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중심!" 유인촌, 문화예술계 지원 체계 손본다

이종길 2023. 10. 30.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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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심의제 도입…담당 직원 심사 전문가로
생계 보조형보다 단계적·다년도 지원 확대
산하 기관 감사 병행해 지원 효율성 극대화

"창작자를 우선시하는 기본 틀은 그대로 두되 지원 체계를 새롭게 짜고 싶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예술계 지원 제도를 손본다. 산하 기관의 천편일률적 관행을 도려내고 효과 중심적 시스템을 도입한다.

유 장관은 30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콘텐츠진흥원, 영화진흥위원회 등은 핵심인 지원에 충실해야 한다"며 "직원 하나하나가 심사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직원과 함께 외부 전문가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되도록 심사 담당 직원은 인사를 안 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문성 제고만을 노린 변화가 아니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유 장관은 "모든 지원 사업 심사가 600~1000명의 전문가 풀로 운영된다"며 "현장 전문가란 분들이 심사하다 보면 손이 안으로 굽는 결과가 나오기 쉽다. 기관 직원들은 전문가 심사라며 거리를 두니 책임질 사람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하 기관 직원들이 심의 결과를 평생 책임지도록 하는 '책임 심의제'를 도입하겠다. 지원은 물론 사후 컨설팅까지 진행해 지속해서 관찰하고 돕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문체부 장관으로 재임한 2008~2011년 지원 문제로 골치를 앓았다.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다. 최근 인사청문회에서도 야당 측으로부터 백서를 근거로 공격받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사건 경위 등이 기록된 보고서에서 유 장관 이름은 104번 언급된다. 유 장관은 "백서는 엉터리다. 무책임하게 일방적으로 편향되게 만들어졌다"고 항변했다. 이어 "그런 사태를 차단하기 위해 심의제를 바꾸자는 것"이라며 "책임심사위원이 있다면 어떤 청탁도 듣지 않을 것이다. 본인이 그 책임을 평생 갖고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상에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연루됐던 관료도 포함될 수 있다. 유 장관은 "블랙리스트는 지나갔다고 본다"며 "내부 징계 등에 상관없이 공무원 인사에선 능력 위주로 인사할 계획이다. 백서를 쓴 분이나 백서에 이름이 거론된 분도 만나 의견을 들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확고한 결의는 효과 극대화를 향해 있다. 생계 보조형 등 단순 지원보다 인큐베이팅, 법률, 홍보, 마케팅, 사후 지원 등 단계적·다년도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유 장관은 "적어도 정부에서 지원받은 작품만큼은 가치를 높이고 싶다"며 "한 번 만들어지면 국내는 물론 세계에 소개할 기회를 마련해 성공 확률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여당과 야당이 모두 주문한 산하 기관 감사도 지원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취지로 진행될 전망이다. 유 장관은 "국감에서 지적되는 사안들을 보니 도덕성 해이랄까, 뭔가 느슨하게 풀어진 느낌이 많이 들었다"며 "다소 시간이 걸리겠으나 모든 산하 기관에 대한 감사를 다시 한번 철저히 하겠다. 예산이 깎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쓸데없는 사업부터 없애겠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이날 문화, 체육, 관광 등 주요 분야의 정책 방향도 발표했다. 콘텐츠 산업에서는 지식재산(IP) 확보와 1조7000억 원대 정책금융 지원을 목표로 내걸었다. 관련한 법 개정도 추진한다. 그는 "넷플릭스 등의 등장으로 환경이 새롭게 바뀌었다"며 "이에 맞게 사고를 바꾸지 않으면 침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근래 화두로 떠오른 지역 균형발전은 국립예술기관·단체의 지역 순회공연 확대와 기초단체 중심의 지역예술단 신설로 뒷받침한다. 전자는 다음 달 국립예술단체장들을 만나 논의한다. 후자는 내년에 기초적인 시군부터 시범적으로 다섯 곳 이상 신설한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학교체육과 생활체육 확대에 방점을 찍는다. 다음 달 말 스포츠클럽진흥 기본계획, 연내 스포츠진흥기본계획을 발표한다.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성공을 위한 홍보와 준비에도 열을 올린다. 관광 분야에서는 지역 관광 활성화와 로컬 콘텐츠 확충으로 외국인 관광객 2000만 명 시대를 연다. 유 장관은 "연내 국가관광전략회의를 개최하고, 업계 서비스 개선을 위한 공정상생협력센터를 신규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감에서 갑론을박한 문제인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조했다. 유 장관은 "정부와 방송통신위원회, 한국언론진흥재단 등과 손발을 맞춰야겠으나 문체부로서 피해 구제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집중하고 싶다"며 "초중고교 때 가짜뉴스를 판별할 수 있는 사고를 갖도록 교육부와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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