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 격려하며 함께 그린다 [앤디의 어반스케치 이야기]
[오창환 기자]
▲ 너와집 앞에서 그림을 그리는 어반스케쳐들을 그렸다. 모델이 좋아서 그림이 마음에 든다. 시간에 쫒겨 그림자를 그리지 못한 점이 아쉽다. |
ⓒ 오창환 |
기차역에서 아산 챕터 운영진을 만나 맛있는 점심을 먹고 온양 민속박물관을 향했다. 티켓팅을 하고 들어가니 이미 아산 스케쳐들이 와 있었고 세종시에서 온 분도 있었다.
아산 챕터는 2022년 12월 첫 번째 토요일에 아산 맹씨 행단에서 첫 정기 모임을 한 후로 매월 첫 번째 토요일에 정기 모임을 한다. 고양 챕터와 날자가 겹쳐서 올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이벤트를 만들어서 같이 스케치를 하게 되었다.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온양민속박물관을 둘러봤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직접 와서 보는 것은 처음이다.
온양민속박물관은 구정 김원대(龜亭 金源大, 1921~2000) 선생님이 설립하셨는데, 그는 해방 후 25세의 젊은 나이로 출판사업을 시작하여, '계몽사'를 만드신 분이다. 1974년 고향인 안동에 길원여고를, 1978년에는 온양민속박물관을 설립하셨다고.
▲ 왼쪽은 박물관 본관 로비 오른 쪽은 자연광을 이용한 전시다. |
ⓒ 오창환 |
주요 유물을 전시하는 박물관 본관은 김석철 건축가가 설계하였는데, 그는 예술의 전당과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을 설계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축가였다. 본관 건물은 단순하고 미니멀하게 지어진 모더니즘 설계다.
▲ 왼쪽은 봉산탈춤의 탈들. 오른 쪽은 고려시대 청동 표주박인데 손잡이로 도롱룡을 조각하여 표주박 안을 들여다 보게 만들었다. 오랜 전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기발한 상상력이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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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양민속 박물관은 우리 조상님들이 사용하던 생활용품들을 잘 수집하여 보관하고 있고, 전시도 알기 쉽게 구성되어 있어서 좋았다. 1960~70년에 수집한 유물들이라 지금보다는 질이 좋은 유물을 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옛사람이 입던 의복이나 갓도 흥미로웠고 각 지방 탈을 모아놓은 것도 재미있었다.
박물관은 오래된 유물을 전시하는 곳인데, 전시물을 햇빛에 노출시키면 유물이 손상되기 쉽다. 그래서 어떤 박물관을 가도 천장을 꽉꽉 막아놓고 인공조명으로 유물을 전시한다.
▲ 이타미 준의 설계. 중부지방의 ㅁ자 평면도와 거북선 모양을 본따 건물을 지었다. 오른 쪽은 전시장 내부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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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양민속박물관은 개관한 지 4년 후에 세계적인 건축가 이타미 준(유동룡 庾東龍)이 설계한 구정아트센터(구 구정미술관)을 준공한다. 이 건물은 아산이 충무공의 땅이라는 상징성을 살리기 위하여 지붕을 거북선처럼 만들었고, 내부구조는 충청도의 'ㅁ' 자형 가옥구조를 모티브로 하였다. 아산 일대 풍부한 돌을 활용해 돌담을 만들었다. 이 미술관은 그가 한국에서 첫 번째로 설계한 건물이다. 그 후 그는 제주도 <포도호텔>, <수풍석 뮤지엄>, <방주교회> 등을 설계해서 이름을 떨쳤다.
박물관을 간단히 둘러보고 너와 집 잔디마당 앞에 자리를 잡았다. 너와집이란 나무 판을 지붕으로 삼은 집을 말하는데 강원도 삼척에 1878에 지어진 집을 1983년에 이전복원한 집이다. 나는 너와집과 그 앞에 자리를 잡고 있던 아산 스케쳐들을 그렸다. 모델이 좋아서 그런지 그림이 잘 된 것 같다. 단 시간이 없어서 그림자를 그리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
오후 3시에 모여서 기념촬영을 한 후에 어반스케치에 대한 강좌를 했다. 요즘 들어 많은 사람들이 어반스케치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가 어반스케치는 전통적인 수채화나 유화와 달리 그림 그리는 펜선이 노출되는 펜앤드워쉬(penandwash) 기법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어떤 선이 좋은 선인지, 그런 선으로 어떻게 그려야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는지에 대해 강의했다.
그리고 14세기에 발견된 투시도법은 미술이나 건축에서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져서 이제는 상식처럼 된 이론이다. 어반스케치에서도 투시도법을 참고로 그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가 두 눈으로 직접 보는 것과 투시 도법과는 많은 차이가 난다. 투시도법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보고 그리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보이는 대로 그리는 것이 중요한 이유를 말씀드렸다.
아산 스케쳐들은 모두들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고 하신다. 너무 집중도 잘해주시고 리액션도 좋아서 나도 재미있게 강의를 했다. 그리고 서로의 그림을 감상하는 시간도 가졌다.
나는 그날 그림 2장을 그렸는데 마침 며칠 후부터 한 달 동안 아산 중앙도서관에서 어반스케쳐스 아산 정기전시를 한다고 해서 기꺼이 그 전시에 참여하기로 하고 그림 2장을 맡기고 왔다.
▲ 잠깐 시간이 남아서 문인석들이 모여있는 모습을 그렸다. 노랑 잉크로 먼저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펜으로 그렸다. 옹기 종기 모여있는 석상이 마치 교실에 모여 있는 초등학교 학생들 같다. |
ⓒ 오창환 |
전철을 타고 집으로 가면서 생각했다. 어반스케쳐스 선언문 6조는 "우리는 서로 격려하며 함께 그린다"이다. 그런데 함께 그리는 범위가 꼭 자기가 사는 지역뿐 아니라 멀리 떨어진 지역이나 외국까지도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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