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바라만 보고 있는 잠재성장률 추락

2023. 10. 31.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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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얼마 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올해 처음 1%대로 내려앉고 내년에는 미국보다도 낮아질 것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이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경고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월등한 미국보다도 낮아진다는 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OECD는 2030년 이후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1~2년 후 잠재성장률 전망은 그렇다 치더라도 중장기 전망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나라의 경제가 자본과 노동 등 가용한 자원을 모두 투입해 인플레이션 등 부작용 없이 달성 가능한 최대의 성장률이다. 따라서 잠재성장률을 전망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본 및 노동력 등 생산요소, 생산성 등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를 전망해야 하는데 이는 그 나라의 경제·사회 구조, 제도와 법규, 관행 등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미래의 사회 구조나 제도 등을 전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므로 현재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전제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곧 생산요소와 생산성이 지금까지의 추세를 따를 것이라는 가정과 다름없다. 이런 이유로 팬데믹 발생, 경제 구조 변화 등 예상하지 못한 일들로 생산요소나 생산성이 추세를 이탈하게 된다면 잠재성장률 경로도 달라지게 된다.

미국과 영국이 이런 경우다. 미국 의회예산처는 미국 잠재성장률이 하락 추세를 지속한 끝에 2010년대 초반 1.4%까지 떨어졌으나 중반 들어 1.8%로 상승했으며 2033년까지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한 노동력 급락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투자 회복, 연구·개발(R&D)을 통한 무형자산 및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증대, 고부가가치 산업 확대 등에 힘입어 경제 전반의 효율성이 개선된 점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영란은행에 따르면 영국의 잠재성장률은 2024~2025년 중 0.7%로 팬데믹 이전인 2010~2019년 평균 1.7%에서 1.0% 포인트 급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구조 요인으로 노동 공급이 제약되는 가운데 브렉시트 이후 유럽연합(EU)과의 인적·물적 교역 축소, 해외 직접투자 유입 감소, 혁신 저하, 규모의 경제 위축 등으로 생산성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브렉시트로 인한 경제·사회 구조 변화가 잠재성장률 급락을 초래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어떨까.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자본 및 노동력, 생산성 등이 현 추세를 따라간다면 잠재성장률은 2020년 2.1%에서 2030년에는 1.0%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교육 및 노동시장 등 사회·경제 구조 개혁, 규제 완화 등으로 자본 투입이나 경제활동참가율, 생산성 중 어느 한 부문이라도 OECD 상위권 수준으로 수렴해간다면 잠재성장률은 2030년에도 1%대 후반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본 및 노동력, 생산성 모든 부문이 동시에 OECD 상위권 수준으로 개선된다면 2030년 잠재성장률은 2%대 중반도 가능하지만 반대로 OECD 하위권 수준으로 수렴해간다면 0%대로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나가느냐에 따라 경제 모습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잠재성장률 하락이 문제라기보다는 그동안 다양한 논의를 통해 대부분 해답이 제시돼 있음에도 한 발짝도 제대로 나가지 못한 우리 사회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출생률 제고는 경제·사회 구조와 복잡하게 얽혀 있고 교육이나 노동시장 등 구조 개혁은 다양한 이해관계로 어렵다는 이유로 계속 미적거리다가는 어느새 어찌해볼 수도 없을 만큼 활력을 잃고 성장이 정체된 경제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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