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어저·그레이 무실점+시거 투런포'…텍사스, 애리조나 3-1 제압→첫 우승 '2승' 남았다 [WS]
(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1차전 승리 이후 2차전에서 무릎을 꿇은 텍사스 레인저스가 애리조나 원정에서 1승을 수확했다. 구단 역사상 첫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2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브루스 보치 감독이 이끄는 텍사스는 3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2023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WS·7전4선승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3차전에서 3-1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은 2승1패가 됐다. 월드시리즈 1승 1패에서 3차전을 가져간 팀의 우승 확률은 69%다.
반면 1패 뒤 1승으로 반격의 서막을 알렸던 애리조나는 만원관중으로 들어찬 홈구장에서 2연승을 노렸으나 텍사스 마운드를 공략하지 못하면서 패배를 피할 수 없었다.
▲1승씩 나눠가진 두 팀, 2차전 빛낸 켈리의 역투
시리즈 첫 경기를 잡은 팀은 텍사스였다. 3-5로 끌려가던 텍사스는 9회말 코리 시거의 투런포로 균형을 맞춘 뒤 11회말 아돌리스 가르시아의 극적인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1차전 승리를 확정했다.
접전 끝에 패배한 애리조나가 믿을 건 'KBO 역수출 신화' 메릴 켈리였다. 2차전에서 조던 몽고메리와 선발 맞대결을 펼친 켈리는 7이닝 3피안타(1피홈런) 9탈삼진 1실점을 기록, 에이스다운 피칭을 보여줬다.
이날 경기 전까지 2020년대 이후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7이닝을 던진 투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가장 최근에 월드시리즈에서 7이닝 이상 투구한 투수는 2019년 스티븐 스트라스버그(8⅓이닝)와 게릿 콜(7⅔이닝)이었다. 또한 KBO 한국시리즈와 MLB 월드시리즈에서 모두 승리를 기록한 것도 올해 켈리가 처음이다.
▲양 팀 선발 라인업 및 선발투수
-텍사스: 마커스 시미언(2루수)-코리 시거(유격수)-아돌리스 가르시아(우익수)-에반 카터(좌익수)-미치 가버(지명타자)-요나 하임(포수)-나다니엘 로우(1루수)-조시 영(3루수)-레오디 타베라스(중견수), 선발투수 맥스 슈어저
-애리조나: 코빈 캐롤(우익수)-케텔 마르테(2루수)-가브리엘 모레노(포수)-크리스티안 워커(1루수)-토미 팸(지명타자)-루어데스 구리엘 주니어(좌익수)-알렉 토마스(중견수)-에반 롱고리아(3루수)-헤랄도 페르도모(유격수), 선발투수 브랜든 팟
직전 경기에서 무려 9점을 뽑아낸 에리조나는 2차전과 같은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현재 라인업이 '베스트'라고 판단한 것이다.
텍사스도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다만 가르시아를 3번으로 올리면서 카터의 타순을 4번으로 내렸다. 중심타선을 우타자-좌타자-우타자로 배치함으로써 조 맨티플리, 앤드류 살프랭크, 카일 넬슨 등 애리조나 불펜에서 대기하는 좌투수들에 대비하려는 게 텍사스의 의도였다.
애리조나 선발투수는 올가을 '승리요정'으로 떠오른 팟이다. 빅리그 데뷔 이후 가을야구는 올해가 처음이지만, 4경기 16⅔이닝 평균자책점 2.70으로 제 몫을 다해주고 있다. 팟이 나온 4경기에서 팀이 모두 승리한 것도 눈길을 끈다.
텍사스는 '에이스' 슈어저에게 선발 중책을 맡겼다. 다만 슈어저는 최근 네 차례의 포스트시즌 등판에서 부진했다. 2021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2차전 4⅓이닝 2실점, 2022년 샌디에이고와의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NLWC) 1차전 4⅔이닝 7실점, 올해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 3차전 4이닝 5실점과, 7차전 2⅔이닝 2실점까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병살타 1개씩 주고받은 애리조나와 텍사스
텍사스가 1회초를 삼자범퇴로 마감한 가운데, 애리조나는 1회말 1사에서 마르테의 볼넷으로 첫 출루를 만들었다. 그러나 후속타자 모레노가 3루수 땅볼을 친 것이 병살타로 연결되면서 그대로 이닝을 마감했다.
