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면 최대 50% 사망… ‘경고성 두통’ 지속 땐 위험 신호
최규선 한양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최근 몇몇 연예인이 ‘머릿속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뇌동맥류를 진단 혹은 치료받았다고 고백해 화제가 됐다. 지난해 유명을 달리한 배우 고(故) 강수연씨의 사망 원인도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출혈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뇌동맥류가 많이 발생하는 직업군이 따로 있는 건 아니나, 중년 이상에서 주로 발병하고 절반 이상의 환자는 40~60대 여성이다. 뇌동맥류가 터지면 뇌와 척수 사이에 거미줄처럼 생긴 공간(지주막)에 피가 스며드는 ‘뇌지주막하 출혈’로 30~50%는 목숨을 잃는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예후도 좋고 일상생활도 가능하다.
뇌동맥류 치료 전문가인 최규선 한양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30일 “국내에서 연간 1만여건의 뇌동맥류가 진단되고 뇌동맥류가 터지는 뇌지주막하 출혈 발생 인원도 매년 5000여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행 연구에 의하면 날씨가 쌀쌀해지는 11월부터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지주막하출혈이 조금씩 증가하기 시작해 12월과 1월에 최고조에 달하는 만큼, 주요 위험인자인 혈압 조절과 금연 등 생활습관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에게 뇌동맥류의 최신 지견을 들어봤다.
-어떤 병인가.
“뇌동맥의 혈관 벽 일부가 약해져 풍선이나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중년 이후 나이 들면서 혈관벽의 퇴행성 변화로 생긴다. 가족력 등 유전적 요인, 고혈압, 흡연, 과도한 음주 등이 위험 요인이다. 혈압이 지속적으로 오르면 혈관벽이 받는 압력이 커져 뇌동맥류가 터질 확률이 높다. 또 기온이 떨어지면 혈관 위축으로 혈압이 높아져 터질 위험이 커진다. 머리 충격 등 외상도 혈관벽을 얇게 한다. 여성의 발병률이 남성보다 3배 많다.”
-의심 증상은.
“뇌동맥류는 터지기 전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 특정 부위에 생기거나 크기가 10㎜ 이상으로 자라면 뇌 조직이나 신경을 눌러서 한쪽 눈 처짐, 복시(2개로 보임), 어지러움, 두통이 나타날 수 있다. 작은 크기 뇌동맥류는 건강검진이나 다른 질병을 검사하는 도중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뇌동맥류가 터지면 평생 겪어보지 못한 심한 두통과 함께 오심, 구토, 뒷목 뻣뻣함, 간질 발작, 시야 장애, 의식 저하 등이 따른다.”
최 교수는 “최근 뇌혈관을 보는 비침습적 영상기술(CTA, MRA)이 발전하면서 미파열 뇌동맥류의 발견이 급속히 늘고 있다”면서 “특히 증상을 동반한 비파열성 뇌동맥류는 무증상 뇌동맥류 보다 터질 가능성이 크므로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터지기 전 ‘사전 징후’가 있나.
“뇌동맥류가 파열되기 전 갑자기 팽창하거나 약간의 출혈이 발생하면서 수일에서 수주 전에 심한 두통이 지속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경고성 두통’이라 한다. 이마에서 정수리, 뒤통수, 뒷목까지 뻗치는 심한 통증이다. 이런 환자들은 한 달 안에 재출혈 위험이 40% 이상으로, 즉시 병원을 방문해 검사받아야 한다.”
-다행히 생명을 유지해도 후유증이 크다는데.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머리 내 전체 부위에 피가 퍼질 수 있는데, 혈관 주변 화학 작용으로 인해 혈관이 좁아지는 ‘혈관 연축’이 발생한다. 군데군데 출혈 있는 부위에 혈관 연축이 심하면 2차적으로 뇌경색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뇌척수액 흡수에 이상이 생겨 치매 증상, 보행·소변 장애 등을 보이는 수두증이 생기기도 한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머리를 열어서 클립으로 부풀어 오른 뇌동맥류의 목 부분을 묶어 혈류를 차단하는 치료(클립 결찰술)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허벅지나 손목동맥을 활용해 뇌혈관까지 밀어 올린 가느다란 도관을 통해 백금으로 만든 코일을 넣어 동맥류 내부를 채우는 혈관 내 치료를 많이 시도한다. 스텐트(금속망)를 삽입해 혈관벽을 강화하는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클립 결찰술의 재발률은 5% 미만, 코일 색전술은 10% 안팎이다. 치료 후에도 재발 여부를 주기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파열을 예방하려면.
“뇌동맥류는 언제든지 터질 수 있다. 사람에 따라 운 좋게 안 터지기도 하고 발견되기 전에 터지는 이도 있다. 그래서 고혈압, 동맥경화 같은 위험요인 관리가 중요하다. 흡연도 피해야 한다. 두통, 시력 변화, 복시 등이 나타나면 즉시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70세 이하이며 고혈압, 흡연, 가족력이 있고 동맥류의 크기가 4㎜ 이상이거나 모양이 좋지 않으면 치료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
최 교수는 “아울러 중년 이후 연령대라면 증상이 없더라도 뇌혈관 검사를 한 번쯤 받아볼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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