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영 교수의 ESG와 기독교-24] 파타고니아 ESG 사례를 통해 보는 기독교윤리
환경보호와 지속가능경영에 헌신하는 기업 중 하나로 파타고나아(Patagonia)가 꼽힌다. 일부 기업이 외형만 ESG경영을 하며 진정성 없이 그린워싱(Green Washing), 불루워싱(Blue Washing), 워크워싱(Woke Washing)을 일삼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지만 파타고니아는 실제로 지속가능경영을 진정성 있게 실천하는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파타고니아의 창업자는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다. 그는 시대를 앞서가며 ESG경영을 실천하는 경영자이지만 개인적인 삶은 근검절약을 실천하며 소탈한 삶을 사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파타고니아는 1973년 창업 이래 막대한 돈을 지구환경 개선에 투자했다. 비록 단기적인 재무성과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었지만, 기업의 존립 목적을 건강한 지구를 만드는 것으로 정하고 원료 조달에서 시작하여 디자인, 제조, 유통 그리고 판매한 제품이 수명을 다할 때까지의 전 과정에 걸쳐 지구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해 왔다.
창조 세계의 아름다움을 지키고자 한다는 관점에서 파타고니아의 ESG경영은 창세기 1장 28절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하나님이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 하시니라” 말씀과 일치한다. 성경에는 환경보호와 책임 있는 지구 시민으로 해야 할 역할과 원칙에 관한 다양한 구절이 있다.
가령 창세기 2장 15절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을 데리고 에덴 동방의 동산에 두셨더니 그를 다스려 그를 지키게 하라” 시편 24편 1절 “땅과 거기에 있는 것들과 세계와 그 가운데 거하는 자들은 다 여호와의 것이로다” 고린도전서 10장 26절 “땅과 거기에 충만한 것은 주의 것이로다” 등 관련된 말씀이 다수 등장한다. 이러한 성경 구절들은 인간이 왜 환경보호와 지구의 자연을 존중하고 돌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모든 것은 하나님의 것”이며 하나님은 인간에게 “잘 다스리고 지키라”는 소명을 주셨기 때문이다.
파타고니아와 같은 기업이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하고 환경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은 이러한 소명과 부합한다. 20세기 개신교 신학을 대표하는 칼 바르트(Karl Barth)는 그의 저서 ‘교회 교의학 Ⅲ/3’에서 “피조물의 존재 목적은 피조물 간의 상호존중과 주변 환경과의 주고받는 긍정적인 관계 안에서 하나님께 봉사하게 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피조물은 각각의 고유한 가치와 존엄성이 부여된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창조 원리에 따라 “피조물들은 다른 피조물들을 섬겨야만 하며 각각은 동료 피조물들을 향하여 실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본 쉬나드는 끊임없는 외형성장과 이윤 극대화에 집중하는 전통적 경영모델을 확장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모델’을 따르면서도 지속성장하는 경영모델을 실현해 냈다. 쉬나드는 원래 암벽등반가였다. 암벽등반가로서 그는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깊다. 쉬나드는 1960년대 20대 나이에 주한미군으로 근무하면서 북한산 인수봉 바윗길을 개척했는데, 지금도 인수봉에는 쉬나드A와 쉬나드B길이 남아있다. 그는 제대 후 ‘쉬나드 장비’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등산장비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다.
1973년 파타고니아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아웃도어 사업에 뛰어든 쉬나드는 창업 초창기부터 지구 환경보호를 사업의 목적으로 설정하고 모든 제품을 유기농이나 친환경 재료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또한 손익과 관계없이 매출액의 1%를 ‘지구세(Earth Tax)’로 정해 환경단체에 기부했다. 쉬나드는 고객들에게 자신들이 만든 재킷을 가능한 한 구매하지 말 것과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과 같은 회사의 이익을 높여줄 수 있는 무역협정을 반대하는 광고를 했다. 이 협정이 결과적으로는 지구를 오염시키고 기후 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쉬나드는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탄소배출을 초래하고 있는 구매와 소비를 줄여야 함을 강조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새로운 필요를 얼마든지 충족시킬 수 있으며 낡은 것을 고쳐 쓰고 오래 사용함으로써 기존의 물건을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는 기간을 늘리라는 것이다.
사실 요즘 자동차나 가전제품, 가구 등은 고장이 나거나 낡아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지루해서 가지고 있던 것을 버리고 새것으로 바꾼다고 한다. 의류도 마찬가지이다. 옷장에 보면 대부분의 가정에는 안 입는 옷들이 넘쳐난다. 많은 경우 찢어지거나 낡아서 못 입는 것이 아니라 유행이 지나서 또는 새로운 변화를 주기 위해 새 옷을 구매한다. 쉬나드의 경영방침은 파타고니아가 윤리적인 제품 제조와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방향으로 소비자들의 사고와 행태를 바꾸는데 기여함으로써 미래세대가 살아가야 할 지구를 지킨다는 것이다.
파타고니아는 2019년 4월 “우리는 삶의 터전인 지구환경을 보호하고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라는 사명(mission statement)을 공표했다. 2022년 9월 15일에는 쉬나드 부부와 두 자녀가 가진 파타고니아 지분 전체를 기후변화 대응과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재단과 특별신탁에 양도한다고 발표했다. 그 지분 가치는 30억 달러(약 4조 2000억원)에 달하며 매년 1억달러(1400억원) 규모의 배당금도 생물 다양성 보전과 전 세계 미개발 토지 보호 활동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든 자원의 원천인 “지구가 파타고니아의 유일한 주주”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많은 기업분석가는 이러한 친환경 경영방식이 파타고니아 성장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파타고니아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으며 사업영역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소비가 미덕으로 여겨지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는 현대 기독교인들에게도 파타고니아의 역발상 경영은 자연 속의 모든 피조물이 상호존중과 의존이라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에 충실한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해준다.(다음 회, 기후위기와 지속가능 ESG 교회)
◇ 이호영 교수는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교내 ESG/기업윤리 연구센터 센터장으로 ESG경영, 재무회계와 회계감사, 경영윤리를 강의하고 여러 기업을 대상으로 ESG 관련 자문을 하고 있다.
정리=
전병선 미션영상부장 junbs@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들 덕분에 성령체험… 마약 퇴치 전도사로 거듭났죠” - 더미션
- 강화 주문도 구순 앞둔 할머니 권사들 기어서라도 예배드리며 한옥 예배당 100년 지켰다 - 더미션
- “노인? 어르신?… 앞으론 ‘장청년’이라 불러다오” - 더미션
- 지난 추석 제사 때 마음고생한 크리스천 다음엔 이렇게 풀어보자 - 더미션
- 교인만 쓰는 ‘그들만의 언어’ 소통 가로막는다 - 더미션
- 전두환 설교 거절후 외압…그 목사가 두렵지 않았던 까닭 - 더미션
- 2040세대 ‘생전 유산 기부’ 늘었다 - 더미션
- 일부 목회자 범죄 연루 물의… 한국교회 신뢰도 ‘뚝’ - 더미션
- 뜨거워지는 지구 회복의 첫걸음은 ‘생태적 회심’ - 더미션
- 한인 교회가 내놓은 라면 한끼… 피란 성도 영육 허기를 채우다 - 더미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