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순보다 세졌다…악당 혼쭐내는 강남순
몽골 초원에서 열린 힘겨루기 시합. 우락부락한 남성들 사이로 5살 여자아이가 등장한다. 아이는 근육질의 성인 남성 챔피언을 해맑게 웃으며 한 손으로 들어 내던진다. JTBC 토·일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의 한 장면이다. 드라마는 놀라운 괴력을 타고난 모녀 3대가 끌어가는 작품이다.
지난 7일 처음 방송한 드라마는 4회 만에 전국 시청률 9.8%(닐슨)를 기록했다. 수도권 기준으로 10.5%, 두 자릿수 시청률이다. 지난 29일 8회를 방영한 드라마는 꾸준히 7~8%대 시청률을 유지하며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적인 모델 나오미 캠벨이 한 잡지 인터뷰에서 ‘힘쎈여자 강남순’을 즐겨본다고 해 화제가 됐다.
‘힘쎈여자 강남순’은 2017년 인기리에 방영된 ‘힘쎈여자 도봉순’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스핀오프(번외작) 드라마다. 도봉순 역의 박보영과 그의 연인 박형식이 극 중 깜짝 출연해 두 드라마가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간 한국 드라마에서 볼 수 없던 모녀 3대가 모계 혈통으로 이어진 영웅 서사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힘쎈여자 도봉순’보다 스케일이 훨씬 커진 이유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드라마는 강렬한 힘을 가진 한집안 여자들이 그 힘을 좋은 곳에 쓰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며 “돈이든 힘이든 가진 자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소 심도 있는 주제를 특별한 캐릭터를 통해 무겁지 않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균형을 잘 맞춘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모녀 3대는 법과 제도가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 부조리와 문제를 직접 해결한다. 몽골에서 자라 우여곡절 끝에 가족과 상봉한 딸 강남순(이유미)은 사람들이 소방대원을 기다리며 발만 동동 구르는 사이, 직접 화재 현장에 뛰어들어 아이들을 구해낸다. 해장국 장사로 시작해 재벌급 재력을 쌓은 엄마 황금주(김정은)는 칼을 든 사기꾼, 성희롱범 등을 응징하고, 할머니 길중간(김해숙)은 노인을 무시하는 젊은 남성, 보이스피싱 사기꾼을 힘으로 제압한다.
괴력이 모계로만 유전되는 만큼 딸을 낳으려고 노력하고, 여자가 경제권을 갖는 등의 설정은 현실의 가부장제를 비튼다. 배우 김정은은 드라마 방영 전 인터뷰에서 “여성이 힘으로 모든 것을 제압한다는 설정은 내가 여자로 살아오며 느껴왔던 답답했던 부분을 완전히 비틀었고,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말했다.
사회 정의 같은 거대 담론에만 머물지 않고, 가족·사랑 등 캐릭터 제각각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점도 드라마의 매력이다. 영화 ‘박화영’(2018),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2021), ‘지금 우리 학교는’(2022) 등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배우 이유미는 이번 작품에서 강남순의 발랄함과 엉뚱함, 순수함을 사랑스럽게 표현했다. 이런 연기 변신이 드라마의 흥행에 큰 몫을 한다.
4회까지는 5살 때 아버지와 여행 갔던 몽골에서 미아가 된 강남순이 성장해 가족을 찾으러 한국 땅을 밟은 사연으로 채워졌다. 전작인 ‘힘쎈여자 도봉순’에 이어 이번에도 집필을 맡은 백미경 작가는 “히어로물이 많지만, 가족 이야기가 결합한 콘셉트는 흔치 않다”며 한국형 히어로물을 염두에 둬 차별화했음을 시사했다.
화려한 차림새에 오픈카를 몰며 노년의 사랑을 꿈꾸는 60대 길중간 역시 차별성을 더하는 캐릭터다. 배우 김해숙은 “보통 히어로물은 젊은 사람 위주 서사를 가진다. 노년의 여성 히어로 캐릭터는 처음인 것 같다”며 “길중간을 통해 노년의 사랑을 멋지게 그려내고, 누군가의 엄마·할머니가 아닌 자기 이름을 찾아가는 것에 끌렸다”고 했다.
카메오와 극 중 감초 캐릭터도 드라마의 재미를 극대화한다. 노숙자 커플 노선생(경리)과 지현수(주우재)는 깨알 같은 웃음을 주고, 길중간이 한눈에 반한 서준희(정보석)는 히어로와 평범한 남성 간 로맨스로 극에 활력을 더한다. 첫 회 사기꾼으로 나온 김원해, 개그맨 김해준·이창호, 트로트 가수 영탁 등 다채로운 ‘깜짝’ 출연자도 볼거리다.
전체 16부 가운데 중반을 지난 드라마는 ‘신종 마약 범죄’라는 중요 사건으로 들어섰다. 현실과 맞물려 화제성을 더욱 키운다. 꿈에 그리던 엄마를 찾은 강남순은 ‘썸’타는 경찰 강희식(옹성우)을 도와 물류 창고에 잠입하고, 스파이로 변신한다.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신종 마약 문제에 모녀 3대가 어떻게 맞설지, 드라마의 향후 관람 포인트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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