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특공대에 부비트랩까지…이스라엘 지상전, 지옥문 열었나 [Focus 인사이드]

방종관 2023. 10. 3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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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벤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이 두 번째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선언했다. 군사작전의 목표를 “하마스의 군사 및 통치 능력을 파괴하고, 인질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이는 시작에 불과하며, 길고 힘든 전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벤야민 네타야후 이스라엘 총리가 28일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AFP=연합


이스라엘이 목표를 ‘하마스의 완전한 제거’로 설정한 이상, 대규모 지상 작전은 불가피하다. ‘2단계’는 바로 이러한 작전의 시작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지상 작전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고, 작전기간이 어느 정도 될 것이며, 사상자의 규모가 어느 수준으로 예상되는지는 분석을 필요로 한다.


하마스 조직의 연결을 차단하고, 작은 단위로 쪼개서, 완전하게 소탕한다.

전투력은 단위 무기체계나 병력보다 ‘조직력’을 통해서 발휘된다. 이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 ‘지휘통제 네트워크’다. 지상작전 개시 하루 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의 인터넷을 포함한 통신망을 전면적으로 차단한 것도 이를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하마스의 지휘통제를 마비시키기 위한 것이다.

29일 이스라엘 육군 장병이 병력수송장갑차에 타고 가자지구 국경을 순출하고 있다. EPA=연합


이스라엘은 이미 가자지구 민간인 대부분을 남쪽으로 대피시킨 바 있다. 따라서 군사작전 범위는 가자지구의 북쪽에 한정된다. 북 가자와 가자 시티가 포함된 폭 10㎞ × 길이 10㎞ 정도의 면적이다. 현재, 이스라엘의 지상부대가 내부에 진입해 전체 지역을 3∼4개 구획으로 분할하는 작전을 진행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향후,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조직력 와해를 위해 더욱 작은 면적으로 쪼개서(20∼30개) 고립시키는 작전을 추가 진행할 것이다. 이는 현재보다 높은 강도의 전투를 필요로 한다. 최고 강도의 전투는 고립한 건물, 공간 하나하나를 수색하면서 적을 소탕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다. 하마스의 저격수, 매복, 대전차무기, 지뢰, 부비트랩, 자살 특공조 등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7월 이스라엘군이 언론에 공개한 가자지구 국경 지하 터널. 가자지구 안에 이 같은 터널이 최장 500㎞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AP=연합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에게 최대한 피해를 강요하면서, 오랫동안 전투력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할 수 있다. 약 500㎞의 지하터널을 병력ㆍ장비의 기동, 최후 저항거점으로 활용할 것이다. 또한, 2006년의 헤즈볼라처럼 마을 단위로 민병(일명 Village Fighter)을 활용함으로써 분산ㆍ고립 상태에서도 이스라엘군에게 지속적인 전투를 강요할 수도 있다.


최대 3개월 이상 지속하고, 수천 명의 전사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작전기간에 대한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은 시간이 경과할수록 더욱 신중한 입장으로 변해왔다. 지난 12일,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2014년 가자지구전투 참전경험을 기초로 “최대 8주면 충분하다”고 자신했었다. 22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최대 3개월’을 언급했고, 28일, 네타냐후 총리는 ‘길고 힘든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2004년 11월 15일 팔루자 전투 당시 미 육군 1보병사단 3여단 정찰팀의 딘 모리슨 대위(제일 오른쪽)이 방향을 지시하고 있다. 미 육군


전쟁이 길어지고, 사상자가 늘어나면 전쟁에 대한 지지도는 하락한다. 22일, 이스라엘 언론 마리브(Maariv)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상 작전에 대한 지지도는 65%, 반대는 21%로 나타났다. 2014년, 가자지구 지상 작전을 개시했을 때 지지율이 90%에 달했었다. 하지만, 작전이 1개월 이상 지속하자 지지여론이 급격히 하락한 바 있다. 네타냐후 정부의 고민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군의 사상자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과거의 전투사례를 참고하면 개략적인 범위를 유추할 수는 있다. 가자지구의 지상 작전은 2009년과 2014년에 있었다. 하지만 예비군 동원 없이 소규모로 진행했기 때문에 현재와 비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대신, 전투의 규모를 고려하여 2004년 2차 팔루자 전투, 2006년 레바논 전쟁이 참고될 수 있다.

2차 팔루자 전투는 미 해병대가 이라크 반군을 상대로, 약 20만명이 거주하던 도시지역에서 수행한 진압작전이다. 전사자는 미군 107명, 반군 약 1000∼2000명이 발생했다. 손실비율이 ‘1:10∼1:20’로 분석된다. 전반적인 군사작전은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반군의 방어작전 준비기간이 1개월에 불과했기 때문에 미군의 작전이 비교적 용이했다는 의견도 있다.

2차 레바논 전쟁은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를 상대로 소도시가 산재한 지역에서 수행한 작전이다. 전사자는 이스라엘 119명, 헤즈볼라 약 500명이 발생했다. 손실비율이 ‘1:5’로 분석된다. 군사작전의 성공 여부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전쟁 직후, 진상조사를 위한 위노그라드(Winograd) 위원회가 편성되었고, 이를 통해 이스라엘군이 범한 여러 과오 및 한계 등이 지적된 바 있다.

하마스의 전체 병력을 최대 3만명(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으로 가정하고 손실비율을 적용하면 개략적인 전사자 규모를 유추할 수 있다. 최소 1500명(1:20 적용), 보통 3000명(1:10 적용), 최대 6000명(1:5 적용)으로 평가된다. 부상자의 규모는 통상 전사자의 4∼5배에 달한다. 이스라엘이 감내할 수 있는 사상자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이스라엘이 위기에 처했던 제4차 중동전쟁(1973년, 전사 2687명, 부상 7251명)이 참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Hezbollah fighters rise their group's flag and shout slogans, as they attend the funeral procession of Hezbollah fighter, Bilal Nemr Rmeiti, who was killed by Israeli shelling, during his funeral procession in Majadel village, south Lebanon, Sunday, Oct. 22, 2023. (AP Photo/Hassan Amma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결론적으로 도심 시가지 전투는 최고 수준의 군대에조차 가장 어려운 작전이다. 특히, 민간인과 혼재한 상태에서 종교 혹은 이념으로 무장한 적을 상대할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2차 팔루자 전투에 투입됐던 어느 병사는 “건물 출입문을 개방할 때마다 지옥문을 여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스라엘의 지상작전도 예상보다 길어지고, 사상자 규모도 늘어날 수 있다.

방종관 서울대학교 산학협력교수ㆍ예비역 육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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