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그때는 틀렸고 지금은 맞다

박형수 2023. 10. 30.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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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자자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끝없이 오를 것 같던 이차전지 주식은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를 확인하면서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에코프로에서 탈출할 틈도 없이 주가가 빠르게 내리면서 과거 에코프로에 '매도' 의견을 제시한 보고서가 재조명받고 있다.

당시 에코프로 주가가 49만9500원이었는 데 목표주가로 38만원을 제시했다.

주가가 오를 것을 기대하며 주식을 보유 중인데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이 주식을 팔라고 하니 화가 날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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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자자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끝없이 오를 것 같던 이차전지 주식은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를 확인하면서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거침없이 오르던 에코프로 주가가 2개월 만에 반토막 났다.

개인 투자자들이 에코프로에서 탈출할 틈도 없이 주가가 빠르게 내리면서 과거 에코프로에 '매도' 의견을 제시한 보고서가 재조명받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때는 틀렸고 지금은 맞았다'는 평가는 무의미하다. 주가에 거품이 있더라도 관성에 따라 주가가 추가로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매도 의견 보고서가 나왔다고 항의 전화만 하지 말고 전문가가 지적하는 위험 요소를 때때로 점검해볼 필요는 있다.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를 유지할 때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4월 초 에코프로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BUY)'에서 '보유(HOLD)'로 하향 조정했다. 당시 에코프로 주가가 49만9500원이었는 데 목표주가로 38만원을 제시했다. 한 달 후 에코프로 주가는 73만3000원으로 올랐고, 삼성증권은 에코프로 목표주가를 40만원으로 이전보다 5% 상향 조정했다.

하나증권도 비슷한 시기에 에코프로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BUY)'에서 '비중 축소(REDUCE)'로 낮췄다. 에코프로 시가총액이 5년 후 예상 기업가치를 넘어섰다며 과열 양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 투자자의 적극적인 매수에 힘입어 에코프로는 여의도 증권가의 경고에도 5개월 가까이 상승 랠리를 이어갔다. '매도' 의견을 제시한 애널리스트는 '공매도 세력과 결탁했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민원이 빗발치면서 금융감독원은 해당 애널리스트를 서면으로 조사하기도 했다. 민원은 기각 처리됐지만 잘 나가는 기업에 대해 '매도' 의견을 낸 애널리스트가 어떤 고충을 겪게 되는지 잘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매도' 의견을 제시한 보고서를 보았을 때 해당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라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주가가 오를 것을 기대하며 주식을 보유 중인데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이 주식을 팔라고 하니 화가 날 만도 하다. 금감원에 민원도 제기하고 보고서에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항의하기도 한다. 수익을 내는 게 목표인 투자자에게 "다른 의견도 포용할 줄 아는 성숙한 투자문화를 만들자"고 하는 것은 소 귀에 경 읽기 같은 이야기일지 모른다.

주식을 사기 전에는 고민을 많이 하지만 막상 사고 나면 방치하거나 맹목적인 신뢰를 보이는 투자자가 많다. 매수하기 전에 정해둔 손절 가격까지 주가가 내려가도 다양한 이유를 들어가며 매도를 미룬다. 차가운 머리를 유지하지 않으면 위기상황에서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3개월 동안 에코프로 주식을 1조원어치 순매도했다. 평균 매도가는 104만원으로 현재 주가 63만5000원보다 높다. 그러나 누군가는 더 높은 가격에 사서 싼 가격에 팔아 손해를 봤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매수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아 돈을 벌었을 것이다.

그 차이는 뭘까. 주식 투자로 부를 쌓은 투자자들은 하나 같이 투자 원칙을 세우고 수익을 조금씩 적립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누군가 매도 의견을 제시했을 때 화만 내지 말고 리스크 요인도 점검해야 한다. 하락장에선 '그때 팔았어야 하는데'라고 후회하는 것보다 '너무 일찍 팔았다'고 후회하는 게 차라리 낫다.

박형수 증권자본시장부 차장 parkh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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