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삶 고민하다가..." 마을 카페에서 탄생한 이 노래
[은평시민신문 박은미]
▲ 이미지 : 언스플래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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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하고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주제라는 무거움도 있다.
기후위기, 노래로 느끼기
무거움은 좀 내려놓고 기후위기 문제를 문화로 접근할 순 없을까, 사람들이 좀 더 쉽게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고민의 결과가 바로 노래 '땅으로부터'에 담겼다.
"파헤쳐지지 않은 태초의 땅은 맑고 건강한 물을 품고
그 물로 자라난 식물들이 우릴 건강하게 지키네
사람과 기계의 손길이 지나며 망가져 버린 땅은
머금고 있었던 탄소를 토해내 온 지구를 덥히네
이제 생각해 봐. 작년보다 더웠던 올해의 긴 여름, 그 이유를 말야"
'땅으로부터'는 지난 13일 공식 발매됐다. 노래를 부른 가수 강백수씨는 일상에서 친구들과 얘기를 할 때 '기후위기'라는 주제도 편하게 꺼내서 나누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노래를 만들고 불렀다고 한다.
"쉽게 말해서 아이들도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만들려고 했죠."
아이들도 따라 부르기 쉽게 만들어진 노래이지만 노래가 만들어진 과정은 꽤 오랜 시간과 공이 들었다. 그 시작점은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있는 마을카페 즐거운반딧불이와 강백수님을 포함한 다섯 명의 예술인이다. 이들의 만남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진행한 '예술인 파견지원-예술로' 사업을 통해서다.
▲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진행한 ‘예술인 파견지원-예술로’사업을 통해 만난 예술인 '세전매미'와 즐거운반딧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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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으로부터' 노랫말의 재료가 된 건 마을카페 즐거운반딧불이를 중심으로 꾸준히 기후, 환경 문제에 대해 고민한 내용이다. 즐거운반딧불이 조영권 대표는 "그간의 고민을 문화와 예술로 표현해 줄 분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이번에 다섯 분의 예술인을 만나면서 꽃을 피우게 됐다"라고 전했다.
"기후위기라는 무거운 주제지만 노래만큼은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고 너무 가볍게 느껴지면 주제가 퇴색되니까 약간의 무게감도 있어야 해서 가벼운 리듬에 규모가 있는 코드 진행을 사용했더니 특색 있는 노래가 만들어졌어요."
무거운 주제지만 외면할 수 없는 주제인 '기후위기'에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지길 기대하는 강백수씨의 고민이 그대로 전달되는 이야기다. 코러스 작업에는 이번 활동에 참여한 예술인 모두가 참여했다.
▲ 예술로 사업에 참여한 강헌구씨(왼쪽)와 강백수씨(오른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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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갖고 있는 음악이라는 도구를 개인 영역 이외에 사회적인 영역에서 활용할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어요. 다들 각자의 위치에서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데 음악가는 어떤 식으로 기여할 수 있을까 생각했죠. 저도 음악을 시작한지 14년이 됐으니까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즐거운반딧불이에서 좋은 계기를 마련해 주셨죠."
이번 예술로 사업에서 예술가 리더로서 활동한 강헌구씨 역시 노래하는 가수다. 그는 6개월 동안 이어진 모임과 학습, 노래 제작 등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 진행하며 모임을 이끌어 나갔다.
강헌구씨는 고양이와 함께 지내면서 환경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됐다다. 고양이를 바라보며 시선을 낮추고 고양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보니 조금씩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중 하나가 환경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준채식을 시작하고 전기차에 관심을 갖고 기후관련 공부까지 이어지는 변화다.
"21세기 우리는 정말 편리하게 생활하고 있는데 기후위기 심각하다고 하루아침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문화적으로 천천히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해 나가고 더 다양한 이야기로 확산되면 좋겠어요."
그는 한 개인이 무력감을 느낄 수 있는 거대 주제 앞에서 천천히 하나씩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해나가자고 했다.
"결국 우리 생활이 불편해지면서 갈 수밖에 없는 거고 생활이 변하지 않으면 또 안 되는 거죠. 환경을 바꾼다는 게 바로 내 삶을 바꾸는 문제니까요."
즐거운반딧불이 조영권 대표의 말처럼 내 삶을 바꾸는 문제는 쉽지 않다.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이고 서로 의지하고 이야기를 건네는 작업부터 시작한다면 아무리 어려운 숙제라 해도 해결의 실마리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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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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