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애들과 다투다 국악에 흠뻑…흑인소녀 최은지, 한예종 간다
" “K-팝에 이어 K-국악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한국 문화외교관’이 되는 게 꿈입니다.” "
전남 진도국립국악고에 재학 중인 최은지(19·여)양이 30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다문화가정 중도입국 청소년인 최양은 지난 26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과에 수시 2차로 합격했다. 중도입국 청소년은 부모가 한국인과 결혼하거나 이주노동자로 한국에 온 후 데리고 온 자녀를 말한다.
최양이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16년 7월부터다. 아프리카 카메룬에 살다 한국인과 결혼한 엄마를 따라 한국 땅을 밟았다. 이후 최양은 7년여간 전남 광양에서 성장하며 낯선 한국문화에 적응해왔다.
“한국생활 7년…힘든 날의 연속”
이런 최양을 변화시킨 것은 국악이다. 그는 처음 한국어를 배웠던 광양시가족센터에서 북과 장구를 접한 후 생활태도가 달라졌다. 이후 최양은 각종 사물대회 무대에서 수상할 정도로 국악에 관심을 기울였다.
최양은 진도 국악고에서 아쟁에 반했다고 한다. 아쟁은 국악기 가운데 유일하게 저음을 내는 현악기다.
국악 접한 후 한국 사랑…아쟁의 매력 빠져
최양이 어려움에 부닥칠 때마다 도움의 손길을 내민 건 장명숙(55·여) 사회복지사였다. 광양시가족센터 소속인 장씨는 입국 초기 한국어 강좌를 비롯해 최양이 한국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였다. 고교 진학 후로는 각종 공모사업 등을 통해 개인레슨이나 악기 구매 비용 등을 충당하도록 돕기도 했다.
언어적 재능도 뛰어나…5개 국어 구사
2021년 11월 한국 국적을 취득한 그는 카메룬 이름인 ‘오드리’보단 최은지가 좋다고 말한다. 최양은 “아직은 부족하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제 이름을 딴 ‘아쟁산조(牙箏散調)’를 만드는 게 꿈”이라며 “K-국악 크리에이터로 성장해 한국 음악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사회적 관심이 글로벌 영재 발굴한 사례”
교육부에 따르면 다문화 학생의 학업중단율은 2021년 현재 중학생 0.78%, 고등학생 2.05%에 달한다. 국내 전체 중학생 0.54%, 고등학생 1.55%보다 높은 수치다. 다문화 학생 대학 진학률도 40.5%로 전국 전체 평균(71.5%)을 크게 밑돈다.
손경화 청암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악과 언어 부문 등에서 글로벌 영재가 될 가능성이 큰 인재를 지역사회의 관심과 교육을 통해 발굴한 사례”라며 “대학에서도 열심히 노력해 본인 꿈처럼 한국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광양=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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