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함평·구미는 1%도 안돼... '태양광'은 억울하다

노광준 2023. 10. 3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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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와 난개발이 만든 '태양광 거리두기 규제', 이렇게 풀자

[노광준 기자]

[기사수정 : 31일 오후 3시 20분]

"도로나 주택으로부터 직선거리 평균 300미터 안으로는 태양광을 설치할 수 없다는 뜻이죠."
"300미터요? 외국은 어느 정도?"
"캘리포니아가 46미터, 캐나다 한 주는 도로 중심에서 5미터..."
"그럼 땅이 적은 우리나라에선 그냥 태양광 하지 말라는 거네요?"
"그래서 저희가 실측해보니 경남 함양, 전남 함평, 경북 구미의 경우 이격거리 조례를 적용하면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면적이 군 전체 면적의 1%도 안 나옵니다."
"심각하네요."

오늘(30일) <기후만민공동회 오늘의 기후>에서 진행자와 출연자가 나눈 대화 중 일부다. 태양광 이격거리, 즉 도로나 주택지로부터 태양광 시설물을 얼마나 떨어뜨려 설치해야할지를 명시해 둔 기초 지자체 조례이다.
 
  태양광 발전
ⓒ 언스플래쉬
 
'이격거리'는 원래 안전 등을 이유로 건물과 건물 사이 띄워두는 공간 거리를 뜻하는데, 태양광 보급 초창기 산지와 농지 훼손 등 난개발 부작용과 '태양광 괴담'으로 지칭되는 가짜뉴스들이 빠르게 돌면서 우리 동네 태양광을 설치하지 말아달라는 주민 민원이 늘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기초 지자체 차원에서 태양광 시설과의 거리두기(이격거리) 조례를 앞다퉈 제정하면서 만들어졌다.

기후관련 민간연구기관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2022년 4월 기준으로 128개 기초지자체가 태양광 발전설비가 특정 도로, 시설, 입지로부터 최소 이격거리를 확보해야 개발행위허가를 승인해주는 형태의 규제를 시행하고 있고, 그 수준은 평균 이격거리 300m로 사실상 재생에너지 보급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결과를 내고 있다. 이런 규제에 따르면 경북 구미시의 경우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부지는 전체 면적의 0.09%에 불과하다.

미국, 중국, 유럽은 물론 남아시아와 중동까지 재생에너지 확산에 전력질주하고 있는 세계 추세와 정확히 거꾸로 가고 있는 거리두기 규제, 과연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지 <기후솔루션>에서 태양광 정책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최재빈 연구원과 함께 머리를 맞대봤다. 

- 이격거리의 정확한 개념은?

"특정 도로나 주택으로부터 태양광 시설까지 거리두기 기준을 뜻한다. 우리나라 평균은 300미터 정도다. 직선거리 300미터 정도면 도로를 중심으로 좌우로 총 600미터 반경에는 태양광을 설치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기초 지자체 조례로 정해지고 있다."

- 우리나라가 땅이 넓은 나라가 아닌데 이격거리에 산지 빼고 이거저거 다 빼면 태양광은 어디에 설치할까?

"저희 보고서를 보시면 경남 함양, 전남 함평, 경북 구미시는 이격거리 조례 적용시 태양광 설치 면적은 전체 군 면적의 1%도 안된다."

- 이런 규제가 만들어진 이유는?

"(태양광 보급 초창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면 주민들은 당황하셨을 듯하다. 갑자기 내 집 옆에, 내 농토 옆에 포크레인이 들어오며 대규모 공사가 시작됐다. 더구나 전기발전시설이라고 한다. 당시만 해도 태양광은 소규모 발전시설이라는 생각을 못할 때였다. 그냥 대규모 발전시설... 두렵고 무서우셨을 것이다. 여기에 실제 산지훼손이나 농지 젠트리피케이션 등 난개발 사례까지 더해지면서 주민들로서는 기초 지자체에 민원을 계속 넣고, 기초 지자체는 주민 보호를 위해 개발허가과정에서 이격거리 조례 를 만들어왔다. 당시 중간에서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지자체 담당자들이나 주민들에게 태양광에 대한 설명과 설득을 했더라면 지금처럼 이렇게 규제가 심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창원 두산에너빌리티 주차장에 설치되어 있는 태양광발전 시설.
ⓒ 두산에너빌리
 
- 이격거리 규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가? 해외 사례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화재예방 차원에서 최대 160피트를 둔다. 미터단위로 환산하면 45.72미터이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사우스던다스에서는 도로중앙에서부터 10미터를 띄운다. 도로에 바짝 붙이지 말라는 규정일 뿐 우리처럼 3백미터, 5백미터, 최대 1킬로미터 이내로 들어오지 말라는 규정은 발견하지 못했다."

- 태양광 이격거리라는 게 외국 사례처럼 화재나 도로 사고 방지 차원의 최소 안전거리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과도한 거리가 설정됐다. 그 이유로는 태양광이 근처에 있으면 전자파 등 몸에 안 좋다는 인식 때문 아닐까?

"그렇다. 태양광 이격거리가 확산된 데에는 태양광에 대한 가짜뉴스가 많았다. 전자파가 많이 나온다. 눈부심이 있다. 중금속이 있다 등... 그러나 모든 생활환경에서 문제가 없다는 점을 이미 산업자원부가 가이드라인으로 발표했다. 예를 들어 태양광의 빛반사 정도는 강한 유리보다 낮은 수준이고, 눈부심(휘도)은 창호유리의 1/15 수준이다. 전자파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량의 20% 수준이다. 결정적으로 태양광은 휴대폰처럼 우리가 사는 건물 안의 공간이 아닌 바깥에 있다. 휴대폰처럼 태양광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걱정하는 영향력은 위의 명시된 수치들보다도 훨씬 더 적다는 점이다."

- 하지만 이미 많은 기초자치단체들 조례로 명시되어 있다. 어떻게 풀어야하는가?

"기초 지자체는 주민투표 선출직이기에 아무래도 규제 풀기 쉽지 않다. 중앙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법제화시켜서 기초지자체의 부담을 덜어주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가이드 라인 제시에 그치고 있다.

또 한 가지는 해당 주민들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융복합 지원사업이라고 건축물 위에 3킬로와트 태양광을 올리는 사업들이 있는데 현재는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푸는 지자체에게 가산점을 준다. 그런데 가산점을 주는 것은 주민들에게는 직접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지원대상을 늘리거나 혹은 국비보조금의 보조금 액수를 늘리는 등 주민들에 대한 직접 혜택을 늘려야가야 한다."

- 끝으로 시민들(독자들)께 하고 싶은 말은?

"기후위기 대응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나라에서는 태양광 보급률이 낮아지고 있는지, 왜 우리나라만 태양광 보급에 대해 주저하고 우려하고 있는지, 태양광은 소규모로 설치해서 다양한 부지에 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업활용성이 높은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왜 내가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은 딱히 없는 건지 함께 관심가져주시고 참여해주시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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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이 내용은 지난 2023년 10월30일 OBS 라디오 '기후만민공동회 오늘의 기후' 방송내용을 정리한 글입니다. '오늘의 기후'는 지상파 라디오 최초로 기후위기 대응 내용으로만 매일 2시간 편성제작되고 있으며 FM 99.9 MHz OBS 라디오를 통해 경기, 인천 전역에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방송되고 있습니다. 유튜브 라이브(OBS 라디오 채널)와 팟캐스트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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