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감염 후 몸이 변한 사람들... "가만둬도 되는 병 아냐"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이영광 기자]
▲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
ⓒ 유성호 |
지난 8월, 일부 남아있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고 일일 코로나19 확진자 수 집계까지 중단됐다. 사실상 코로나19 유행 이전으로 돌아갔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코로나19 환자는 여전히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고, 코로나19 감염 이후 만성 피로나 멍한 기분 혹은 특정 부위의 지속적인 통증 등 후유증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
이에 대해 전문가 입장을 들어보고자 지난 26일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와 전화 연결해 앞으로의 코로나19 유행 전망과 후유증 등에 대해 물어봤다. 더불어 최근 논쟁 중인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이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 서울 은평구 서북병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옮기는 모습. 2022.3.29 |
ⓒ 연합뉴스 |
- 3월 말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가 되었습니다. 사실상 그때부터 '엔데믹'이 된 건데요. 그 후 유행이 한두 차례 있었던 거 같은데,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일단 환자가 많진 않지만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요. 겨울 되면 또 한 번 유행 규모가 커지겠죠. 근데 얼마나 커질지는 그때가 돼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직 예측하기가 어렵네요."
- 지금 하루 신규 확진자는 몇 명 정도인가요?
"전수 신고를 안 하고 지금 질병관리청이 527개 표본 감시기관을 운영하고 있거든요. 확진자 감시 기관을 운영하고 있고 527개 의료기관에서 확진된 사람들 숫자만 주간 단위로 카운트합니다. 527개 기관에서 (주당) 한 7천 명에서 1만 명 정도 신고를 하고 있어요."
- 그렇게 확진자 수를 계산하는 것이 괜찮을까요?
"전수를 계속 신고할 수는 없는 상황이니까 일단 표본 감시 형태로 바뀌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데요. 다만 이런 시스템을 통해서 유행 규모를 어떻게 잘 예측할 수 있느냐에 대해 계획을 세워야 될 것 같고, 정교하게 유행 규모를 확인할 방법이 마련돼야 할 것 같아요."
- 코로나 이후 체질이 변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실제 그런 환자가 있나요?
"체질이 바뀌었다고 표현하기보다 롱 코비드(Long COVID) 증상 있으신 분들 있잖아요. 롱 코비드 증상 때문에 만성적으로 피곤하거나 아니면 '브레인 포그'라고 머리가 멍한 증상 호소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은 체질이 바뀌었다고 느끼시는 것 같아요."
- 그런 분들은 생활하는 데 큰 문제가 없나요?
"실제로 일상생활에 방해될 정도로 심한 분들도 있어요.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거나, 아니면 조금만 일해도 너무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요."
- 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한가요?
"사실 아직 뚜렷한 치료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운동을 시킨다든지, 심리적인 지원을 한다든지, 이런 부분에서 지원해 줘야 한다는 정도의 이야기만 논의되고 있어요."
- 곧 있으면 겨울이잖아요. 겨울이면 감기나 독감도 유행할 것이고 코로나도 어느 정도 유행할 것 같은데 이 부분 어떻게 보세요?
"일단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유행할 거고 코로나19도 유행하겠죠. 그리고 또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도 유행할 수 있어서요. 여러 가지 호흡기 바이러스가 다 유행할 거로 보고요. 인플루엔자는 이미 유행 주의보 내려진 상태에서 조금씩 증가되고 있거든요. 코로나19는 아직 증가되는 모습을 보이진 않은데 날씨가 더 추워지면 증가되겠죠. 제일 걱정하는 건 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 유행이고, 그 부분에 대해서 준비를 철저히 해야 된다는 얘기를 계속하고 있어요."
- 동시 유행에 대한 준비는 잘 되어 가나요?
"일단 환자가 늘어나면 일시적으로 우왕좌왕하겠죠. 그런데 워낙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중환자가 많아지는 상황을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에, 예전보다 병원별로 대응하는 데 크게 문제는 없지 않을까 생각해요."
- '독감(인플루엔자) 주의보'가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데 이유가 무엇일까요?
