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은 국가폭력이다"... 17명 경험 수록한 '기록집' 나와
[이영일 기자]
▲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이 빌간한 '체벌은 국가폭력이다' 캠페인 자료집. |
ⓒ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
1960년대생부터 2000년대생까지 총 17명의 체벌 경험을 기록해 학교 체벌의 문제점을 분석한 기록집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체벌이라는 이름의 국가폭력을 기록하다 - "체벌은 국가폭력이다" 캠페인 기록집>이 바로 그것.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아래 지음)이 펴낸 이 기록집에는 90년대 이후 우리나라 학교 체벌 주요 사건, 체벌 관련 제도적 현황 분석, 그리고 인터뷰를 통한 체벌 경험 기록이 담겼다.
지음은 올해 "체벌은 국가폭력이다 - 국가가 조장한 체벌, 국가에 사과받자"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체벌이 대표적인 학생인권 침해라는 것. 이번 기록집 발간도 이 캠페인의 일환이다.
지난 28일 오후 2시, 강북노동복지관 강당에서 만난 공현 지음 활동가는 "학교 체벌은 통제되지 않는 폭력"이라고 말했다. 국가가 교사에게 제도적으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교사들은 또 이를 다시 학생에게 위임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 40여 년에 걸친 학교 체벌과 그 문제점, 정책적 문제 등을 기록한 이 기록집은 우리 사회와 정부가 학교 체벌에 대해 반성해야 함을 촉구하는 한 걸음이라고 공현 활동가는 말했다.
- "체벌은 국가폭력이다"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여쭤 봅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체벌 경험은 굉장히 흔합니다. 청소년인권을 주제로 교육을 해 보면 많은 사람이 체벌 경험을 갖고 있고 자신이 겪은 인권침해, 폭력으로 이야기하곤 하죠.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사회적 반성과 성찰이 이루어진 적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체벌 문제는 보통 가해자 개인의 잘못이나 특이한 추억거리, 구습 같은 걸로만 다뤄집니다. 대표적 예가 드라마 〈더 글로리〉 방영 후에 '교폭(교사폭력)'이란 표현을 하며 사람들이 '이런 이상한 교사들, 폭력 교사들도 있었지' 하는 식으로 자기 경험담들을 쏟아낸 것이었죠."
공현 활동가는 이 체벌 문제가 단순히 개인 대 개인 간의 문제로 두지 않고 국가와 사회 차원의 책임을 이야기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여전히 많이 나오는 '애들은 때려야지' 같은 소리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고, 정말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폭력과 인권침해를 없앨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 공현 활동가는 체벌 문제가 단순히 개인 대 개인 간의 문제로 두지 않고 국가와 사회 차원의 책임을 이야기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
ⓒ 이영일 |
- "체벌은 국가폭력이다"라는 말의 의미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요?
"체벌은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정당화된 폭력으로 광범위하게 일어났습니다. 학교에서든 학원이든 가정에서든 체벌을 금지하지 않고 허용해 온 것 자체로 국가의 책임이 있습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학교에서의 체벌은 국가의 책임이 한층 더 큽니다."
학교는 국가가 운영하는 공교육 기관인데 여기에서 오랜 시간 일상적으로 폭력이 행해졌고 또 국가는 인력·재정 등을 아끼면서 간편하게 학교를 운영하기 위해 방치하고 때론 체벌을 방치 또는 조장했다는 것이 공현 활동가의 주장이다.
특히 학급당 학생 수가 50~60명에 이르던 시절에 교사는 폭력적 수단을 동원해야 교실 질서를 유지할 수 있었고, 학생 수가 줄어든 최근까지도 교사 개인에게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학생을 통제하라고 요구하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다는 것.
최근 불거진 '교권 vs. 학생인권' 같은 구도 역시, 정부와 국가의 책임은 빼놓고 문제를 교사와 학생 사이의 갈등이나 권리 충돌 문제인 것처럼 생각하게 만든다고 공현 활동가는 주장한다.
