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정원, '中 탈북민 강제북송' 사전에 인지"
국정원-외교부, 中 탈북민 대응 '묵묵부답'
'해외 북송 사태' 외교부 아닌 통일부 발표
"정보 공유 안했거나 휴민트 무너진 방증"
정보 당국이 중국의 '재중 탈북민 강제북송 사태'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부가 전례 없는 대규모 북송을 '사실'로 판단하는 데 나흘이나 소요된 점을 고려하면, 관계 부처 간에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 공론화를 통해 중국을 저지할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대표는 31일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탈북민 500여명을 북송하기 이틀 전인 7일 국가정보원에 '대규모 북송 조짐이 있다'는 정보가 제공됐지만, 휴민트(HUMINT·인적 네트워크)를 가동한다거나 적극적인 상황 파악에 나서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 체류 탈북민 구출은 첫째가 국정원"이라며 "정보기관에서 수집한 첩보를 공유하면 외교부가 재외공관을 통해 추가 확인에 나서는 등 대처가 있었어야 했는데, 그런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해당 소식통에 대해 1990년대 말부터 해외 체류 탈북민을 구출해온 활동가이자, 중국 현지 사정에 밝은 인사라고 소개했다. 이 소식통은 지난해 초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당시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 '중국 각지 수감시설에 수용된 북송 우려 대상자가 2000여명'이라는 정보와 세부 수치까지 제공할 정도로 신뢰받는 인물로 전해졌다. 이는 후임자 엘리자베스 살몬 보고관에 의해 지난해 9월 공표됐으며, 향후 우리 정부와 미 의회 등 국제사회에서 공신력 있는 수치로 인용됐다.
국정원 관계자는 '재중 탈북민 강제북송에 관한 동향을 사전에 입수했느냐'는 질의에 "(관련 부서에서) 문의사항은 확인된 바 없다"며 "다만 탈북민 북송 동향을 예의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정보를 알아도 북송을 막을 수 있을지 단정할 순 없지만, 사전에 인지하고 공론화를 시도하는 것과 몰라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정원이 정보를 입수했다면 관계 부처와 제때 공유하거나 대응하지 않은 것이고, 몰랐다면 중국이나 탈북민에 관한 휴민트가 무너졌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이번 사태를 사실로 인정한 것은 북송 나흘 만인 13일이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이틀 전인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제북송 사태를 언제 파악했느냐'는 질의에 "(오늘) 언론 보도를 통해 인지했다"고 답했다. 통일부 고위 관계자도 지난 13일 '사실 판단' 발표 뒤 기자와 만나 "(북송 사태가 알려지기까지) 아무런 정보를 공유받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해외 체류 탈북민 구출'에 관련한 업무는 국정원과 외교부 민족공동체해외협력팀 소관이다. 민족공동체해외협력팀은 외교부·통일부·관계 부처(국정원) 등 7명으로 구성된다. 또 재외공관마다 공사, 참사관 등 직책으로 국정원 직원들이 파견돼 있다. 정보 공유를 위한 인프라는 충분히 갖추고 있었지만, 관련 정보가 통일부까지 제때 공유되지 않은 셈이다.
외교부는 '원론적 입장' 외엔 재중 탈북민 문제와 관련해서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질의한 '민족공동체해외협력팀의 활동 내역과 관계기관 협조사항'에 대해서도 ▲탈북민의 신변 안전 ▲우리 공관의 관련 활동에 미칠 영향 ▲해당국과의 탈북민 관련 협력 등을 이유로 "공개하기 어렵다"고 함구했다.
초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지낸 이정훈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국정원과 외교부가 중국 각지에 파견된 영사 등을 통해 세밀한 교섭을 벌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관계 부처들이 대책 수립을 논의했는지, 컨트롤타워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관할에 개입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각 부처의 역할을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 지난 수십년간 그랬듯이 북송은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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