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망자의 날', 죽음 기억하는 게 왜 의미있냐면
[이안수 기자]
▲ 한 장례회사가 티후아나의 중심거리에 마련한 '망자의 날'제단. 올해 세상을 떠난 배우들을 기리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
ⓒ 이안수 |
지금 멕시코는 '망자의 날(디아 데 무에르토스, 스페인어: Día de Muertos, Day of the Dead)' 행사로 떠들썩하다. '망자의 날'은 죽은 자들이 가족과 친지들을 만나기 위해 1년에 한 번 하늘에서 내려와 지상의 집으로 돌아오는 날로 매년 10월 31일~11월 2일에 기념한다. 가족들은 죽은 조상들을 맞고 기리기 위해 집집마다 알타르(altar: 제단)를 만들고 오프렌다스(Ofrendas: 제물)를 준비한다.
멕시코에서 이날은 슬픔을 삭이는 날이라기보다 망자를 맞고 함께 즐기는 기쁨의 날로 승화되고 있다. 특히 가족 중심적으로 자식에 대해 각별하고 부모에 대해 효심이 극진한 멕시코 사람들은 이날을 조상을 기리는 날일 뿐만 아니라 가족의 화목을 다지는 날이다.
함께 제단과 무덤을 꾸미고 꽃을 꽂고 촛불을 밝히고 영혼을 위해 기도하고 성묘하는 시간을 통해 가족들은 더욱 친밀해진다. 죽은 자가 산 자들을 모으고 대화를 가능하게 하고 소원한 관계를 청산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셈이다.
▲ 템플로 마요르박물관의 아즈텍제국의 해골탑. 가장 중요한 제단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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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 가게에 쌓인 설탕 및 초콜릿 두개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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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베라스(Calaveras: 해골)는 이 행사의 중요한 모티프이다. 해골 모양의 캔디, 인형들이 아트워크로 만들어져 제단을 장식한다. 다양한 색으로 꾸민 설탕 두개골은 금형으로 주조한 뒤 수공으로 다양한 색의 당의정을 발라서 치장한다. 각 가정에서는 큰 설탕 두개골(Calaveras de Azúcar)을 고인의 이름을 쓴 제단 위에 놓는다.
멕시코시티 메트로폴리탄 대성당 옆, 템플로 마요르(Museo del Templo Mayor)에는 아즈텍 제국의 수도 테노치티틀란의 중심 신전, 휴이 테오칼리(Huey Teocalli 나우아틀어로 '신의 집'을 의미)에서 발굴된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해골탑이 관람객을 맞는다. 이 신전에서는 정기적인 인간 희생이 이루어졌다고 알려져 있다. 그 희생을 통해 신들에게 헌신하고자 했던 아즈텍 종교와 제사에서 희생의식이 해골탑에서 이루어졌으므로 해골탑은 중요한 역할이었다고 한다.
그동안 망자의 날 해골은 이런 아즈텍과 마야의 희생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여겨졌었다. 그러나 오늘날 유희에 가까운 친근한 모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망자의 날 제단에 놓이는 해골은, 신성한 의식이었던 아즈텍과 마야 문화와는 관계가 적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
▲ '망자의 날'행사에서 중심 아이콘이 된 예쁜 여성해골이미지, 카트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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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 되면 시장에서는 다양하게 치장된 설탕 및 초콜릿 두개골이 판매된다. 여기서 또 하나의 아이코닉한 이미지는 카트리나(La Catrina)이다. 이는 전신 뼈를 예쁘게 장신한 해골여성이미지로 멕시코의 석판화가인 호세 과달루페 포사다 아길라(José Guadalupe Posada Aguilar)에 의해 고안되었다. 그는 정치, 사회적 비판의 방식으로 칼라베라를 사용한 신문의 삽화로 큰 인기를 얻었으며 그중 카트리나는 유럽 패션을 모방하는 멕시코 상류를 풍자하는 초상화로 유명해졌다.
