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학생과 터줏대감 합작, 울산 2연패 이끌었다
“우승한다면 ‘주민규가 와서 제 역할을 한 덕분’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현대의 공격수 주민규(33)는 올 시즌 내내 이 말을 달고 살았다. 지난 시즌까지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뛰다 올해 울산으로 복귀한 뒤 부담감이 상당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주민규는 울산의 ‘복학생’이다. 서울 이랜드FC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며 K리그2(2부)를 평정했던 주민규는 2019년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1부 리그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주전 경쟁에서 밀려 5골에 그쳤다. 결국 이듬해인 2020년 당시 2부 팀이었던 제주로 이적했다.
그래도 주민규는 포기하지 않았다. 제주에서 기량을 갈고닦았다. 2021년 22골을 터뜨리며 생애 첫 K리그1 득점왕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17골로 최다 골을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수의 골을 넣은 조규성(미트윌란)보다 출전 경기 수가 많아서 2년 연속 득점왕 수상에는 실패했다.
주민규는 제주 유니폼을 입은 3시즌 동안 47골(89경기)을 몰아치며 리그 정상급 스트라이커로 성장했다. 그리고 그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울산으로 돌아왔다. 복귀 직후 그는 “한 번도 달아보지 못한 태극마크를 다는 것보다 울산의 주전 공격수 자리를 꿰차는 게 더 중요하다”며 활약을 다짐했다.
그의 각오대로 이번엔 달랐다. 주민규는 ‘스타 군단’ 울산에서 주전 경쟁을 이겨냈다. 이뿐만 아니라 올시즌 33경기에 출전해 15골을 터뜨렸다. 막강 공격력을 자랑하는 울산에서 가장 많을 골을 넣으며 간판 스트라이커로 자리 잡았다. 특히 5라운드 제주전(3-1승), 12라운드 강원FC전(1-0승), 31라운드 수원FC전(3-2승) 등에서 결승 골을 터뜨리며 울산이 승점 3을 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베테랑 주민규의 진가는 울산이 우승을 확정한 29일 대구FC와의 35라운드 경기에서도 드러났다. 울산이 1-0으로 앞선 후반 39분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은 그는 5분 뒤 날카로운 롱패스로 장시영의 쐐기 골을 어시스트했다. 2-0으로 이긴 울산(승점 70)은 2위 포항 스틸러스(승점 60)와 승점 차를 10으로 벌리며 남은 3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리그 2연패(통산 4회 우승)를 확정했다. 이제 주민규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K리그1 2연패를 달성하는 데 가장 크게 이바지한 선수로 꼽힌다. 대전하나시티즌의 외국인 공격수 티아고(16골)에 이어 득점 2위를 달리는 주민규는 내친김에 득점왕에도 도전한다. 주민규는 “생애 첫 우승의 꿈을 이뤘으니, 잠시 접어뒀던 골 욕심도 내겠다”고 말했다.
주민규가 울산의 공격 선봉장이었다면 후방엔 골키퍼 조현우(32)가 있었다. 전반기 15승2무2패로 압도적인 전력을 자랑하던 울산은 하반기에 6승5무5패로 흔들렸다. 그때 조현우가 나섰다. 그는 라커룸에서 젊은 선수들과 이적생들을 다독였고, 그라운드 최후방에서 목청껏 “화이팅”을 외쳤다. 무엇보다도 골키퍼로서 출중한 실력을 발휘하며 홍명보 울산 감독의 신뢰를 얻었다. K리그 데이터 제공업체 비프로일레븐에 따르면 조현우는 지난 28일 기준 정규리그 30경기 이상 출전한 골키퍼 중 선방률 1위다. 리그 우승을 확정한 29일을 기준으로 보면, 20경기 이상 뛴 골키퍼 가운데 클린시트(무실점) 경기도 12경기로 가장 많다. 조현우는 “후반기에 이기지 못해 힘들고 불안했다”면서도 “감독님의 믿음에 성과로 보여드리고 싶었다. 울산에서 더 많은 별(우승)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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