1회말 1사 1루를 무실점으로 넘긴 텍사스는 2회초 선두타자 출루로 기회를 잡았다. 선두타자 카터가 우전 안타를 치면서 올해 포스트시즌 전 경기 출루 행진을 이어갔다.
그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애리조나와 마찬가지로 텍사스 역시 병살타가 발목을 잡았다. 무사 1루에서 타석에 선 가버가 투수 방면 땅볼을 쳤고, 투수 팟-2루수 마르테-1루수 워커가 병살타를 만들었다. 하임마저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텍사스의 2회초가 마무리됐다.
▲기회 날린 애리조나, 빅이닝으로 기선제압 성공한 텍사스
팟의 호투에 응답하고 싶었던 타선은 2회말 슈어저를 흔들었다. 선두타자 워커가 2루타로 출루하며 단숨에 득점권 기회를 마련했다. 여기에 무사 2루에서 팸도 우전 안타를 치면서 애리조나가 선취점을 뽑는 듯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2루주자였던 워커가 3루에서 멈추지 않고 홈으로 들어왔는데, 우익수 가르시아가 정확한 홈송구를 선보였다. 결국 공보다 늦게 홈에 도착한 2루주자 워커는 홈에서 태그 아웃됐다.
무리한 주루 플레이로 선취점 획득에 실패한 애리조나는 1사 2루에서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구리엘 주니어가 2루수 뜬공으로 물러났고, 토마스의 타석에서는 슈어저의 오른쪽 팔꿈치를 맞은 땅볼 타구가 3루수에게 향했다. 영이 1루 송구로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잡으면서 2회말이 끝났다.
공격에서 울고 수비에서 웃었던 텍사스는 3회초 빅이닝으로 확실하게 주도권을 잡았다. 선두타자 로우의 2루타 이후 영과 타베라스가 각각 삼진, 땅볼로 물러났으나 시미언이 좌익수 방면 2루타를 치면서 3루주자 로우를 홈으로 안내했다.
2사 1루에서 등장한 시거는 팟의 초구 체인지업을 통타,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큼지막한 투런 아치를 그렸다. 올해 포스트시즌 시거의 다섯 번째 홈런. 두 팀의 스코어는 3-0까지 벌어졌다.
▲갑작스러운 변수, 슈어저가 내려갔다
3-0으로 앞선 텍사스가 큰 변수와 마주했다. 선발투수 슈어저의 부상이었다. 경기 시작을 앞두고 있던 슈어저는 오른쪽 엄지손가락 손톱을 살피던 모습이 중계화면에 포착됐다. 3회말에는 땅볼 타구에 팔꿈치를 맞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정확한 사유는 등 통증.
계속 마운드를 지키고 싶었던 슈어저는 4회말을 앞두고 연습투구를 실시했지만, 몸 상태에 불편함을 느꼈다. 보치 감독도 더 이상 슈어저를 끌고 가는 게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투수교체를 단행했다.
텍사스가 꺼낸 카드는 존 그레이다. 올해 포스트시즌 2경기 2⅔이닝 평균자책점 3.38로 3차전이 열리기 전만 해도 4차전에서 그가 선발로 나설 것이 유력했다. 변수가 생긴 만큼 일단 텍사스로선 그레이가 많은 이닝을 소화하길 바랐다. 4차전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예상치 못한 등판이었음에도 그레이는 4회말 선두타자 모레노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데 이어 워커에게 3루수 땅볼을 유도했다. 2사에서는 팸의 중견수 뜬공으로 이닝을 매듭지었다.
반대로 애리조나 입장에서는 그레이의 공에 전혀 대처하지 못했다. 5회말 구리엘 주니어-토마스-롱고리아가 모두 범타로 물러난 데 이어 6회말에는 2사 이후 마르테가 안타로 출루했으나 모레노가 우익수 뜬공을 치면서 득점 획득에 실패했다. 서서히 승부의 추가 텍사스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팟의 선전에도 침묵한 애리조나, 7회말 득점권 기회도 무산
팟은 6회초 1사 1루까지 임무를 수행한 뒤 불펜에 마운드를 넘겨줬다. 최종 성적은 5⅓이닝 4피안타 2볼넷 4탈삼진 3실점. 팟은 이전 네 차례의 등판과 달리 5이닝을 채웠다. 다르게 보자면 팟을 예상보다 길게 끌고 간 애리조나 벤치의 선택이 어느 정도 적중한 셈이다.
