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사태' 신현성, 혐의 전면 부인…첫 재판 쟁점 세가지
②사업의 실현가능성
③폭락의 책임 어디에
수천억원의 피해를 낸 가상화폐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인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38) 등 8명에 대한 첫 재판이 30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4부(부장판사 장성훈)의 심리로 열렸다. 검찰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의 핵심인 루나 코인의 '증권성' 입증과 이들의 사기 혐의 입증을 위해 테라 프로젝트 실행 당시 현실성이 없었음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변호인 측은 이에 반박하며 사기의 고의성이 없고 테라·루나 폭락에 신 전 대표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①루나코인은 증권성이 있는가
테라·루나의 증권성 여부는 이번 재판의 최대 쟁점이다. 코인의 증권성이 인정돼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적용이 가능하고, 이는 형량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신 전 대표 등이 만든 루나 코인이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해 증권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자본시장법 제4조6항에 따르면 투자계약증권이란 특정 투자자가 투자자와 타인 간의 공동사업에 금전을 투자하고 주로 타인이 수행한 공동사업 결과에 따라 손익을 귀속받는 계약상 권리가 표시된 것을 말한다. 검찰은 루나 투자자와 테라폼랩스 간 공동사업인 테라 블록체인 플랫폼 사업이 존재하고, 루나 투자자는 이 사업에 법정화폐 혹은 가상자산을 투자했으며, 공동사업은 테라폼랩스가 독점하고 있다고 봤다. 루나 보유자는 사업의 결과, 즉 수수료 및 주조차익에 따른 손익을 귀속받는 계약상 권리를 얻는다는 것이다.
신 전 대표 측은 루나 코인은 증권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신 전 대표 측은 "발행 법인과 루나 보유자 사이, 루나 보유자들 사이의 공동사업성 모두를 인정하기 어렵고, 다수 참여자의 활동으로 사업을 수행하고 발전시켜왔기 때문에 타인성 역시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루나 보유자가 발행법인에 어떠한 계약상 권리를 가지지 않기 때문에 계약상 권리를 보유해야 한다는 요건도 충족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검찰이 지난 2월 신 전 대표에 대해 몰수보전을 청구했지만, 서울남부지법이 '검사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루나 코인이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청구를 기각한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검찰 측에서 근거로 제시한 미국 판례의 적합성에 대해서도 다툼이 있었다. 검찰은 증권성의 근거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코인 '리플' 발행사 리플랩스의 소송에서 뉴욕남부지법이 "리플이 기관 투자자에게 판매될 때는 증권이지만 일반 대중에게 판매될 때는 증권이 아니다"고 판단한 판결문 등을 증거로 냈다. 기관 투자자 대상 한정이지만 판매한 코인의 증권성을 인정했다는 것에 주목한 것이다. 그러나 변호인은 "검찰이 근거로 주장하는 미국 일부 법원의 판결은 하급심 판결에 불과하다"며 "테라 관련 일부 판결에서도 (권도형과의 결별 이후) 앵커나 미러 프로토콜 출시에 따라 증권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어 오히려 피고인의 관여 시기에 루나는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도출된다"고 주장했다.
②가상화폐를 이용한 결제사업은 규제로 애초 실현이 불가능했는가
테라 프로젝트가 시작 당시 현실성이 있었는지도 사기 혐의 입증에 중요한 부분이다. 검찰은 테라 프로젝트 사업이 진행 당시 법적 규제로 인해 가상화폐 결제사업이 불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테라 코인을 결제수단으로 하는 간편 결제가 가능하게 하려면 금융당국의 전자금융업 등록이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방침에 따라 결제사업 자체가 어려웠음에도 신 전 총괄대표 등은 언론 등을 통해 허위로 홍보·공시, 백서를 통해 기망 행위를 했다고 검찰은 봤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당시 법적 규제나 행정적 규제 자체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신 전 대표 측은 "금융기관이 아니라면 가상화폐를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제는 없었다"며 "정부는 가상자산 합동 TF를 통해 유사수신 등 불법행위에는 엄정 대응하되 블록체인은 육성 대상이라는 가상자산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8년 초 이후 금융당국의 민원 회신에 따르더라도 가상화폐 지급 결제 수단 사용 사업을 금지한다는 입장이 없으며 금지 규율이 부재한다는 답변도 있다"고 덧붙였다.
③신현성에게 테라·루나 폭락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검찰은 기본적으로 신 전 총괄대표가 현재 위조 여권 소지로 몬테네그로에서 징역 4개월이 선고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2)와 함께 테라 프로젝트를 추진 강행하면서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루나 코인 가격이 상승한 앵커 프로토콜 출시 시점부터 신 전 총괄대표가 이를 매도해 상당한 수익을 실현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폭락 시점이 신 전 총괄대표가 권 대표와 결별한 이후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앙투아네트 쇼어 MIT 경영대학원 교수의 ‘테라·루나 붕괴, 자금이탈의 해부’ 논문을 제시하면서 "테라·루나의 붕괴는 고이윤 구조의 무리한 설계에 기반한 앵커 프로토콜의 출시, 레버리지 프로토콜과의 연계 등 무리한 디파이 사업과 지난해 5월 외부공격에 따라 발생한 '뱅크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앵커 프로토콜이 출시한 시기는 2021년 3월인데, 두 사람의 결별은 2020년 말이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변호인 측은 "신 전 총괄대표는 디파이에만 몰두하는 권 대표의 경영철학과 방향성이 달라 사업을 분리하고, 2020년 3월 이후 두 사람은 완전히 독자적인 길로 사업을 추진했다"며 "신 전 총괄대표는 권 대표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미러, 앵커 프로토콜 등의 사업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테라·루나 사태= 2022년 5월 가상화폐 테라와 루나의 가격이 급락한 사건. 같은 달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지난 4월 테라폼랩스 일당이 '테라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되는 것처럼 허위 홍보를 하고 거래 조작해 두 코인을 판매·거래하면서 약 4629억원의 부당이익을 취득하는 등의 혐의가 있다고 보고 기소. 주요 공범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와 측근 한창준은 해외로 도피했다가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위조 여권 행사 등 혐의로 체포돼 각각 징역 4개월이 선고됨.
◆테라 프로젝트= 테라폼랩스에서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고정 가치가 있는 코인), 즉, 테라 코인을 만들어냈다고 발표한 프로젝트. 알고리즘 안에서 테라 코인은 루나 코인을 기초로 운영되며 발행량 조절을 통해 테라의 가격이 고정됨. 만약 테라가 1달러 이하일 때는 추가발행한 루나로 테라를 매수해 테라의 공급량을 감소시켜 테라 가격을 상승, 1달러 이상이면 테라의 공급량을 증가하면서 가격을 하락하면서 1달러로 유지하는 알고리즘으로 가격을 고정. 테라를 통한 결제 등으로 발생하는 수수료는 루나 보유자에게 보상으로 제공돼 루나 가치를 보존하는 매커니즘으로 알려짐.
◆앵커 프로토콜= 테라의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서비스. 테라 코인을 예치하면 원금을 보장하고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약정.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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