이 이미지는 멕시코의 화가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를 거치면서 더 정교해졌고 지금은 망자의 날 중심 이미지가 되었다. 그중에서 관광객들에게도 인기상품이 된 카트리나는 프리다 칼로의 카트리나이다.
▲ 한 호텔의 중심 홀에서 손님을 맞는 장식된 칼라베라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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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티후아나의 주인집 아주머니, 아마다(Amada)씨는 접시에 빵을 담아 우리에게 가져오셨다.
"이것은 망자의 날 제단에 올리는 빵, '죽은 자의 빵(Pan de Muerto)'이에요. 우리 가족이 먹기 위해 좀 사 왔답니다. 함께 즐겨주세요."
이 빵은 거의 모든 제단에 오른다. 제단에 올린 빵은 오랫동안 제단 위에 있었기 때문에 위생 문제로 대부분 버려진다.
죽은 자의 빵과 함께 마시는 음료는 전통 멕시코 음료 '아톨레(Atole)'이다. 파넬라(Panela: 필론실로Piloncillo로 불리기도 함. 정제되지 않은 사탕수수 설탕 콘), 바닐라와 계피가 들어간 마사 하리나(masa harina: 옥수숫가루)로 만든 크리미한 음료로 따뜻하게 마신다.
망자의 날을 통해 다시 생각해보는 죽음
10월부터 온 도시의 거리는 셈파수칠(cempasúchil: 금잔화) 물결이다. 금잔화는 망자를 안내하는 꽃으로 여겨진다. 망자들이 자신들의 집을 제대로 찾아올 수 있도록 제단을 이 꽃으로 장식한다.
큰 회사에서는 마케팅의 기회로 삼고, 작은 개인 가게들은 한 달 동안 인테리어를 바꾸어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기회로 삼고 있다.
티후아나 중심거리인 레볼루시온 거리(Avenida Revolución)에는 가장 화려한 제단이 만들어졌다. 대형 천막으로 공간을 만들어 제단을 화려하게 꾸몄다.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의 캐릭터들과 비슷한 해골들이 배치되고 셈파수칠과 빵들이 올려졌다. 이 제단에는 올해 세상을 떠난 유명 영화배우 5명의 사진이 제단에 놓였다. 그리고 그 장식들 중간중간에는 회사 로고들이 배치되었다.
▲ 제단을 장식중인 한 카지노의 여성직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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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은 반려견을 위해 만든 제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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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에서는 소칼로(Zócalo, Plaza de la Constitucion)와 차풀테펙공원(Bosque de Chapultepec)에 대형 제단을 만들고 레포르마대로(Paseo de la Reforma)에서 퍼레이드를 벌인다.
아즈텍 시대의 만들어진 운하가 있는 멕시코시티 남쪽의 소치밀코(Sochimilco) 수로에서도 매년 성대한 망자의 날 행사가 치러진다. 올해는 호숫가에서 라요로나(La Llorona) 오페라 공연이 11월 19일까지 이어진다.
▲ 장 큰 대목을 맞은 셈파수칠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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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자와 죽은 자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발상은 다양한 상상을 낳았고 그것이 축제로 승화되었다. 여전히 그 상상은 다양한 예술과 문화로 진화되고 있다. 세상을 떠난 사람을 기리기 위해 시작된 게 애초의 동기였지만 이는 산 자를 위로하는 기능을 아울러 가졌다. 산 자는 제단 위의 사람이 생전에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표현한 방식을 통해, 그리고 그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를 통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겠다'라는, 삶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된다.
무엇보다도 나는 지난 한 달이 넘는 동안 수많은 칼라베라스와 카트리나들을 마주하면서 죽음이 어느새 친근해졌다. 죽음은 내가 가까이하기가 두려운 대상이 아니라 내가 도달해야 할 목표가 되었다. 그 목표까지 어떤 산 자로 삶을 살아낼 것인가만 여전히 두려움이다. 결국 죽음의 날은, 삶의 날에 대한 찬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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