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혐의' 전두환 손자 "너무 큰 잘못"... 검찰, 징역3년 구형

김종훈 2023. 10. 3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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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원씨 변호인, 집행유예 요청 "자발적 귀국해 자백, 범행 이르게 된 사정 참조해 달라"

[김종훈, 권우성 기자]

 전두환 손자 전우원씨가 3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마약 투약 혐의 첫 공판에 변호사와 함께 출석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검찰이 전두환씨 손자 전우원씨에 대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최경서)는 3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보통 첫 기일은 검찰과 변호인의 모두 진술, 혐의 인부 절차 등이 이뤄지지만 전씨가 모든 혐의를 인정함에 따라 검찰의 구형까지 바로 이어졌다.

검찰은 "피고인(전우원)은 다량의 마약류를 상당 기간 매수하고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투약하는 모습을 보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며 "자백하며 초범인 점을 고려해 징역 3년과 추징금 338만 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전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초범이고, 자발적으로 미국에서 귀국해 범행을 모두 자백했다. 귀국하지 않고 시간을 끌며 (범행을) 부인했다면 기소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사정을 참조해 달라. 다시는 마약을 안 하겠다고 적극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회복에 노력하고 있다"면서 선처를 호소했다. 또 변호인은 "(전씨가) 어렵게 모은 돈을 사회에 환원하며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전씨는 2022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미국 뉴욕 등지에서 LSD(리세르그산 디에틸아미드)·대마·MDMA(엑스터시) 등의 마약을 총 29차례 투약한 혐의로 지난달 불구속 기소됐다.

전우원 "제가 너무 큰 잘못 저질렀다"... 시민들, "전두환 추징3법 통과" 요청

전씨는 이날 검은 정장 차림으로 흰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법원에 출석했다. 그는 공판 말미 최후진술에서 "너무나 큰 죄를 지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제가 너무나도 큰 잘못을 저질렀다. 매일 같이 잘못을 반성하고 뉘우치고 후회한다. 이 일을 통해서 마약이 얼마나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위험하고 무서운 것인지 알게 됐다. 두 번 다시 안 하겠다. 부디 넓은 마음으로 아량을 베푸셔서 제가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선처를 부탁드린다."

전두환씨 차남 전재용씨의 아들인 전씨는 지난 3월 13일부터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전두환 일가의 범죄 의혹을 폭로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마약 투약 혐의 등으로 논란이 불거졌고 이에 전씨는 지난 3월 28일 인천공항을 통해 자발적으로 귀국했다. 경찰은 전씨를 공항에서 마약 투약 혐의로 긴급 체포했고, 그가 혐의를 인정해 이튿날 석방했다. 이후 전씨는 광주를 방문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족에게 무릎을 꿇고 거듭 사죄했다.

이 과정에서 전씨는 방송 등에 출연해 "'전두환 비자금'의 규모가 수백억 원이 될 것"이라며 "제 이름을 이용한, 말도 안 되는 주식이 나왔다. 다른 손자, 손녀들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할머니(이순자씨)가 쓰는 옷장 벽을 밀면 금고가 있고 창고 쪽 복도 끝에 가서 벽을 밀면 또 금고가 나왔다고 (어머니가) 말했다"며 연희동 자택 비자금 의혹을 폭로하기도 했다.

이날 법정에는 전씨를 응원하러 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공판 시작 전 법원 앞에서 전씨의 행보를 지지하는 회견을 진행해, "전두환 비자금 수사와 5공 불법재산 환수를 위한 전두환 추징3법이 통과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말한 '전두환 추징3법'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형사소송법 등의 개정안으로 '추징금 미납자가 사망해도 상속 재산에 대해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불법 재산을 취득한 경우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몰수 대상을 물건으로 한정하지 않고 그 밖의 재산으로 확대하는 '형법 개정안'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전씨 일가는 법원이 확정한 추징금 2205억 원 중 922억여 원을 내지 않은 상태다. 

재판부는 전씨의 선고공판을 12월 22일 오전 10시로 예정했다. 시민들은 공판 후 전씨가 법원을 빠져나갈 때까지 바로 옆에서 "힘내세요", "전우원의 양심선언을 응원합니다" 등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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