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승객에게 "알아서 내려라"…출구까지 기어가게 한 캐나다 항공사

기내 복도 좁아 전동 휠체어 이용 못 해
"보행에 불편함이 있다"는 부부 호소도 무시

기내 전용 휠체어를 준비하지 못해 뇌성마비로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승객을 항공기 출입구까지 기어가게 한 항공사가 논란에 휩싸였다.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의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거주하는 40대 로드니 하진스는 지난 8월 결혼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라스베이거스를 찾았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로드니 하진스와 디애나 하진스. [사진출처=디애나 하진스 SNS]

로드니는 당시 캐나다 국적 항공사인 에어캐나다의 밴쿠버 출발, 라스베이거스 도착 비행편을 이용했는데 비행기가 라스베이거스 공항에 도착한 후 출구로 향하는 과정에서 어떤 서비스도 받지 못했다.

뇌성마비를 앓는 로드니는 다리를 움직일 수 없어 평소 전동 휠체어로 이동한다. 비행기 내부의 경우 복도가 좁아 전동 휠체어를 이용할 수 없기에 항공사가 제공하는 비행기 전용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곤 했다.

그러나 에어캐나다 측은 로드니에게 "기내용 휠체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으니 알아서 내려야 한다"고 전했다. 또 승무원들은 "보행에 불편함이 있다"는 부부의 호소에도 "다른 비행이 있다"며 알아서 내릴 것을 독촉했다.

이에 12열 좌석에 앉아있던 로드니는 바닥으로 내려가 비행기 출구까지 기어갔다. 그의 아내 디애나 하진스는 남편의 힘없는 다리를 들었고 다른 항공사 직원들은 이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디애나는 이 같은 사실을 최근 자신의 사회연결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렸다. 그는 "고통스럽고 천천히 비행기 출구로 이동해 남편을 업고 의자에 앉히는 것까지도 내 일이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 속에서 내 남편은 다리와 허리 말고도 감정적으로 가장 크게 다쳤다"는 하소연했다. 사연이 알려지자 에어캐나다를 향한 비난 여론이 확산했다.

이에 에어캐나다 측은 "심각한 서비스 오류가 발생한 경위를 조사할 것"이라며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또 항공사 측은 하진스 부부에게 2천 달러(약 270만원)에 해당하는 바우처를 제안했다.

이런 조처에 디애나는 캐나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얼마를 주든 돈으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이 돈을 장애인 승객을 위한 서비스에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