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 尹 앞에 놓인 YS와 朴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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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4월 22일 이회창 국무총리는 전격적으로 물러났다.
이때 YS가 구원투수로 고른 인물이 이회창이었다.
그러나 YS와 이회창의 동거는 순탄치 않았다.
15대 총선을 석 달 앞둔 1996년 1월 22일, 이회창은 YS가 이끌던 신한국당에 전격 입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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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4월 22일 이회창 국무총리는 전격적으로 물러났다. 재임 기간은 128일로 4개월이 조금 넘었다. 갑작스러운 사임에 언론들은 “김영삼(YS) 대통령이 경질했다” “이회창이 사표를 냈다”고 엇갈려 보도할 만큼 엄청난 혼선이 벌어졌다.
YS는 1992년 대선 때 미국의 쌀 시장 개방 압력에 “대통령직을 걸고서라도 쌀 개방을 막겠다”고 호기롭게 맞섰다. 그러나 쌀 시장이 뚫리면서 농민을 중심으로 민심은 폭발했다. 이때 YS가 구원투수로 고른 인물이 이회창이었다. 이회창은 감사원장 재직 시절 ‘평화의 댐’과 방산사업 ‘율곡’ 비리를 파헤치면서 국민적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YS와 이회창의 동거는 순탄치 않았다. 어쩌면 동물적 감각의 정치인과 ‘대쪽’ 법률가 관계에서 파행은 예정된 결말이었다. 이회창은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는 헌법(86조 2항) 조문이 제왕적 대통령제 아래에서 사문화됐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이회창은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이회창은 개각 직후 당시 최고 실세였던 최형우 내무장관 등이 참석한 상견례에서 “일부 장관은 실세이고 일부는 허세라는 얘기들이 있다”며 ‘가시 있는 말’을 던졌다.
너무 빠른 이별을 이끈 사건은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 문제였다. 당시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는 등 북핵 상황이 긴박하게 흐르자 YS는 대북정책의 혼선을 막기 위해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 신설을 지시했다. 그런데 이 회의에서 이회창 패싱 현상이 벌어졌다. 이회창은 1994년 4월 21일 “회부조정된 안건은 총리의 승인을 받아 시행하라”고 지시했다. YS는 이를 통치권에 대한 도전으로 봤다. 그래서 경질인지, 자진사퇴인지 불분명했던 이회창의 사임이 그다음 날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YS는 사감보다 선거 승리를 더 중시한 ‘정치 9단’이었다. 15대 총선을 석 달 앞둔 1996년 1월 22일, 이회창은 YS가 이끌던 신한국당에 전격 입당했다. 1995년 지방선거에서 민주자유당이 참패했던 것은 YS를 충격에 빠뜨렸다. YS는 총선 승리를 위해 당명을 바꾸고 이회창을 삼고초려했던 것이다. 이회창은 선거대책위원회 의장과 전국구(비례대표) 1번을 받고 총선을 이끌었다. 신한국당은 과반은 차지하지 못했으나 총선에서 승리했다. YS와 이회창은 이후에도 애증의 관계를 이어갔다. 어찌 됐든 YS는 통치권에 도전했던 이회창을 영입하는 ‘통 큰 한 수’로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YS와 반대되는 경우가 2016년 4월 20대 총선 때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였다. 박근혜는 친박(친박근혜) 인사들과만 소통하고, 비박(비박근혜) 인사들을 멀리했다. 비박 인사를 향해선 “배신의 정치”라는 말도 서슴없이 던졌다. 진짜 친박을 가려낸다는 ‘진박 감별사’까지 등장했다.
청와대는 친박 인사의 당선을 위해 불법 여론조사까지 몰래 실시했다.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청와대와 친박이 주도한 공천 결과에 반발하며 ‘당무 보이콧’에 들어갔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선거였다. 이 패배는 아이러니하게도 박근혜에게 비수로 작용한다. 국회의장을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하면서 탄핵으로 가는 길에 걸림돌은 없었다. 박근혜에게는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등을 자초하면서 중도 세력이 등을 돌렸다. 또 세월호 참사에 대한 미온적인 대응은 두고두고 발목을 잡았다.
내년 4월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선택은 총선 승부를 좌우할 결정적 변수 중 하나다. 답은 자명하다.
하윤해 정치부장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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