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넘어 심리적 안정 주는 공동체 만드는 게 해비타트 사명”

신은정 2023. 10. 3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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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NGO 중 해비타트는 이름이 알려진 편이다.

그러나 해비타트를 2005년부터 이끈 조나단 렉포드(61·사진) 총재의 삶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렉포드 총재는 지난 26일 경기도 수원 이비스 앰배서더 호텔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생활 초년 시절 한국에서의 경험을 삶과 신앙의 전환점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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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 주거포럼 참석
조나단 렉포드 해비타트 총재 인터뷰


여러 NGO 중 해비타트는 이름이 알려진 편이다. 그러나 해비타트를 2005년부터 이끈 조나단 렉포드(61·사진) 총재의 삶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그가 한국과 인연이 꽤 깊은데도 말이다. 렉포드 총재는 지난 26일 경기도 수원 이비스 앰배서더 호텔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생활 초년 시절 한국에서의 경험을 삶과 신앙의 전환점으로 꼽았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금융가인 월스트리트에서 일했다. 하지만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한다. 그때 한 장학재단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으로 파견된 뒤 계획하지 않던 일들이 펼쳐졌다. 88서울올림픽에서 마케팅 업무를 했으며 이 인연으로 미국에서의 일을 그만두고 태릉선수촌에서 합숙하며 한국 조정팀 코치를 맡게 됐다.

렉포드 총재는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해고된 감독을 대신하는 일을 했다”며 “코치를 할 만큼 전문적인 실력은 없었지만 계속된 요청에 코치직을 수락했고 이 덕분에 한국 문화에 흠뻑 빠졌다. 동시에 삶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고 했다.

한국에 머물며 같은 장학재단의 파송을 받아 대학 교단에 선 목회자와 나눈 교제도 그의 삶을 바꾸어 놓았다. 두 사람은 함께 성경을 읽었고 신학 토론을 깊이 있게 나눴다. 이는 하나님의 소명을 따르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마음을 품게 했다. 그는 “소명은 마음속 깊이 담긴 것을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이행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후 렉포드 총재는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MBA 과정에서 NGO 경영과 관련한 공부를 했고, 이후 메리어트와 월트디즈니 등 유명 기업에서 임원을 지내며 실전 경험을 쌓았다. 인도 선교여행을 떠났다가 최빈곤층의 삶을 본 뒤 미네소타주 한 교회에서 목사로 2년여간 사역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국제해비타트 총재직 제안을 받았다.

렉포드 총재는 국제해비타트를 통해 수많은 집을 지었다. 그는 7년 전 16살 딸과 함께 봉사한 캄보디아 한부모가정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방이 하나밖에 없는 작은 집이었는데 다 지어진 집에 우리를 초대한 아이들의 어머니가 비가 새는지 안 새는지를 유심히 관찰하면서 안도의 표정을 짓더라”며 “몇 년이 흐른 뒤 그 가정의 소득이 5배 오르고, 아이들이 학교에 다닌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했다. 이어 “삶의 안정, 생존을 넘어 심리적 안정을 주는 공동체까지 구성하는 것이 해비타트의 사명”이라며 “우리는 그들을 위해(For)서가 아닌 그들과 함께(With) 집을 짓고 그들이 가진 조건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려 한다”고 덧붙였다.

국제해비타트는 더 많은 집을 짓는 양적 접근에서 벗어나 각 국가가 직면한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주택 생태계 변화를 목표로 설정했다. 렉포드 총재는 26일과 27일 한국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 주거포럼에 참석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제대로 된 주택에서 살지 못하는 인구가 10억명에 달하고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몰려 있다”며 “그들도 우리처럼 똑같은 희망과 꿈을 안고 사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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