은 오롯이 인천을 향한다. 인천 땅에서 나는 먹거리와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손맛을 버무려 남촌회관 스타일로 새롭게 창조해 냈다. 인하대학교 후문 길거리에서 호호 불어가며 먹던 계란빵은 크루아상 반죽에 구운 대파와 명란 크림소스, 트러플 페이스트 등을 얹고 또 다른 '인천의 명물'이 됐다.
도심이지만 자연의 들숨과 날숨에 호흡을 맞추는 이 일대의 분위기를 살려 '밭에서 온 찰옥수수 아포가토', '새참 브런치 플레이트' 같은 메뉴도 선보인다. 이 가을, 햇살 비추는 남촌회관 창가 자리에 앉아 '월미도 썬셋' 한잔 어떤가? 행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 송송 썬 대파로 싱그러운 풀밭을, 크럼블로 수더분한 땅 빛을 표현했다. 나만의 ‘작은 대공원’이 접시 위에 먹음직스럽게 놓였다. |
ⓒ 임학현 포토 디렉터 |
▲ 대파 크림 파이 재료 |
ⓒ 임학현 포토 디렉터 |
파이 재료(10개 분량)
박력분 90g, 버터 5g, 달걀노른자 8g, 물 21mL, 소금 약간
로투스 크림 재료
동물성 생크림 80g, 식물성 생크림 40g, 로투스 크럼블 80g
대파 크림소스 재료
크림치즈 400g, 슈거 파우더 40g, 파 280g, 마요네즈 40g, 소금·후추 약간씩, 올리브유 약간
'인천대공원' 대파 크림 파이 레시피
유명 셰프가 만든 음식도, 예약해야 먹을 수 있는 고급 레스토랑 메뉴도 아니다. 배고프면 언제든 마음마저 든든히 채워주는 맛. '시민 셰프'를 위한 '인천 오감 레시피'. 대파 크림 파이 '인천대공원', 브라운 치즈 파이 '소래습지', 홍시 파이 '강화도 노을', 초코파이 '차이나타운 짜장면'. '남촌회관'에서 인천 명소 4종 파이 중에 '인천대공원'의 레시피를 시민께 특별 공개한다.
▲ 대파 크림 파이 만드는 방법 |
ⓒ 임학현 포토 디렉터 |
① 박력분에 버터를 넣고 스크래퍼로 잘게 자르면서 섞은 후 손으로 보슬보슬하게 만들어 준다.
② ①에 달걀노른자, 물, 소금을 넣어 반죽한 후 뭉쳐지면 비닐봉지에 넣어 1시간 휴지시킨다.
③ ②의 반죽을 밀대로 밀어 원형 틀로 자른 후, 머핀 팬에 넣고 크기에 맞게 얇게 눌러주고 누름돌을 넣은 후 170℃ 오븐에 15~20분 구워 식힌다.
④ 냄비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매운맛만 빠지도록 대파를 빠르게 볶아 식힌다.
⑤ 볶은 대파와 로투스 크럼블은 약간 남겨둔다.
⑥ 볼에 크림치즈를 담고 슈거 파우더, 마요네즈, 소금, 후추를 넣고 골고루 섞은 후 볶은 대파를 넣어 겉 크림을 만들어 짤주머니에 넣는다.
⑦ 믹서에 동물성 크림과 식물성 크림을 넣고 돌린 후 크림이 올라오면 로투스 크럼블을 넣고 섞어 속 크림을 만들어 짤주머니에 넣는다.
⑧ 식힌 파이에 로투스 크림(속 크림)을 짜고 그 위에 대파 크림(겉 크림)을 짠다.
⑨ 크림 위에 볶은 대파를 충분히 묻힌 후 로투스 크럼블을 올려 '인천대공원' 대파 크림 파이를 완성한다.
요즘은 대파 크림이 대세
파 향이 솔솔~ 대파는 특유의 풍미로 요즘 '핫'하게 떠오른 식재료다. 대파를 곁들인 해외 프랜차이즈 햄버거에 도넛, 베이글, 떡볶이, 라면 등이 속속 등장하며 색다르게 오감을 사로잡고 있다. 인천 명소 4종 파이 중 '인천대공원'은 대파 크림 파이다.
부드러운 크림치즈에 향긋한 대파를 곁들여 맛의 풍미를 한껏 끌어올렸다. 대파는 열을 가하면 매운맛은 사라지고 단맛이 확 올라오는데, 은은한 대파 향이 크림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고소함을 채운다. 가까운 남촌농산물도매시장에 가면 이 땅에서 나는 자연의 산물을 사시사철 싱싱하게 접할 수 있다.
▲ 인천 오감 레시피 : 남촌회관 '인천대공원' 대파 크림 파이 유튜브 섬네일 |
ⓒ 굿모닝인천 |
글 정경숙 본지 편집위원│사진 임학현 포토 디렉터
요리 박민영 '남촌회관' 이사, 서진성 제빵 셰프│스타일링 강지인·김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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