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협회 기준발표, 언론은 왜 'ARS조사 퇴출'로 왜곡할까
[민주언론시민연합]
국내 34개 여론조사업체가 가입한 한국조사협회가 지난 23일 '정치선거 전화여론조사기준'을 제정하고 가입사에 준수를 요구했습니다. 핵심은 'ARS조사 금지'입니다. 대부분 언론은 한국조사협회 입장을 보도하면서 'ARS여론조사 퇴출'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 특정 조사업체 협회 기준을 마치 공식적으로 ARS 여론조사가 금지된 것처럼 표현한 보도(네이버 검색화면 캡쳐) |
ⓒ 네이버 |
한국조사협회 업체, 이미 면접조사 주로 사용
이번 한국조사협회 정치·선거 여론조사 기준 제정이 'ARS조사 퇴출'이 되려면, 소속업체들이 ARS조사를 이미 시행하고 있어야 합니다. 시행하지 않는 방식을 퇴출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조사협회 34개 회원사를 살펴보니 이중 15개 업체는 여심위에 등록되지 않아 선거여론조사를 할 수 없는 곳이고, 정치·여론조사를 자주 시행하는 13개 업체는 주로 면접조사를 하는 곳입니다. 여심위로부터 등록취소된 업체도 두 곳(마크로밀엠브레인, 칸타코리아)이 있습니다.
▲ 한국조사협회 34개 회원사 여론조사심의위원회 등록여부 및 주요 정치·선거 여론조사 방법(출처 :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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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뺨치는 저질 여론조사'라고? 강서구청장 선거결과 예측 높은 곳은
한편, 여심위 등록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곧바로 수준 이하의 여론조사업체인 것은 아니며, 정치여론조사를 할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여심위는 선거 관련 여론조사만 규제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사설/가짜 뉴스 뺨치는 저질 여론조사 법적으로 규제해야>(10/27)에서 2022년 9월 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론조사를 진행한 넥스트위크리서치를 비판하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여심위) 미등록 업체가 취임한 지 반년밖에 안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관련 조사를 실시"했다고 문제 삼았습니다. 실제로 한국조사협회 소속으로 여심위 등록을 하지 않은 15개 업체 중 상당수가 정치현안 여론조사를 하고 있지만, 조선일보를 포함해 어떤 언론도 이를 저질 여론조사라고 비판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여심위 미등록 업체 중 문제가 된 사례는 한국조사협회 소속으로 명함정보 수집 앱 '리멤버'를 운영하는 드라마앤컴퍼니가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회장 선거 관련 여론조사를 진행하다가 변협으로부터 '선거 개입' 항의를 받은 일입니다.
10월 11일 실시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봐도 ARS조사나 특정 여론조사업체를 일방적으로 저질 여론조사로 폄훼할 근거는 없습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4개 업체가 여론조사를 시행했는데, 유튜브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진행자인 김어준씨가 설립한 '여론조사꽃'은 9월 22일 여론조사에서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율 격차를 16.0%p로 집계해 실제 득표율 격차(17.2%p)를 1%p 차이로 맞췄습니다. 게다가 한국조사협회 여론조사 기준을 적용한다고 해도 여론조사꽃의 강서구청장 선거 여론조사는 ARS가 아닌 면접조사인 데다 응답률 10% 기준을 충족하고 있습니다.
▲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선거결과 비교. 리얼미터 조사는 실제보다 김태우 후보에 유리하게 나온 것처럼 보이지만, 서경선 폴리뉴스 기자는 8월 30일 발표된 리얼미터 지지율을 자체 분석해 최종 득표율을 2% 차이로 예측했다. 여론조사꽃은 해당 기간 유일하게 전화면접조사를 시행한 업체다(출처 :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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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불신 논란의 상당 부분은 여론조사업체보다는 언론의 경마식 보도, 정파적 보도가 유발한 측면이 더 큽니다. 언론은 여론조사 결과를 읽을 때 알아야 할 신뢰도, 오차범위, 표본조사 의미, 표본 크기 의미 등 기초적 지식과 조사방법 차이, 유·무선 비율, 안심번호 제도, 조사시간 등 유의점을 독자에게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수학적으로 의미 없는 3%p 미만의 변화를 침소봉대해 보도하거나 정파적 유불리에 따라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하는 여론조사를 일방적으로 폄훼했을 따름입니다. 언론은 '저질 여론조사 퇴출'보다 '저질 여론조사보도 퇴출'이 먼저 필요한 것이 아닌지 자문해봐야 할 때입니다.
*모니터 대상 : 2023년 10월 22일~27일 네이버 포털에 게재된 한국조사협회의 '정치선거 전화여론조사기준 제정' 관련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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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미디어오늘,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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