"독감 같은 경우 예전에는 보통 4월 정도면 독감 유행 주의보가 종료되고, 11월이나 12월에 다시 유행 주의보가 내리는 패턴이었어요. 그런데 코로나가 3년 유행하는 동안에 독감이 거의 유행 안 해서 올해 많은 사람들이 걸렸죠. 그래서 계속 유행 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이고요. 코로나 때문에 독감에 안 걸렸던 사람이 올해 다 걸렸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 아예 환경이 변한 걸로 볼 수 있을까요?
"내년이나 내후년 정도 되면 예전과 같은 유행 패턴이 돌아오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 마스크를 쓰고 야구 관람을 하는 시민들의 모습 (자료사진). |
ⓒ 연합뉴스 |
"지금 얼마나 접종하고 있는지 자료가 나오고 있진 않은데 지난해에 인플루엔자는 65세 이상 어르신이 82% 정도 맞았고요. 소아 접종도 한 70% 이상 맞았거든요. 그래서 독감 예방접종은 크게 문제없이 올해도 잘될 거라 보고요. 그리고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저조할까 봐 걱정됐는데 그럼에도 거의 매일 10만 명 이상이 맞고 있어서 지난해보다 초기 접종자가 잘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 백신 접종 비용은 지금도 무료인가요?
"일단 코로나19 예방 접종 비용이 내년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올해까진 전 연령이 무료예요."
- 8월에 코로나가 4급 감염병으로 내려갔어요. 그러면서 검사비가 유료로 됐죠. 그 때문에 검사 받는 걸 기피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은데.
"일단 검사량도 훨씬 많이 줄었고요. 유료화된 것도 있고, 국민들이 '코로나 별거 아니다'라는 생각도 하셔서 검사를 안 하세요. 그런데 코로나가 그렇게 만만한 감염병이 아니에요. 정부의 커뮤니케이션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
- 실제로 '별거 아니다'라는 인식이 높아진 듯합니다.
"초기에 비해 위험도가 많이 낮아지기는 했죠. 많이 걸리기도 했고 많이 백신도 맞고 해서 위험도가 많이 낮아진 거는 맞는데요. 아직도 60세 이상 어르신들에겐 인플루엔자보다도 더 사망률이 높은 질환이기도 하고, 전파력이 강하니까 한 번 유행하면 또 더 많은 사람이 걸릴 수 있는 패턴이 있기 때문에 만만한 질환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거든요. 그러니까 관리 가능한 수준에서 관리를 잘해야 되는 감염병이지 가만둬도 되는 병은 아닙니다."
- 일단 사회적 거리 두기 같은 건 없잖아요, 자발적으로 마스크 쓰고 다닌다든지 이런 게 필요할까요?
"전 국민이 마스크를 써야 될 상황은 아니지만 일단 호흡기 증상이 있으신 분들은 되도록 외부 활동을 자제해야 하고요. 부득이한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녀야 되는 상황이죠."
- 문제는 우리나라에 아프면 쉬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잖아요.
"사실 그게 문제죠. 미국만 해도 마스크 착용에 대해서 그렇게 강조를 안 했던 이유가, 아프면 대부분 쉬게 돼 있고 아픈 사람이 직장이나 학교 나오면 이상하게 쳐다보는 문화가 있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3년이나 코로나19 속에서 지냈는데도 그런 문화가 잘 안 생기네요."
- 코로나19 감염이 되면 예전에는 의무 격리기간이 있어서 공식적으로 쉴 수 있었지만, 감염병 등급이 내려가면서 쉬기 위해선 월차나 병가를 내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그렇죠. 노동법으로든, 아니면 다수의 노조나 회사에서 이런 부분을 논의해서 '호흡기 증상', 특히 코로나19나 독감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며칠 쉴 수 있게끔 제도화시켰어야 돼요. 그런 건 하지 않고 등급만 낮추고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정부 차원에서 무책임하게 넘어간 부분들이 문제인 거죠."
- 앞으로 코로나19 유행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코로나19도 독감처럼 계절에 따라서 유행하는 패턴으로 어느 정도 안정이 될 거예요. 그러면 계절 성향에 맞춰서 독감을 매년 예방접종 하는 것처럼 코로나19도 매년 예방접종하고, 또 의료기관들도 환자가 늘어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원내 감염 관리, 중환자실 환자 관리 등을 해나가야죠."