팟의 호투에도 좀처럼 타선이 깨어나지 않았다. 7회말 1사에서 팸이 2루타를 치면서 오랜만에 불씨를 살리는 듯했지만, 구리엘 주니어와 토마스가 모두 삼진을 당하면서 2루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지 못했다. 여전히 스코어는 3-0.
▲'8이닝 만의 첫 득점' 애리조나, 추격 의지 꺾은 시거의 호수비
애리조나가 스코어보드에 0이 아닌 다른 숫자를 새긴 건 8회말이었다. 선두타자 엠마누엘 리베라의 2루타에 이은 페르도모의 좌전 안타 때 2루주자 리베라가 홈을 밟았다. 스코어는 1-3.
텍사스로선 가장 믿을 만한 카드 중 한 명인 스보즈를 이미 소진했기에 아롤디스 채프먼이 반드시 8회말을 막아야 했다. 텍사스의 바람과 달리 두 타자 만에 첫 실점을 기록하며 흐름이 꼬이는 듯했다.
하지만 애리조나의 추격은 거기까지였다. 캐롤이 삼진에 그쳤고, 마르테는 병살타로 기대를 저버렸다. 마르테의 타구를 낚아챈 유격수 시거가 2루수 시미언에게 공을 전달했고, 리베라는 1루로 공을 던져 병살타를 완성하며 애리조나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애리조나의 챌린지(비디오 판독) 요청에도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9회말 마운드에 올라온 마무리투수 호세 레클레르크는 모레노-워커-팸으로 이어지는 애리조나의 중심타선을 삼자범퇴로 틀어막고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여러 차례 기회가 있었던 애리조나는 영봉패를 면한 것에 위안을 삼아야 했다.
▲승리에도 웃을 수만은 없었던 텍사스, 슈어저-가르시아 몸 상태가 변수
이날 승리로 텍사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에 가까워졌다. 다만 주축 선수들의 몸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시리즈가 길어질 경우 6차전 또는 7차전까지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텍사스로선 선발진의 한 축을 책임지던 슈어저의 회복세가 중요하다.
올가을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하던 가르시아에게도 위기가 찾아왔다. 가르시아는 8회초 2사에서 스윙을 하다가 왼쪽 옆구리 통증을 느꼈고, 곧바로 교체됐다. 2차전과 3차전에서는 비교적 잠잠했지만, 언제든지 한 방을 칠 수 있는 만큼 팀에 없어선 안 될 타자다.
두 팀 모두 4차전에서 많은 불펜 투수들을 투입할 것이 유력하다. 텍사스가 2연승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설지, 아니면 애리조나가 다시 2승2패로 균형을 맞출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양 팀 투수 성적
-텍사스: 맥스 슈어저(36구, 3이닝 2피안타 2볼넷 1탈삼진 무실점)-존 그레이(30구, 3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조시 스보즈(16구,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아롤디스 채프먼(16구, 1이닝 2피안타 1탈삼진 1실점)-호세 레클레르크(16구, 1이닝 2탈삼진 무실점)
-애리조나: 브랜든 팟(87구, 5⅓이닝 4피안타 2볼넷 4탈삼진 3실점)-미구엘 카스트로(11구, ⅔이닝 1피안타 무실점)-카일 넬슨(12구, 1이닝 무실점)-루이스 프리아스(20구, 1⅔이닝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앤드류 살프랭크(4구, ⅓이닝 무실점)
▲양 팀 주요 타자 성적
-텍사스: 마커스 시미언 4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 / 코리 시거 4타수 1안타(2타점) / 에반 카터 3타수 2안타 1볼넷 / 나다니엘 로우 3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
-애리조나: 케텔 마르테 3타수 1안타 1볼넷 / 크리스티안 워커 4타수 1안타 / 토미 팸 4타수 2안타 / 엠마누엘 리베라 1타수 1안타 1득점 / 헤랄도 페르도모 3타수 1안타 1타점
◆2023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경기 일정
(현재 시리즈 전적 텍사스 2승1패, 한국시간 기준)
-1차전: 10월 28일(글로브라이프필드, 텍사스 6-5 승리)
-2차전: 10월 29일(글로브라이프필드, 애리조나 9-1 승리)
-3차전: 10월 31일(체이스필드, 텍사스 3-1 승리)
-4차전: 11월 1일(체이스필드)
-5차전: 11월 2일(체이스필드)
-6차전: 11월 4일(글로브라이프필드, *필요시)
-7차전: 11월 5일(글로브라이프필드, *필요시)
사진=USA투데이, EPA, AP, AFP/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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