▲ 지난 28일 오후 2시, 강북노동복지관 강당에서 열린 '체벌은 국가폭력이다' 토론회에서 공현 활동가가 '학교 체벌'과 국가폭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 이영일 |
- 캠페인을 통해 어떤 활동을 했는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체벌은 국가폭력이다라는 메시지를 널리 알리면서 사람들의 체벌 경험을 모으고 그런 경험들을 다시 홍보물로 가공해서 배포했습니다. 학부모(양육자)단체, 교사단체, 청소년단체 등을 만나서 간담회를 가지고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지지를 호소했죠. 이번에 발간한 <체벌이라는 이름의 국가폭력을 기록하다 - "체벌은 국가폭력이다" 캠페인 기록집>도 이 캠페인의 일환입니다."
- "체벌은 국가폭력이다" 기록집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나요?
"우선 1961년생부터 2008년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에 분포하고 있는 17명을 인터뷰해서 체벌 경험을 듣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특히 학교에서 체벌이 어떻게 이루어져 왔고 어떤 경험이었는지,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보여 줍니다. 인터뷰를 통해 체벌 관련 정책이나 제도가 어떻게 변했는지, 그런 과정에서 학교나 교육부는 어떻게 반응했는지 등도 파악했습니다. 지음의 캠페인 과정에서 법리적 검토를 거친 내용, 지음의 주장을 담은 칼럼, 다른 단체들과 만난 간담회 기록, 체벌 경험 수집을 통해 만든 홍보물 등을 수록되어 있습니다."
- 이 캠페인이나 기록집이 어떻게 읽히길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교육부 장관이기도 한 이주호 장관은 2011년에도 교육부장관으로서 체벌 금지에 반대하고 간접 체벌을 허용한다고 했습니다. 올해 발표한 '학생생활지도 고시'에서도 사실상 간접 체벌 허용으로 작동할 수 있는 내용을 다수 포함시켰죠. 최근 교권 회복·강화를 외치면서 체벌을 옹호하거나 그에 준하는 조치를 부활시켜야 한다, 학생인권을 후퇴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요. 체벌 문제에 대해서 제대로 이야기하고 금지하고 그에 따른 학교의 변화를 추구하지 않고, 법 형식적으로만 '체벌을 금지한다', '규제한다'라고 하고 제대로 된 학교 환경이나 정책 변화를 꾀하지 않은 탓이 크다고 봅니다. 이 기록집을 읽으며 자신의 체벌 경험도 더 많이 발언하고 공유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교권 강화', '교권 회복'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반대로 학생인권을 후퇴시키려고 하거나 체벌 금지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주장이 나타나고 있다. '교권'의 문제가 교사와 학생 간의 갈등이나 충돌의 문제가 아닌, 정부의 정책과 교육 환경, 예산, 인력 등의 문제라는 공현 활동가의 주장은 청소년인권의 방향이 어떻게 수립되어야 하는지를 시사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크러시 제작진 "이태원 참사 풀리지 않은 의문 많아, 분명한 건..."
- 일일이 악수한 윤 대통령, 마지막엔 이재명 손잡았다
- '가슴 풍만한 멍청이'로만 기억되기엔 너무도 대단한 가수
- 해병대수사단 1광수대장 "임성근 사단장 제외 지시, 외압으로 느껴"
- [박순찬의 장도리 카툰] 혁신의 현장
- '인요한 혁신위' 뒤에 대통령실 입김?
- "고양이처럼 세상 보다가..." 마을 카페에서 탄생한 이 노래
- "안전관리에 진심" 영상... 산재로 자식 잃은 엄마의 반응
- 윤 대통령 이태원 추도 '기획예배' 의혹... 신도들 "정치가 교회 이용"
- '빈대' 잡기 위해 보건 관계부처 회의 열었다... 확산방지 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