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이미 문화로 자리 잡았는데... 헌재의 괴리 있는 판단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2023. 10. 31.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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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헌법재판소 2022. 3. 31. 선고 2017헌마1343 결정에 관한 소고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이번 <소수의견>에서는 무면허 문신 시술업자를 처벌하는 의료법 제27조 제1항에 대하여 합헌 결정을 한 헌법재판소 결정 내용을 비판하고, 최근에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한 하급심 판례의 내용을 참고하여 헌법재판소의 마땅한 역할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헌법재판소는 2022. 3. 31. '문신 시술 방식으로 인한 잠재적 위험성은 피시술자뿐 아니라 공중위생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고, 문신 시술에 한정된 의학적 지식과 기술만으로는 현재 의료인과 동일한 정도의 안전성과 사전적·사후적으로 필요할 수 있는 의료조치의 완전한 수행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면허 문신 시술업자를 처벌하는 법 조항이 명확성 원칙 및 비례성원칙에 위반되지 않아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헌법재판소 2022. 3. 31. 선고 2017헌마1343등).

결국 이는 문신 행위를 의료인이 아닌 사람은 할 수 없는 '의료행위'로 판단한 것인데, 요즘의 문신 시술의 시장과 수요를 고려하면 제도와 현실 상황 간의 상당한 괴리가 있는 판단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20대의 약 27%, 30대의 약 25.5%가 문신 시술을 받아 보았으며, 국내에서 활동하는 (무면허)문신 시술업자들의 수는 20만 명으로 추산되고, 약 4년이 지난 지금 그 숫자는 훨씬 더 증가했을 거라고 예상된다. 이미 '문신 행위'는 젊은 세대들에게 예술을 실현하거나 향유하는 문화로 자리 잡았으며, 그에 따라 시장이 확대되면서 실질적인 제도적 안전망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문신 시술의 안전성, 위험성에만 주목하여 시술 자체가 위법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현실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눈 가리고 아웅 격'인 셈이라 볼 수 있다. 오히려 문신 시술을 합법화하여 위생, 안전, 노동환경 등을 보장하는 법적 보호망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 시대의 흐름에 일치하는 방향이라고 사료된다.

어쩌면 헌재에서 문신 시술을 예술의 한 종류로 인정하지 않고, 아직까지도 유지되고 있는 사회적 편견을 타파하지 못하여 '문신 시술은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형식적이고 보수적인 판결을 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의구심도 든다.

세상의 진보는 1)제도의 개선, 2)시민의 인식 변화 및 사회적 합의라는 두 측면이 서로 맞물려야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두 트랙이 비슷한 시기에 상호작용을 하기도 하지만, 사안에 따라 입법부 및 사법부, 행정부와 또 다른 국가기관들의 결단에 의해 시민들의 인식 개선을 이끌어내는 경우도 있다. 꼭 '사회적 합의'가 도출된 이후에 제도의 개선이 뒤따를 필요는 없다는 의미이다.

임신중절 처벌조항에 대해서도, 헌재의 시대적 결단에 따라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이후 시민사회에서 새로운 의제와 개정 방향성에 대한 의견들이 물밀듯 쏟아져 나왔다.

이 사안의 경우에도 '문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 100퍼센트 긍정적이진 않지만, 점점 늘어나는 문신 시술자들의 처우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위하여 헌재에서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결정을 하였어야 한다는 큰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 올해 8월 30일 청주지방법원은 눈썹 및 헤어라인 문신 시술이 '질병의 예방· 진찰과 치료 및 보건지도의 목적'이 있다거나 '의료인이 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원심 판결을 유지하여 시술업자의 의료법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청주지방법원 2023. 8. 30. 선고 2022노1306판결).

법원은 '실제로 반영구 화장 시술을 받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병원이 아닌 반영구 화장 전문가의 샵을 찾아 시술을 받고 있음에도, 오로지 안전성 측면만을 강조하여 의료인에게만 반영구 화장 시술을 허용하는 것은 시대 상황의 변화와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자의 인식과 필요를 고려하지 못하는 것이다'는 내용으로 헌재 결정에 비해서는 진일보한 판단을 하였으나, 허용되는 문신 시술의 범위를 '반영구 화장 시술'로 한정하여 여전히 전통적 문신 시술은 의료행위로 본 한계가 존재한다.

시간이 지나 문신 시술업자들에 대해서도 법원이 무죄로 판단하는 것은 분명 유의미한 성과일 테지만, 그들의 직업 안정성이 명확하게 확보되지 못하고 그 법적 지위의 불안정성이 유지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법 조항 자체의 위헌 판결이 나오는 것은 꼭 필요하고 성취되어야 할 과제이다.

팔에 타투가 3개 있는, 문신이 예술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문신 시술업자의 기본권 보장뿐만 아니라 안전하고 위생적인 시술 환경 확보를 위하여 하루빨리 의료법 제27조 제1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변화하길 기대한다. 이에 따라, 헌재 결정이 우리나라 문신 인식에 대한 변화를 이끌어내어 문신 시술업자의 '자유롭게 예술을 표현할 자유'도 마음껏 향유하길 바라본다. 
 
 최새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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