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민의 사이언스&테크놀로지] 친환경 운송에너지… 움직이는 발전소 ‘연료전지’
신인천빛드림, 단일단지 세계 최대
드론·레저·군용 분야에도 사용 ↑
대형선박·항공기에도 도입 움직임
전기를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물을 펄펄 끓이는 것이다. 어려운 말로 ‘증기터빈’ 방식이라고 한다. 물은 끓이면 수증기로 바뀌면서 부피가 팽창한다. 이때 생긴 압력이 터빈을 회전시키고, 그 속에 들어있는 자석이 코일 속에서 빠르게 회전하면서 전기가 생겨난다. 이 구닥다리 방법은 지금도 대형 발전소를 지을 때 가장 먼저 고려된다. 열에너지에서 전기를 얻어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때 어떤 연료로 물을 끓이느냐에 따라 발전소 이름이 바뀔 뿐 기본적 원리는 대동소이하다. 석탄을 이용하면 석탄화력발전소, 석유를 이용하면 석유화력발전소, 우라늄을 이용하면 원자력발전소가 된다. 드물게 수증기 대신 연료를 불태울 때 생겨나는 가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주로 천연가스를 이용하며 ‘가스터빈’ 방식이라고 부른다.
수증기나 가스를 이용하는 것 이외에 전기를 만드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새로운 방법이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연료전지(FC, Fuel Cell)’다. 최근 친환경 붐을 타고 연료전지 기술이 유독 주목받고 있다. 연료전지는 화학반응에 의해 다양한 연료를 즉시 전기로 변환하는 장치를 뜻한다. 보통 연료전지라고 하면 수소연료전지(HFC, Hydrogen Fuel Cell)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소를 연료로 달리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가 유명한 때문이다. 실제로는 알코올, 천연가스 등 다양한 종류의 연료를 모두 연료전지 시스템을 통해 전기로 바꿀 수 있다.
연료전지를 굳이 ‘발전장치’가 아니라 ‘전지’라고 부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데, 우선 화학 에너지를 전기로 변환하는 것이라 원리적으로 배터리에 가깝다는 점, 그 크기를 대단히 작게 만들 수 있어 휴대나 이동이 편리하다는 점 등이 꼽힌다. 즉 다양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
연료전지는 화학반응에 의해 열과 전기만을 만들어내므로 사실상 공해물질을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특히 주목할 발전방식인 셈이다. 연료전지를 사용하지 않고 일반적인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보통의 경우 물을 끓여 수증기를 만들고, 이때 부피가 팽창하는 힘을 이용한다. 연료에 불을 붙여 태워야 하므로 이 과정에서 적잖은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또 반드시 대용량 설비를 건설해야 하므로 발전설비를 소형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연료전지는 다르다. 미세먼지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다. 친환경적이며, 작은 크기로 만들기에 대단히 유리하다. 원한다면 각 가정에 연료만 공급하고 필요한 만큼의 전기를 직접 만들어 쓰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큰 크기로도 만들 수 있어 마음만 먹는다면 대형 발전소도 지을 수 있다.
실제로 연료전지 발전소가 건설된 사례가 있을까? 대규모 발전시설이라면 아직도 화력·원자력 등이 효율이 더 높다. 그러나 중소형 발전시설 정도라면 현재 상당수가 연료 형태로 대체되는 추세다. 특히 수소를 이용해 친환경 전기를 생산하는 ‘수소발전소’는 대부분 연료전지 형식이다. 국내 연료전지 발전시스템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남부발전이 건설한 ‘신인천빛드림 발전소’가 꼽히는데, 설비용량만 80㎿에 달한다. 사실상 단일단지 세계 최대 규모로, 이렇게 만든 전기는 수도권 25만 가구에 공급된다. 더구나 발전 과정에서 생겨난 폐열을 이용해 온수까지 생산해 청라지역 4만4000가구에 공급하고 있다. 한국 신재생 의무공급량의 22%를 차지할 정도의 대규모 시설을 연료전지 기술로 건설한 것이다.
발전 분야가 아닌 현실에선 연료전지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전기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서든 쓸 수 있는데, 특히 운송수단용으로 인기가 높다. 우선 소형 휴대형 연료전지 활용이 유리한 드론, 레저, 군용 분야에서 부쩍 사용이 많아지고 있다. 일반적인 배터리는 장시간 충전한 후 사용하지만, 연료전지는 필요한 연료만 보충하면 되므로 상대적으로 간편하고 사용시간도 압도적으로 긴 편이다.
이런 장점은 대형 운송수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최근 수소연료전지자동차의 필요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많다. 전기자동차 성능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과연 충전소도 많지 않은 수소자동차를 선택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승용차 형태로 단거리(수백㎞ 이내)를 자주 이동할 경우는 이런 지적이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대량의 짐을 싣고 장거리를 이동하는 트럭 등의 경우는 배터리 방식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가솔린이나 디젤 등 내연기관은 점차 퇴출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연료전지 방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평가가 많다. 그 외 방식으로는 환경과 효율,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동차뿐 아니라 대량의 짐을 싣고 장거리를 움직여야 하는 운송 분야라면 연료전지는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선박이다. 초대형 선박 하나를 운영하려면 매일 수백t의 연료가 필요하다. 이를 수소연료전지+전기추진 엔진으로 대체하면 사실상 완전한 친환경 선박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된다.
선박뿐 아니라 항공기에도 연료전지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항공기에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하면 이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무공해 발전기를 비행기 내부에 가지고 다니며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잉 747-400의 경우 연료를 가득 채우면 21만6840리터가 들어간다. 승용차에 적용하면 3000대 이상을 채울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이만한 연료를 채우고도 1만3570㎞밖에 날아가지 못한다. 지구 둘레가 총 4만㎞이므로 지구 반대편까지 한 번에 날아가지 못하고, 중간에 어디선가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만약 비행기 추진시스템을 수소+연료전지로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같은 양의 수소를 250기압으로 압축해 보관할 경우 디젤연료의 3분의 1 정도 무게면 충분하다. 즉 연료탑재량이 압도적으로 증가해 항속거리가 크게 늘어날 공산이 크다. 연료전지 기술 덕분에 세계 항공시스템에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연료전지는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쓸 수 있으며 점차 그 활용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무엇보다 발전 및 교통 분야 수요가 급속하게 늘고 있어 미래에 점점 더 발전해나갈 기술이라 여겨진다. 이 시기에 정부는 물론 여러 기업이 지속적으로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시장에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전승민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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