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롱도르 8회 메시 "월드컵 우승 상상 못했는데 꿈 이뤄…마라도나 기뻐할 것"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또 한 번 축구 역사를 새로 쓴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가 자신에게 8번째 발롱도르를 안겨다 준 월드컵 우승으로 꿈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메시는 3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샤틀레 극장에서 열린 2023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한 해 동안 세계 축구 선수들 중 가장 활약이 뛰어난 선수에게 주는 발롱도르를 거머쥐었다.
지난 9월 발롱도르 후보 최종 30인에 포함된 메시는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과 킬리안 음바페(PSG)와 함께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로 여겨졌고, 가장 많은 표를 얻으면서 다시 한번 발롱도르의 주인이 됐다.
이로써 메시는 8번째 발롱도르를 받으면서 다시 한번 축구 역사를 새로 썼다. 이미 발롱도르 수상 7회로 축구 역사상 발롱도르를 가장 많이 수상한 선수였던 메시는 2023년에도 수상에 성공하면서 전무후무한 '발롱도르 8회 수상자'라는 금자탑에 올랐다. 이로써 메시는 라이벌이자 발롱도르 5회 수상자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 나스르)와의 격차를 벌리고 명실상부 역대 최고의 축구선수로 등극했다.
시상식에 참석한 메시는 사회자가 호명하자 담담한 표정으로 단상 위에 올랐다. 발롱도르 수상자로 발표된 메시는 세계적인 축구스타이자 메시 소속팀인 인터 마이애미 공동 구단주 데이비드 베컴이 주는 트로피를 받아들고 미소를 지었다. 홀란 등 시상식장에 입장한 모든 이들이 기립 박수로 '축구의 신' 수상을 축하했다.
수상 소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메시는 조국 아르헨티나 대표팀 레전드 디에고 마라도나를 언급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전설적인 축구선수 마라도나는 지난 2020년 11월 자택에서 심장 마비로 인해 향년 60세 나이로 별세했다.
공교롭게도 발롱도르 시상식이 열린 날은 마라도나의 생일(10월 30일)이기에 메시는 마라도나를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마라도나가 원한대로 축구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그의 생일을 축하하게 됐다.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라며 "당신이 어디에 있든, 디에고, 생일을 축하한다"라며 감동적인 메시지를 남겼다.
마라도나에게 메시지를 전한 메시는 이어 "지난 몇 년간 월드컵이라는 나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모든 걸 해준 가족과 친구 모두에게 감사드린다"라며 동료들과 가족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축구가 팀 스포츠라는 것을 상기시키면서 FC바르셀로나에서의 생활이 자신의 현역 커리어에 큰 도움 됐음을 전했다. 그는 앞서 여자 선수상을 탄 FC바르셀로나 여성팀 소속 아이타나 본마티의 발언에 동의하며 "모든 발롱도르는 소중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팀의 우승이고 개인상은 그 후에 따라오는 것이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런 의미에서 모든 것을 성취한 맨시티는 세계 최고의 팀이다. 중요한 것은 팀이 잘 돼야한다는 것"이라며 지난 시즌 유러피언 트레블(3관왕)을 일궈낸 맨시티를 극찬했다.
2023년 발롱도르 경쟁은 사실상 메시와 홀란의 2파전이었다. 먼저 홀란은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36골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2골을 포함해 모든 대회에서 총 52골을 터트리면서 괴물 같은 활약을 펼쳤다. 이번 시즌도 총 13골을 넣으면서 지난 시즌 활약상을 이어갔다.
두 개의 대회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홀란의 활약에 힘입어 맨시티는 프리미어리그, FA컵, 챔피언스리그 모두 정상에 등극해 구단 역사상 최초로 '트레블'을 달성하면서 유럽 제패에 성공했다. 또 이번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올해의 남자 클럽'으로 뽑히며 세계 최고의 팀이라는 걸 다시 한번 증명했다.
메시도 지난 시즌 PSG(파리 생제르맹)에서 총 41경기 출전해 21골 20도움을 기록하며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홀란의 공격포인트와 클럽 타이틀에 비하면 부족했다. 그러나 메시는 '월드컵 우승'이라는 엄청난 이점으로 홀란을 제치고 발롱도르 수상에 성공했다.
