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덕분에 성령체험… 마약 퇴치 전도사로 거듭났죠”
33세에 최연소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5선 국회의원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하고,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소장파 ‘남·원·정’의 핵심으로 개혁을 주도했던 인물. 그러나 고난을 통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정계를 떠나 마약퇴치 운동과 교회학교 교사로 헌신하는 이가 있다. 남경필 ㈜플레이버 공동대표다.
그가 언론에 다시 등장한 건 2022년 큰아들의 마약 사건 때문이었다. 고난의 시작이었던 그 사건이 남 대표가 하나님을 뜨겁게 체험하며 거듭나는 계기가 됐다.
남 대표는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불같은 체험이 없어 아쉬웠고 목마름이 있었는데 아들 덕분에 성령체험을 했다”고 고백했다. 남 대표의 신앙유산은 어머니로부터 왔다. 그는 “어머니가 시집 오셨을 때 저희 집은 제사 지내고 절에도 가는 집이었다. 어머니는 신앙이 있었는데 말씀도 못 드리고 성경을 몰래 읽다가 제가 연세대에 입학하니까 이제 교회 다녀야겠다고 하면서 집안에 전도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평범했던 그의 신앙은 지난해 큰 전환기를 맞는다. “큰아들이 몇 년간 마약을 해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처음엔 큰 충격을 받았고 화가 났지만 그래도 우리 힘으로 해보자고 아들을 폐쇄병동에 입원시켰다. 보호자 동의 없이는 퇴원이 안 되는 곳이다.”
큰아들이 병원에 있을 때 남 대표는 아내와 함께 성지순례를 떠나면서 기도했다. 뜨거운 성령체험을 하게 해달라고. 그런데 현지에 도착해 이틀 뒤 형이 폐쇄병동에서 나왔다고 둘째 아들이 급히 전화했다. 그리고 형이 이상하다고 했다. (강제)조치가 없을 때 다시 마약에 손을 댄 것이다.
둘째 아들이 형을 신고했다. 국가 공권력에 의해 마약을 끊어 보려 했지만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소식에 급히 귀국해야 했다. 예루살렘 입성을 목전에 두고.
“그때 하나님께 대들었다. 그러자 하나님의 말씀이 들려왔다.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영적인 문제다. 아버지로서의 권한을 내게 위임해라. 네 아들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는 마약으로 영혼이 피폐해져가는 다른 아이들을 돌보아라.’ 그 말씀을 듣고 너무 눈물이 났다. 그때 뜨거움을 느꼈다.”
남 대표의 눈가가 붉어지고 촉촉해졌다. “그래서 ‘하나님, 제 힘으로는 못하겠어요. 당신께 제 아들을 맡길게요’라고 했지요. 그 순간 놀라운 평안이 오더라. 기독교가 갖는 놀라운 영적 신비다. 내가 못하겠다고 고백하고 맡길 때 하나님은 일하신다.”
결국 성지순례를 떠나면서 했던 남 대표의 기도는 이뤄졌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싶고, 뜨거운 성령체험하고 싶다고 했던 그 기도의 응답을 받은 것이다.
큰아들 마약사건을 계기로 남 대표는 마약퇴치 전도사로 나섰다. 큰아들을 맡아주신 하나님께서 ‘마약으로 영혼이 피폐해진 다른 아이들을 돌보라’고 하신 명령에 순종한 것이다. 우선 영혼을 파괴하는 마약 퇴치에 한국교회가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약 중독은 영적 문제라는 게 확실해졌다. 마약 중독자는 그 안에 마귀가 있는 것 같다. 영적 치유가 안 되면 스스로 치료할 수 없다. 교회가 나서야 한다.”
교회는 어떻게 마약퇴치에 함께할 수 있을까.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동성애 문제를 교육하고 말씀 전하듯이 목사님들이 심각한 마약 문제를 교육과 메시지로 전해야 한다. 또 마약 중독자가 있으면 가까운 교회에 보내서 신앙전도사와 마약전문가가 상담해주고 재정적 뒷받침도 해서 토털시스템으로 가는 길에 교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 이는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일이다. 영적인 일이기 때문에 사명을 갖고 해야 한다.”
남 대표는 중독을 완전히 끊어낸 이들의 공통점은 신앙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바꿀 수 있는 건 신앙이다. 하나님은 능치 못할 일이 없으시다. 영혼이 피폐해져 가는 것을 보고 하나님은 마음 아파하실 것이다. 우리가 긍휼의 눈으로 바라보고 기도하면서 전 기독교 차원에서 교인들이 노력할 때 하나님도 움직이실 것이다. 지금 시작해야 한다.”
남 대표는 현재 교회학교 교사로 아이들을 섬기고 있다. “아이들은 말씀으로 잘 양육돼 있는 전도사다. 이들을 매력 있는 젊은 리더로 키우고 싶다.
인문학 교육 프로그램으로 이들이 예술적 감성까지 더해 매력 있는 사람으로 사회를 위한 봉사자, 남을 배려하는 이들로 살아갈 때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고 자연스러운 전도가 된다.”
사업가로 나선 지 4년째. ‘스타트업 대표 남경필’은 어떤 모습일까. “젊은 최고경영자(CEO)를 서포트하는 역할을 하려 한다. 젊은 CEO들은 창의성과 열정이 있고 기술도 있지만 돈과 인맥이 없다. 제 네트워크를 활용해 좋은 사람 묶어주고 좋은 자본이 투자할 수 있게 돕고자 한다.” 남 대표가 함께하는 4명의 CEO들과 약속한 게 있다. 깨끗하게 돈 벌어서 그 일부는 마약퇴치운동 같은 의미 있는 일에 쓰자고.
그는 ‘다르크(DARC·마약중독치료센터)’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르크 센터장은 대부분 목사이거나 하나님을 만나 영적 치유로 마약을 끊은 사람들이다. 센터는 자비량과 후원으로 운영된다. 국내 4곳이 있었는데 최근 1곳이 문을 닫았다.
“DARC는 일본에서 시작돼 성공한 모델이다. 국내에 50개 정도는 있어야 한다. 공동생활하면서 마약하지 말자고 서로 독려하고 직업훈련도 하면서 사회복귀를 돕는 열린 공동체다. 마약퇴치에 가장 효과적이다. 다르크가 많이 생기고 활성화되도록 후원해 주길 소망한다.”
남 대표는 마약 퇴치를 위한 전담기구로 마약청 신설과 전문가 양성을 제언했다.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마약청 신설을 주장했다. 전담기구가 없으면 유기적으로 안 된다. 예산이 대표적이다. 마약과의 전쟁에는 돈이 필요하다. 과학수사 장비와 신종 마약을 정의해줄 전문인력, 치료병원도 있어야 한다. 전문가 양성에 10년이 걸린다.”
남 대표는 정치 재개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전혀 정치할 생각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저는 환상을 보며 비전을 갖는다. 2년6개월이 지나 큰아들과 손잡고 전국을 돌며 마약퇴치 운동할 것을 상상하면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큰아들은 최근 상습 마약 매수·투약 혐의로 징역 2년6개월 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그래도 남 대표는 하나님 말씀에 의지하며 희망을 갖는다. “지금은 하나도 불안하거나 걱정하지 않아요. 오히려 미래가 기대됩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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