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5.3대1, 인하대 172.9대1… 의대 지역인재전형 딜레마

이도경 2023. 10. 3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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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수 절벽에… 제도 왜곡 딜레마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지역 및 필수 의료 혁신 이행을 위한 추진계획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부터 40% 이상으로 확대된 의대 지역인재전형 때문에 서울·수도권과 비수도권 의대 경쟁률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치열한 수도권 의대와 가장 낮은 경쟁률의 비수도권 의대 경쟁률 격차가 32배까지 벌어졌다. 비수도권 학생의 의대 진학이 상대적으로 수월해졌다는 뜻이다.

정부는 최근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지역인재전형도 늘릴 방침을 밝히고 있다. 서울·수도권 학생 입장에선 비수도권 의대로의 진입 장벽이 현재보다 높아지는 것이다. 지역의 의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인재전형을 확대한다는 취지지만, ‘학생 수 절벽’이 비수도권부터 덮치는 상황에서 지역인재전형이 지속 가능한 제도인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로학원이 30일 전국 39개 의대의 전형 계획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비수도권 의대는 이미 정부가 설정한 의무 비율 이상으로 지역인재전형을 운영하고 있었다. 의대 지역인재전형은 지역 의료 인력 확충을 위해 지난해부터 40% 이상으로 의무화됐다. 해당 지역 중·고교에 입학해 6년을 다닌 학생을 40% 이상 뽑도록 한 것이다. 다만 학생 수가 적은 강원도와 제주도의 경우 20%로 예외를 적용받고 있다.


호남권 4개 의대는 61.5%, 부산·울산·경남 6개교는 62.6%, 대구·경북은 47.9%를 지역인재전형을 통해 뽑고 있다. 정성평가(평가자의 주관이 개입) 요소가 있는 수시모집에서 지역인재전형이 활성화돼 있다. 부산대 의대가 수시에서 100%를 뽑고 있고, 동아대 93.8%, 전남대 85.3%, 대구가톨릭대 75.9%, 전북대 71.4% 순이다.

지역인재전형 비율이 높은 대학을 중심으로 경쟁률 하락이 뚜렷하다. 부산대는 2022학년도 수시에서 95명 선발에 2574명이 지원해 27.09대 1을 나타냈다. 2023학년도에는 77명 선발에 1890명이 지원해 24.55대 1, 올해는 75명 선발(기초생활수급자 3명 제외)에 1409명이 지원해 18.79대 1로 하락했다.

최저 경쟁률을 보인 의대는 전남대였다. 2022학년도 수시에서 74명 선발에 1020명이 지원해 13.78대 1이었는데 지난해 10.66대 1로 떨어졌다. 올해는 90명 선발에 478명이 지원해 5.31대 1로 집계됐다. 통상 수시에서 6대 1 미만 경쟁률은 ‘미달’로 분류한다. 수험생들이 수시 원서를 최대 6번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남대의 경우 의대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낮은 경쟁률이다. 의대 중 최고 경쟁률은 인하대로 33명 모집에 5707명이 지원해 무려 172.9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인하대와 전남대의 경쟁률 차이는 32배에 달한다.

비수도권에서 의대를 지원할 학력을 갖춘 학생의 절대 인원이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울산대의 경우 수시모집에서 지역인재전형으로 53.3%를 뽑는데, 2022학년도 경쟁률은 69.97대 1이었다. 올해는 16.24대 1로 떨어졌는데 지원자가 같은 기간 2099명에서 471명으로 급감했다.


문제는 수시 지역인재전형이 의대 입시를 왜곡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수도권 학생에게 수시로 의대에 가는 길은 ‘바늘구멍’이 되고 있다. 서울·수도권 의대 수시 경쟁률은 2020학년도 42.62대 1에서 올해 61.33대 1로 뛰었다. 반면 비수도권 의대는 같은 기간 24.50대 1에서 18.05대 1로 떨어졌다. 서울·수도권 의대 경쟁률이 비수도권보다 3.4배 높다. 지역부터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지만, 지역인재전형 확대가 수도권 학생의 진입을 막으면서 의대 입시를 왜곡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 의료 인력 확충을 위해서는 지역인재전형을 줄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정시에선 반대다. 정시에서는 전국 선발과 지역인재선발이 각각 68.6%와 31.4%로 대략 7대 3 비율이다. 비수도권 의대가 정시에서 서울·수도권 수험생의 진입을 허용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시에서는 비수도권 의대들이 서울·수도권 대학보다 경쟁률이 더 높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매년 의대 중도탈락자가 170~200명 발생하는데 비수도권 대학에서 70% 이상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중도탈락자 77%가 비수도권에서 나왔다”며 “정시로 비수도권 의대에 입학한 인원이 대거 반수(대학 재학 중 대입 재도전)를 해 수도권 의대를 재도전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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