▲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2023.10.16 |
ⓒ 연합뉴스 |
- 최근 의대 정원 늘리는 문제가 이슈잖아요. 이에 대해 교수님은 SNS에 "난 의사 정원이 늘든지 안 늘든지 크게 상관은 안 한다. 필수 의료에 종사하는 의료진이 열정을 갈아넣어 근근이 버티는 구조를 개혁해서 자부심뿐만 아니라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올리셨던데 지금 근본적인 문제를 의료수가 때문으로 보시는 건지요?
"의료 수가 (인상)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에요. 그러니까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의사 수가 늘어나고, 그러면 의사들이 기피하는 필수 의료에 많은 의사가 종사하게 될 것인가, 생각해 보면 그렇게 되지는 않거든요.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고, 의료수가가 올라가서 경제적 보상을 받아야 되는 것도 있고요.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필수 의료'에 관한 제도를 그대로 묶어놓고 인원만 늘린다고 필수 의료 영역에 더 많은 의사들이 갈까요?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의료의 가장 큰 문제가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대표적인 산업이거든요. 의사 수가 늘어나면 의사들이 과잉된 의료 행위를 할 수도 있고, 경쟁이 심해지면 사람들로 하여금 더 의료 이용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이를테면 지금 인기가 많은 성형외과라든지 이런 쪽에 의사가 몰리면 훨씬 더 경쟁이 늘어날 거잖아요. 그러다 보면 훨씬 더 많은 돈을 쓰게끔 새로운 기술이 사용되고, 더 많은 환자를 보게 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는 부분입니다."
단순히 의료수가 상승만으로도 해결이 안 되고, 단순히 인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해결이 안 돼요. 필수 의료에서 남의 눈에 안 보이게 땀 흘리고 고생하는 사람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제도들을 같이 운용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필수 의료에 있다 하더라도 다른 의사들에 비해 '손해 보는 건 아니다'라는 인식이 들어야 의사들도 그쪽에 가기 시작 하거든요. 그래서 소득 보장에 관한 측면들, 그리고 이것이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는 부분들을 계속 강조를 해줘야 돼요. '내 직업은 희생하면서 사는 직업이야'라는 생각으로 평생 살 수는 없잖아요. '내가 하는 일이 소득 보장도 되면서 살 만하지만, 동시에 보람된 일이다'라고 느껴야 되는데 지금 필수 의료에 있는 분들이 '이거 나니까 하지, 이거 누구한테 하라고 하겠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상황이에요. 이런 상황이 안 되게 만들어줘야 된다는 얘기죠."
- 지금 의료 문제 중 하나가 지역엔 의사가 없고, 안 가려고 하는 건데 그것도 마찬가지인가요?
"사실 의료만 그런 게 아니잖아요. 의료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이라든지 이런 게 다 수도권에 몰려 있고 다 수도권에서 일하려고 하죠. 그래서 서울에 있는 여러 관공서를 지방에 보내보기도 하면서, 조금씩 지방을 잘 살게 하려고 노력하는 거잖아요. 어디에서 살든지 괜찮은 나라가 되면 큰 문제 없는 거죠."
- 한마디로 지역 의료 문제는 의대 정원 늘린다고 해결되진 않다는 거네요?
"그렇죠.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죠. 지방의 균형 발전이 잘 이루어지고 의사들도 그런 지역에 가서 일하는 것에 대해서 부담을 느끼지 않는 상황이 돼어야 해요. 그런데 균형 발전이 시간이 걸리는 문제잖아요. 급한 상황이라면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사회적인 보장이 충분히 제공해야 하는 것이고요. 사실 의사에게만 요구할 수도 없는 거죠."
- 소아청소년과는 지원자가 없어서 문제잖아요,
"기피과는 수가와 연관이 많아요. 기피과에 해당되는 소아·청소년 같은 경우 일단 소아 연령 자체 인구가 줄어들고 있잖아요. 진료할 환자가 없어지면 당연히 소득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차라리) 아이들이 덜 태어나니까,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콘셉트를 바꾸는 것도 하나의 방안입니다. 소아·청소년과에서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애들이 잘 성장할 수 있게끔 하는 여러 가지 제도를 운용해서 소득을 올릴 수 있게끔 하는 방법도 만들어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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