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국립대 '치대' 합격자 내정 의혹…"뽑아줄테니 여기 써라"

고기정 2023. 10. 3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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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강사 제보 메시지 공개…"이 대학만 이런 것 아냐"
학교 측 "있을 수 없는 일…다양한 학생 뽑으려 한 것"
교육부 "해당 의혹 인지, 사실관계 들여다보겠다"

지방 한 국립대의 내년도 대입 수시 모집 전형에 내정된 합격자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윤도영 강사가 제기한 지방 국립대 치대 입시 비리 의혹. [사진=윤도영 인스타그램 캡쳐]

30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른바 '대치동 스타강사'로 알려진 윤도영 강사는 최근 본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입시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윤 강사가 올린 제보 내용에 따르면 본인을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3학년 학생이라고 한 A 학생은 "같은 학교 재학생 중 한 명이 학교 교사로부터 '우리 학교에서 한 명 뽑아주기로 했으니 여길 써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며 "처음에는 당연히 믿지 않았지만, 조금 더 알아본 결과 그 친구가 작성한 원서가 몇 달 전 A 강사가 SNS로 언급한 'B 대 치의예과 지역인재 학교장 추천 전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이 우리 지역에서 밀고 있는 정책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아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는 상황이었다"며 "확인 후 답장을 주면 학교 이름과 의심 가는 것 등을 더 자세히 말하겠다"고 밝혔다.

윤 강사는 "오랜 기간 최상위권의 대학 입시를 봐 온 입장에서는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라며 "어차피 이 대학만 이런 것도 아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런 일은 항상 메디컬(의약학 계열)에서만 일어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년 시행 후 없어지는 수상한 '지역인재 학교장 추천 전형'

지방 국립대 B 대학의 2023년, 2024년 입시 계획. 2023년 치의예과 입시 전형에는 '지역인재' 전형만 있지만, 2024년 입시 전형에는 '지역인재 학교장추천전형'이 신설됐다. [사진=지방 국립대 B 대학 수시모집요강 캡쳐]

문제가 된 전형은 B 대학교 치의예과 2024년 수시 '지역인재 학교장 추천 전형'이다. 해당 전형은 올해 신설된 전형으로 서류평가(학생부)와 면접 등으로 치러지는 학생부 종합전형 가운데 하나다.

치의예과 총 선발 인원은 총 42명이며 해당 전형으로는 3명을 뽑는다. 고교별 추천 가능 인원은 1명이고 수험생은 반드시 재학 중인 고등학교와 사전 협의 후 원서를 접수해야 한다.

윤 강사는 해당 전형이 B 대학교 학과 중 유일하게 치의예과에만 있고 학업, 진로 역량, 공동체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며 수능 최저 학력 기준도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모집 인원이 3명에 불과하다는 점도 의문이라고 짚었다. 각 대학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대입 정보 포털 '어디가'에 각 학과 합격생들의 내신·수능 성적 등 입시 결과를 공개해야 하지만 모집 인원이 3명 이하일 경우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윤 강사가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특정 학과 한 곳에만 수능과 같은 정량평가보다는 정성적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반영되는 학생부 종합전형 전형, 그것도 학교장 추천 전형을 설치한 게 내정자를 뽑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입시 비리 집중 신고 기간 운영

모집 인원이 3명일 경우 '대학 어디가' 사이트에 입시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사진은 지방 국립대 B 대학이 신설된 '지역인재 학교장추천전형'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 [사진=지방 국립대 B 대학 수시모집요강 캡쳐]

이에 B 대학 측은 "특정 고교 교사에게 합격을 보장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해당 전형을 신설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치대에 입학했다가 의대 진학을 위해 자퇴하는 인원이 급증해 학과 운영에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자퇴를 많이 하는 성적 좋은 학생보다) 학교생활에 열심히 참여하고 다양한 역량이 있는 학생들을 뽑는 것이 더 낫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31일 교육부는 입시비리 신고센터를 본격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전수조사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신고 현황에 따라 대입 전반으로 조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교육부는 다음 달 1일부터 30일까지 입시비리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한다. 신고센터 대상이 사교육 카르텔·부조리에서 입시비리까지 확대된 데는 여러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국정과제 이행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7월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120대 국정과제에는 입시비리 조사 전담 부서 설치 등 입시비리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내용이 담겼다.

교육부 관계자는 논란이 불거진 B 대학 입시 비리 의혹에 관련해서는 "인터넷을 통해 사안을 접했고 대학에도 확인했지만, 전형이 진행 중이라 민감할 수 있다"며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지만, 현재 사실관계만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말하긴 어렵다. 전체 상황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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