지난해 11월에 열렸던 2022 카타르 월드컵 때 메시는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 주장으로 대회에 참가했다. 카타르 월드컵은 메시의 통산 5번째 월드컵으로, 참가할 당시 35세 나이였기에 사실상 메시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높은 대회였다.
메시는 그동안 클럽에서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렸지만 월드컵 우승만큼은 맛보지 못했다. 지난 4번의 월드컵 모두 정상에 오르지 못했고, 2014 브라질 월드컵 때 결승전까지 올라갔지만 독일한테 패하면서 준우승에 머물러야 했다.
월드컵 우승 0회는 메시에게 유일한 흠이었기에 많은 축구 팬들이 카타르에서 메시가 과연 우승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봤다. 그리고 메시는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에서 모든 걸 쏟아부으면서 꿈을 이루는데 성공했다.
멕시코와 폴란드를 각각 2-0으로 연파하며 16강에 오른 아르헨티나는 호주와 네덜란드, 크로아티아를 잡아내며 결승에 오르더니 프랑스와의 마지막 격돌에서 3골씩 주고받는 명승부 끝에 승부차기로 이겼다. 그리고 아르헨티나 우승 한가운데에 7골 3도움을 기록한 메시가 있었다.
매 경기 엄청난 활약을 펼치면서 조국을 36년 만에 월드컵 정상에 올려놓은 메시는 생애 첫 월드컵 우승을 맛봤고, 대회 MVP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을 수상했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 때도 골든볼을 수상하긴 했지만 준우승을 했기에 씁쓸한 표정으로 단상 위에 섰던 8년 전과 완전히 달랐다.
이견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활약을 펼치며 조국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끈 메시는 자연스럽게 2023 발롱도르에서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로 등극했다.
그동안 발롱도르 역사를 살펴보면 월드컵에서 맹활약을 펼친 선수들은 그 해 발롱도르 투표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 당장 크로아티아 레전드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도 2018 러시아 월드컵 때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골든볼을 수상하면서 팀 동료였던 호날두를 제치고 2018 발롱도르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렇기에 발롱도르 시상식을 앞두고 월드컵 챔피언인 메시가 홀란을 제치고 수상에 성공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는데, 예상대로 메시는 2023 발롱도르의 주인이 됐다.
시상대에서 메시는 "난 내가 보유하고 있는 커리어를 갖게 될 거라고, 대표팀에서 함께한 어려운 순간들을 겪은 후 월드컵에서 우승해 내 꿈을 이루게 될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라며 "이 순간을 즐기기 위해 다시 한번 오게 돼 기쁘다"라며 수상 소감을 전달했다.
한편, 메시한테 밀려 2위를 차지해 발롱도르 수상에 실패한 홀란은 한 시즌 동안 클럽과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에게 주어지는 '게르트 뮐러' 트로피를 수상한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했다.
홀란은 "게르드 뮐러 트로피를 받게 돼 큰 영광이다. 동료들이 없었다면 많은 골을 넣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 상은 우리 모두의 즐거웠고 놀라운 한 해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라고 수상 소감을 전달했다. 그는 시상식 전엔 "맨체스터 더비에서 이겨 아주 기쁘다. 오늘은 멋진 밤이 될 것 같다"며 시상식 전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의 더비 매치 원정 경기에서 2골 1도움을 올리며 팀의 3-0 완승 견인한 것을 기념했다.
2023 여자 월드컵 챔피언 스페인 대표팀의 일원이자 2023 여자 발롱도르 수상자로 선정된 아이타나 본마티(바르셀로나 페메니)는 "모든 선수가 매일 이런 상을 받는 꿈을 꾸지만 항상 팀이 먼저라고 말하고 싶다. 팀 성적이 좋지 않으면 이런 상을 받을 수 없다"라며 스페인 대표팀, 그리고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에 대해 축구 동료들과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메시와 함께 아르헨티나를 월드컵 우승으로 이끈 수문장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애스턴 빌라)는 세계 최고의 골키퍼에게 주어지는 '야신상'을 받으면서 "정말 감격이다. 빌라와 아르헨티나 동료들이 없었다면 이 순간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2023 골든보이' 주드 벨링엄(레알 마드리드)은 시상식에 참석해 "월드컵이 있던 2023년 메시는 환상적이었다. 그는 발롱도르를 받을 자격이 있다"라며 자신의 소감보다는 메시의 8번째 발롱도르 수상을 축하했다.
사진=EPA/연합뉴스, 발롱도르 SNS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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