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끓여주던 '똑딱이 손난로', 요거 아시는 분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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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정 기자]
근 4일간 독한 감기에 걸렸다. 기사는 고사하고 일상생활을 포함해 만사가 귀찮아질 무렵, 엄마의 전화가 왔다. 엄마는 나에게 안부를 물었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괜찮다고, 필요한 것도 없다고 말을 했다. 그러자 엄마는 반찬과 두꺼운 이불을 보내주겠다고 말씀하셨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날이 추워질 때가 되면 나는 감기 기운에 으슬으슬 떨었고, 엄마는 그걸 아주 빨리 알아챘다. 감기 올라 그러는구먼, 하는 엄마의 말이 끝나고 하루 이틀이면 나는 귀신같이 감기에 걸렸다. 항상 엄마는 레이더라도 켜놓은 듯이 나의 상태를 알아차렸다.
▲ 똑딱이 손난로. |
ⓒ 김학용 |
어릴 때는 그 원리를 몰랐지만 어른이 된 후 찾아보니 액체형 손난로 안에 있는 금속판(똑딱이)을 꺾으면 액체가 굳어지며 열이 나기 시작하는 것은 금속판이 꺾일 때 발생하는 에너지가 주위의 아세트산나트륨 용액에 전달되어 이들의 불안정한 상태가 깨지는 것이고, 이 에너지로 인해 아세트산나트륨의 결정화가 연쇄적으로 일어나게 되고 순식간에 용액 전체가 고체로 바뀌게 되는 것이고, 바로 이 때 열이 방출되며 손난로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원리는 몰랐을 무렵이었지만 나는 어릴 적 손난로를 아주 좋아했다. 앞에 그려진 만화캐릭터 그림도 그렇고 추운 날 친구들에게 뽐낼 수 있는 수단이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나만 가지고 있는 귀여운 꼬부기 손난로와 언니가 준 예쁜 베리베리뮤우뮤우 손난로, 모두 자랑스러웠지만 내가 제일 뽐내고자 한 것은 바로 말랑하고 따뜻한 손난로였다. 원래 손난로는 처음 샀을 때는 말랑하지만 차가운 상태로 문방구에서 판매되고 한번 똑딱이를 꺾으면 딱딱하고 뜨거운 상태로 존재한다. 그러나 따끈하고 말랑한 상태로 존재하는 손난로도 몇몇 아이들에게서 보였는데, 그건 바로 엄마가 집에서 손난로를 재사용할 수 있게 주전자에 끓여준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손난로였다.
대부분의 부모님에게 만화 캐릭터가 그려지고 쉽게 터지고 물렁거리는 손난로는 아이가 사온 장난감에 불과했고 거기까지 신경을 써서 손난로를 물에 끓여보거나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끓여준 손난로는 끓여준 온도가 식기 전에 한 번, 똑딱이 단추를 꺾어서 한 번, 총 2번 따뜻하게 이용할 수 있었고, 한 번도 손난로를 재활용하지 않아본 아이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아이들이 쉽게 불을 만지지 못하게 하는 부모님들이 직접 끓여주시지 않으면 손난로는 재사용되기 어려웠다. 가끔씩 재사용을 위해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액체는 물투명한 상태로 조금 말랑해졌다가, 겉 포장지인 실리콘이 녹아 쉽게 터지곤 했다.
삼남매의 손난로를 끓여주던 엄마
그러니 엄마가 직접 끓여준 손난로를 가지고 있는 나는 참 특별한 아이였다. 아이들 중에서는 "문방구에서 지금 사온 거냐"며 의심을 하는 아이도 있었고, 부러워하는 아이도 있었다. 그래도 어찌하겠는가. 우리 엄마는 그런 엄마였는걸. 아이의 작은 장난감의 쓰임새를 알아주는 그런 엄마였다. 우리 엄마는.
요즘은 문방구에서도 흔히 핫팩이라고 불리우는 고체형 손난로를 주로 판매하고 액체형 손난로의 인기는 많이 떨어졌다. 아무래도 지속시간이 짧고 핫팩보다 온도가 훨씬 낮은 액체형 손난로의 특징 때문이리라. (게다가 뛰어놀다가 부딪혀 쉽게 옷을 버리는 아이들의 특성도 한 몫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끔씩 문방구 탐방을 나가 손난로를 발견할 때마다 나는 엄마가 나를 생각해주었던 그 따뜻한 마음이 떠오르곤 한다.
나의 엄마는 항상 나에게 해준 것이 너무 없고 내가 원하는 것이 생길 때마다 지지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긴 하지만, 나의 목소리만 듣고도 나의 상태를 알고, 독박육아로 바쁜 와중에서 삼남매의 손난로를 끓여주던 엄마가 어찌 부족한 엄마였을 수 있을까.
찬바람이 으슬으슬 부는 이런 날이면 따끈한 호빵처럼 내 맘을 따뜻하게 해주는 엄마의 기억이 내 마음에 떠오른다. 따끈한 손난로보다 더 훈훈한 기억을 호주머니에 품고 올 겨울을 날 수 있을 것 같다. 어린 날의 따뜻한 기억으로 어른의 겨울을 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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