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대 증원? 지방흡입 의료 늘 것"...'피안성' 다시 들썩인다

채혜선 2023. 10. 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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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그래픽.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무슨 과를 가야 유리할까요?” “더 좋은 의대 가려고 반수하느니 빨리 졸업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의대생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한 사교육 업체에는 최근 이 같은 의대생 학부모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면서 향후 전공의 선택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예과 1~2학년 남학생의 경우 군복무 등을 감안하면, 정원 확대 첫해인 내년 입학생과 전공의 지원 기간이 겹칠 가능성이 크다.

의대생은 국가고시 합격 후 인턴 과정을 거쳐 전공의가 된다. 이때 경쟁률이 높은 과를 가려면 내신(의대)·국시 성적이 좋아야 한다. 이 때문에 이른바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 ‘정·재·영(정형외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으로 불리는 인기과 전공의 합격을 위해 특강이나 진로 컨설팅을 해주는 업체가 있는 것이다.

해당 업체 대표 권양(영상의학과 전문의)씨는 30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환경 변화에 따라 의대생들이 생존을 고민하고 있다”며 “방학도 아닌 학기 중에 수강 문의가 쏟아지는 건 업체 운영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피부과·안과 인기 여전할 것” 의대생 교육업체 전망


지난 7월 서울 강남에 있는 의대생 대상 사교육업체에서 의대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채혜선 기자
의료계 안팎에선 정원 확대에도 불구하고 의대의 인기과 쏠림 현상이 여전할 것으로 본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생긴 뒤 변호사 수가 늘어나면서 변호사의 실질 소득이 줄었던 게 전례로 거론되면서다. 권씨는 “전공의 정원이 쉽게 늘기 어렵고, 기술 수준이 높으며, 개원이 가능한 과가 한동안 인기가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이유로 피부과·안과의 인기가 여전할 것이라 봤다. 의대생 A씨는 “의대 정원 관련 기사를 보면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며 “정책이 바뀌어도 타격이 덜할 과는 인기과인 피안성 같다”고 말했다.

인기과 진입로는 좁은 편이다. 올해 전공의 지원 현황에 따르면 안과·성형외과·피부과의 정원은 각각 104명, 73명, 70명이었다. 내과나 정형외과·마취통증의학과는 각각 635명, 218명, 205명이다. 정원이 최대 9배 넘게 차이 나는 셈이다. 안과·성형외과·피부과의 지원율은 각각 198%, 160%, 159%였다. 소아청소년과는 정원 208명에 25명이 지원해 지원율 25%를 기록한 것과는 대비적이다. 한 의사는 “수련병원에서 필요한 만큼 전공의 정원이 책정되기 때문에 병원에서 의사가 많이 없어도 되는 피부과 같은 과는 내과 등과 다르게 정원이 적은 편”이라며 “문이 좁지만 일단 배우면 개원가에서 대우받기 때문에 인기과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의료 대신 지방흡입술 활성화?”


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추가로 늘어난 의사들 역시 피부과 등 인기과로 쏠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의사·의대생이 보는 한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최근 “의대생 증원하면 지방 의료 말고 (지방흡입술 같은) 지방 줄이는 의료가 살아날 것”이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 30대 전공의는 “흔히 필수 의료라고 불리는 과들의 몸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도 피부과 쏠림 현상은 뚜렷한 편이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일반의 신규 개설 일반의원 진료과목 신고 현황’에 따르면 2018~2022년 일반의가 새로 개원한 의원 979곳 가운데 86%인 843곳이 진료과목을 피부과로 걸었다. ‘전국 시도별 피부과 의원 현황’을 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국 피부과 의원 1428곳 가운데 854곳(59%)은 서울·경기 지역에 몰려 있었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정원 확대가 결정되면 현실적으로 직면하게 되는 사안은 배분의 문제"라며 "피안성 전문의 수를 제한하거나 독일 및 스웨덴처럼 지역별 개원의 총량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부가 의대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하기 전에 먼저 시도에 부족한 지역필수의료 인력 규모를 확인했어야 한다. 정책의 초점을 지역필수의료인력으로 좁혀서 접근해야 복잡한 문제를 하나씩 풀 수 있다"고 덧붙였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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