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약사의 중독 탈출] <3> 카페인에 중독된 현대인
분명히 간밤에 잠을 잤는데도 아침에 피곤하고 몸이 찌뿌둥하며 각성이 안 되는 현상을 겪는 많은 현대인은 가장 간편하고 저렴한 방법으로 카페인을 선택한다. 카페인은 커피콩 등 60여 종의 식물에 자연적으로 든 성분으로 ‘안전한 물질(GRAS)’로 분류됐다.
식물 속 카페인은 해충을 마비시켜 죽이는 살충제 역할도 한다. 카페인은 도파민 방출을 증가시켜 보상회로를 가동하기에 소위 ‘넋 놓는’ 시간을 줄여주고, 행복감을 일시적으로 충족시킨다. 특히 적정량의 카페인(20~200mg)은 행복감, 에너지, 각성과 사회성을 증가시킨다. 카페인은 대표적인 급성작용인 각성, 졸음 억제, 기분전환, 혈압상승, 이뇨작용, 위액분비 촉진 등의 약성을 띤다.
이뇨 작용으로 체내 수분량을 일시적으로 감소시켜 갑작스러운 혈중 지질 농도 증가 등의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1990년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연구대상자의 약 30%가 커피를 마신 후 배탈이 나는 증상을 경험했다. 사람마다 카페인에 대한 몸의 반응은 다양하지만 공통으로 가장 흔하고 기대되는 역할은 각성과 기분전환이다. 가장 흔한 부작용은 강심, 이뇨에 따른 심장 부정맥과 두근거림, 잦은 소변과 과다 각성, 불안, 불면 등이다.
카페인 의존도가 증가할수록, 즉 중독증상이 뚜렷해질수록 우울과 자살 충동이 증가하며 과도한 이뇨작용으로 미네랄 상실, 골다공증 등 여러 금단·부작용 증상이 나타난다. 미국의 식생활지침자문위원회는 2016년 “하루 3~5잔의 커피는 당뇨병과 심장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카페인의 효능을 발표했다. 하지만 체질과 인종이 다른 한국인들이 그대로 믿고 마셨다가는 오히려 중독되거나 부작용을 겪을 수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카페인은 뇌를 안정시키는 아데노신을 방해하고, 뇌의 혈관을 좁아지게 만들고 혈류량을 낮추게 만들어 뇌를 각성 상태로 만들기 때문에 뇌에서 피곤함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된다. 내일 쓸 뇌의 에너지를 오늘 끌어다 쓰는 효과와 비슷한데 이런 식으로 카페인을 남용하고, 휴식이나 운동으로 뇌를 적당히 ‘쿨다운’ 시켜주지 않으면 수면방해 등 더 피곤해지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카페인과 비타민 등을 섞어 각성, 체력 향상 효과를 일시적으로 최고조화 하는 에너지 드링크 음료는 자신의 실제 컨디션과는 무방하게 뇌의 과각성 상태를 지속하게 만들어 휴식이나 섭식 등을 방해한다. 업무에 과몰입하거나 수면을 방해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지난해에는 에너지 드링크를 마신 멕시코의 한 소년이 갑자기 경련을 일으키고 혼수 상태에 빠졌다가 뇌사판정을 받고 사망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한 PC방에서 에너지 드링크를 마셔가며 2박 3일간 잠도 안 자고 게임에 몰두하던 20대 청년이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계속 발생했다.
카페인 중독자들은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많이 느낀다. 항우울제를 먹어도 잘 듣지 않는다며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 중에는 카페인 의존군인 경우가 많다. 작은 용량의 카페인으로는 기분전환이 되기에 오히려 우울감을 해소하지만, 임계점을 넘기는 양이 들어가는 순간 감정적으로 가라앉거나 무기력증에 시달리게 만드는 등의 부작용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지난해 만난 한 여고생은 우울증약을 복용하고 정신과를 다니고 있음에도 우울증과 무기력이 개선되지 않아 일상생활을 제대로 못 하고 있었고, 학교에 다닐 수 없는 지경에 처한 채 어려움을 겪었다. 부모님 모두 긍정적인 성격의 외동딸을 무척 사랑하는 분들이셨다. 그 여학생과의 대화 중에 매일 에너지 드링크를 두 캔씩 마시고 있고, 초콜릿과 커피 등 카페인 함유 음식을 다량 섭취하고 있음을 알고 바로 끊도록 권면했다. 하루에 세 시간씩 기도하고 성경을 읽으며 영적 건강을 위해서도 노력하라고 조언했다. 5개월 뒤 카페인을 줄이고 나서 우울증이 많이 개선됐다는 말을 들었다.
하나님이 만들어 주신 우리의 영·혼·육을 함부로 다뤄선 안된다. 아무 약물에나 노출하지 말고 건강하고 성령으로 충만한 생활 방식으로 가꾸길 권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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