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통증 없는 노인성 변비…방치하면 장폐색·뇌경색 ‘빨간불’

2023. 10. 3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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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비, 뇌 노화 3년 앞당겨

배변 활동 적을수록 뇌 노화 빨라져
규칙적인 배변, 식이섬유 섭취 필요

노인성 변비는 잘 낫지 않고 만성화되기 쉽다. 장 속에 쌓인 대변이 대장을 막아 장폐색으로 악화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 GettyImages]

“변을 보기는 하는데 시원하지 않고 잔변감이 있어요.” “힘을 줘도 막히는 느낌이 들고 좀처럼 내보내기가 힘들어요.”

나이 들수록 쾌변이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이가 많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70대 이상 노년층의 33%가 노인성 변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성 변비는 잘 낫지 않고 만성화되기 쉽다. 장 속에 쌓인 대변이 대장을 막아 장폐색으로 악화할 수 있으며 심하면 뇌경색,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통증이 없다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


나이 들수록 장 기능 저하로 쾌변 어려워져


나이 들면서 배변 문제가 증가하는 이유는 장과 골반근이 노화되고 혈압약 등 변비를 유발할 수 있는 약물 복용이 많기 때문이다. 식습관의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소화 기능이 떨어져 부드러운 음식을 선호하게 되고 요실금과 배뇨장애 걱정에 마시는 물의 양이 줄어들게 되면 장운동은 더욱 줄어 변비로 악화된다.

고령층의 변비는 단순히 배변을 보는 횟수가 감소하는 것보다 배변 시 힘을 많이 줘야 하는 경우가 많다. 무릎이나 허리 등 불편한 곳이 늘면서 앉거나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신체활동이 줄어 대변을 밖으로 밀어내는 힘이 떨어진다.

고령층에서 흔한 이완성 변비는 이처럼 대장의 운동이 떨어져 생긴다. 장의 연동운동이 약해지면 변이 장 속에 오래 머무르게 되며 수분이 흡수돼 변의 부피가 줄고 단단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배가 팽팽해지고 속이 더부룩하며 아랫배에서 딱딱한 것이 만져지는 이완성 변비는 통증이 없고 소화불량과 증상이 비슷해 간과하기 쉽다.

실제 요양시설에 입소한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변비 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약 7명이 변비가 없다고 답했으나 이 중 절반 이상(56%)이 변비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뇌 노화 앞당기고 심혈관 질환 위험 높여


배변 횟수가 적은 사람은 인지기능 저하가 더 빨리 나타날 위험도 있다. 미국 연구진이 11만2000명의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 기억력·사고력 테스트 등을 통해 만성 변비인 사람은 하루에 한 번 배변하는 사람에 비해 뇌 노화가 3년이나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배변 활동이 적을수록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노년층은 항문 근육이 약해져 아무리 힘을 줘도 변이 나오지 않는 직장형 변비도 흔하다. 직장형 변비는 변이 직장에 걸려 아래로 내려오지 않는 것을 말하는데 심하면 스스로 배변하기가 어렵고 묽은 변이 옷에 묻어 나오기도 한다.


수용성·불용성 식이섬유, 숙변 밀어내


변비를 개선하려면 매일 아침 일정한 시각에 배변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방법이다.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 식이섬유는 수분을 흡수해 변의 부피를 증가시키고 장내 찌꺼기와 독소를 흡착시켜 배출한다. 이때 부피가 커진 변은 장 내벽을 자극해 연동운동을 촉진한다.

장 속 수분과 만난 수용성 식이섬유는 변을 촉촉하게 해 딱딱했을 때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대변을 부드럽게 쑥 내려가도록 돕는다. 실제 인체시험 결과 배변 빈도와 변의 무게가 증가하고 변의 단단함은 감소해 배변 시 통증도 줄었다.

건조한 가을은 몸에 수분이 부족하고 아침저녁 큰 일교차로 신진대사가 떨어져 ‘천고변비’의 계절이 되기 쉽다. 아랫배가 묵직한 불쾌감에서 시작해 심하면 장과 뇌, 심장에 부담을 주는 변비. 올바른 배변 습관과 식이섬유 섭취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김재학 중앙일보M&P 기자 kim.jaih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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